[필동정담] 오세훈 '100층의 꿈'
땅값이 비싼 도심에 짓는 초고층 건물은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금융 등 특정 분야의 기업들이 몰려 비즈니스 허브 역할을 하며 경제활동을 촉진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상 단계부터 준공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돼 '마천루의 저주'라는 용어도 생겼다. 경기 상승기에 건축 구상에 들어가지만, 한창 공사 중이거나 준공 무렵에는 경기가 식기 때문이다. 자금난에 내몰린 시행사가 사업을 중단하거나, 사무실 임대가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한국은 인허가 위험도 뒤따른다.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 성남 비행장의 활주로 방향까지 조정하고 허가됐다. 부산 엘시티는 용도변경 특혜 등 논란에 여러 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삼성동 GBC 개발 방향을 놓고 현대차와 서울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는 105층 랜드마크 건립을 위해 용적률과 공공기여를 완화했는데, 현대차가 55층 2개로 바꿨다고 불만이다. 현대차는 용적률 기준은 지켰으며 100층 이상 건립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1·2기 임기를 통틀어 100층 이상 개발계획은 처음이 아니다. 다만 착공까지 간 사례는 없다. 용산 철도정비창 용지는 2007년 150층 개발계획을 밝힌 후 좌절되자, 최근 100층 안팎 개발계획을 다시 세웠다. 마포 상암에는 2009년 133층 빌딩을 추진했지만, 역시 좌절되자 현재 새 사업자를 모집 중이다. 현대차가 105층 계획을 접었을 때 오 시장 심정은 어땠을까. 서울시민이 개발 방향을 공감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한다.
[서찬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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