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번 공습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위치한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어요. 영사관 공격으로 이란 장교 등 최소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에 복수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지난 주말에 정말 실천으로 옮긴 거예요.
중동 지역에서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이번 공격은 유난히 무게감이 커요. 이번처럼 국가가 다른 국가의 영토를 공개적으로 공격한 건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중동 분쟁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처럼 국가 대 무장세력 사이의 전쟁이거나 무장세력 간의 전쟁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대로 분쟁 상황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여요. 자칫하면 경제 전망이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인데요. 오늘은 중동의 위기가 세계 경제에 어떤 태풍을 일으킬지 함께 알아볼게요.
하지만 이란은 달랐어요.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이스라엘을 독립 국가로 인정했죠. 당시 이란은 친서방 성향의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 국왕이 다스리고 있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이란과 이스라엘은 굳건한 동맹국이었어요. 그러니까 사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처음부터 사이가 나빴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1979년 이란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정권이 바뀌면서 이스라엘과의 우호 관계도 산산이 깨지고 말았어요. 이란이 반서방, 반이스라엘로 돌아서면서 이스라엘을 국가로 승인했던 걸 취소하고 모든 공식 관계를 단절했기 때문이에요.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았어요. 중동은 전 세계 원유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어요. 특히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도 세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세계 주요 산유국이기 때문에 이란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국제 유가가 출렁일 수밖에 없죠.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기사가 나온 지난 12일,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치솟았어요.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고요.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거예요.
② 요동치는 자산 가격
· 안전자산 up
안전자산은 금, 미국 달러 등 비교적 경기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자산을 말해요. 중동 지역의 긴장감 고조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금과 달러의 가치가 상승했어요. 금값의 경우 지난 12일 하루 만에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같은 날 달러 가치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외부 요인에 따라 가치가 크게 널뛰는 위험자산인 주식과 암호화폐의 가격은 즉각 하락했어요. 14일 이란의 공습 소식이 들린 직후에 비트코인 가격은 7% 이상 떨어지면서 6만 2000달러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어요. 미국 주식도 두 달여 만에 최대 하락 폭을 보였고요.
실제로 지난 2022년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세계 경제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물가 현상이 닥쳤어요. 전쟁 이전까지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확장적 통화 정책을 펼치던 각국 중앙은행은 전쟁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돈의 양을 줄이는 긴축 정책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이후로 미국, 한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2년 넘게 고물가를 잡기 위해 씨름해야 했어요.
최근에 들어서야 물가가 조금씩 진정되던 추세라, 이대로라면 주요국 중앙은행이 곧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겠다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었어요. 그런데 중동 분쟁으로 물가가 다시 자극된다면,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어요. 세계 경제가 이제야 길고 긴 ‘고물가, 고금리’ 국면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자칫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인 거예요. 이스라엘과 이란은 과연 보복의 악순환을 끊고 공존할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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