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문제는 용적률이야

입력
수정2024.04.09. 오후 7:34
기사원문
서찬동 기자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의 상장으로 그의 평가자산이 51억달러에 달한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향후 주식을 팔아 법원에 내야 할 공탁금 1억7500만달러를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재(理財)에 밝은 그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트럼프: 미국인의 꿈'에는 그가 부동산과 카지노 사업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과정이 나온다. 그중 가장 성공적인 개발사업인 '트럼프타워'는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요약하면 1978년 트럼프는 전 세계 최고가 땅인 뉴욕 맨해튼 5번가의 11층 높이 백화점을 인수한다. 그 자리에 68층 높이의 초호화 호텔·주거시설을 1983년 준공한다. 당시 서른세 살 젊은 나이의 트럼프는 백화점을 인수할 자금이 없었다. 애초 백화점 주인은 땅을 팔 의사가 없었고, 마피아가 장악했던 콘크리트를 조달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난관을 정면 돌파하거나 때로는 꼼수와 로비로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용적률 문제가 대표적이다. 11층 백화점 용지에 68층 신축은 용적률이 허용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7층 높이였던 인근 티파니 본점의 '공중권'을 사들이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옆 건물의 사용하지 않은 용적률까지 더해 68층 높이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트럼프타워 이후 공중권 거래가 늘며 뉴욕은 홀쭉한 초고층인 '펜슬 타워'의 명소가 되었다. 5년 전 준공된 '세계에서 가장 얇은 빌딩' 스타인웨이타워는 공중권 매입에만 1억3150만달러(약 1769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맨해튼의 공중권은 대개 500피트(약 152m) 높이까지 인정되는데, 시세는 1ft²(평방피트)당 최고 500달러 이상 형성돼 있다. 1평에 약 1만7650달러인 셈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용적률이 화두가 되고 있다. 1기 신도시, 서울 강서·강북권, 반도체 산업단지, 공공 도심복합사업, 준공업지 등 개발 문제를 푸는 해법도 결국 용적률 규제 완화를 통한 사업성 확보다. 특히 맨해튼처럼 용적률 제도를 유연하게 정비하는 묘수가 절실하다.

[서찬동 선임기자]

기자 프로필

매일경제신문 서찬동 기자입니다. 폭넓게 듣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