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언제부터 키스를 하기 시작됐을까요? 와인 마시는 사람들은 키스의 유래도 와인 콘텍스트 안에서 찾더군요. 이번 주 김기정의 와인클럽은 ‘와인과 키스의 유래’를 살펴봅니다.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랍니다. 로물루스는 로마의 건설자이자 최초의 왕이 됩니다. 로마 건국은 신화 속 이야기지만 기원전 753년을 건국 원년으로 삼고 있습니다.
현재 이탈리아 수도 로마(Roma)의 지명은 로물루스(Romulus)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학자들에 따라 로물루스가 로마 사람이란 뜻이기 때문에 반대로 로마에서 로물루스가 유래됐다고 보기도 합니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로물루스 왕은 여성이 술을 마시는 행위를 간음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형에 해당하는 가장 중대 범죄로 여겼습니다. 술을 마신 아내를 죽인 남편의 죄를 묻지 않고 오히려 본보기로 삼은 이유입니다. 로물루스의 뒤를 이은 로마의 2대 왕 누마 폼필루스(Numa Pompilius)는 로마의 여성들에게 와인 마시는 걸 완전히 금하도록 명령했습니다.
과거 와인은 피를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와인은 피를 상징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성이 와인을 마시는 것은 다른 남자와 피를 섞는 ‘간통’을 저지르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부인이 와인을 마셨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습니다. 남편이 불시에 부인에게 입을 맞추어 와인을 마셨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관습이 생겨났는데 이러한 행동에서 ‘키스’가 유래됐다고 봅니다.
‘키스’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당시에는 폭력적으로 사용됐습니다. 사랑해서 키스를 하다 술 냄새를 맡은 것이 아니라 술 냄새를 확인하기 위해 입을 맞춘 것입니다.
지금은 유실된 카토의 연설문 지참금에 관하여(On the Dowry)에 따르면 남편은 부정을 저지른 아내를 죽일 수 있었습니다. ‘살인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겁니다. 또 와인을 마셨다면 간통한 것으로 간주해 처벌한다고 명시합니다. 여성이 와인을 마신 행위와 불륜을 동일선상에 놓은 겁니다. 반대로 ‘남성이 불륜을 저질렀으면 여성은 손가락질조차 할 수 없고, 법도 그렇지 않다’라고 웅변합니다.
카토는 여성이 술을 마셨는지 냄새로 알 수 있도록 확인하기 위해 친척, 특히나 남성 친척이 여성과 입맞춤하는 것이 관습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곤 경계의 조언도 잊지 않습니다.
“술을 마셨다면 그의 숨결이 그를 배반할 것이다. 와인이 아무리 달콤했을지라도.”
당시 로마사회가 여성의 음주를 이토록 제한한 이유는 술에 취한 여성이 어떤 불명예스러운 행동에 빠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제약이 모든 여성에 해당했던 것은 아니고 모범을 보여야 할 상류층 여성들에 국한됐을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카토는 로마의 군인, 상원의원, 역사가로 수많은 명언과 라틴어 저서를 남겼습니다. 3대에 걸쳐 그의 조상은 마르쿠스 포르키우스(Marcus Porcius)로 불렸습니다. 그의 이름이 포르키우스 대신에 카토(Cato)가 된 이유는 카토라는 단어에 ‘경험과 결합한 지혜’란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현명한 사람, 즉 ‘현자(The Wise)’라고도 부릅니다.
후에 그는 대(大) 카토, 디 엘더(The Elder)라고도 불리는데 그의 증손자인 소(小) 카토 마르쿠스 카토(Marcus Cato the Younger)와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소 카토는 카이사르(시저)에 반대했던 인물로 카이사르가 발의한 농지개혁법을 저지하기 위해 원로원에서 종일 연설했는데 이것이 한국 국회에서도 볼 수 있는 ‘필리버스터’의 시작입니다.
아내가 죽자 몰래 자신의 노예와 잠자리를 청합니다. 이를 알게 된 장성한 아들이 노예와 잠자리를 하는 아버지에게 반발하자 카토는 말합니다.
“아들아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와 같은 아들을 더 많이 갖고 싶구나.”
그리곤 노예와 결혼해 버립니다. 아들은 이 결혼 역시 반대했지만 결국 아들이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대 카토는 재혼한 아내 사이에서 나이 80세에 아들을 보는데, 그 아들의 손자가 소 카토입니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카토는 여성에 대한 깊은 편견을 가진 인물이었지만 상당히 현실적인 조언도 남겼습니다. 그중에는 다음과 같은 경구도 있습니다.
“세계를 지배하는 건 로마이고, 원로원은 로마를 지배한다. 하지만 그 위에는 아내라는 패권자가 있다.”
인류학자들은 원시 수렵사회에서 ‘키스의 시초’를 찾는데요. 사냥에서 돌아온 남성이 집에 남아있던 여성의 입안을 혀로 샅샅이 핥았던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엔 식량이 귀했기 때문에 입맞춤은 저장해 놓은 식량을 여성이 혼자 몰래 먹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겁니다.
물론 입술과 입술이 닿는 행위만 본다면 키스의 시작은 이보다 오래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류로 진화하기 이전의 모습에서도 키스의 흔적이 발견됩니다. 피그미침팬지라 불리는 ‘보노보’는 인류와 가장 유사한 침팬지입니다. 보노보는 혀를 사용해 키스를 하고 사람처럼 정상위로 사랑을 나눕니다. 대부분의 동물은 교미할 때 후배위 자세로 합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고대 로마에선 여성이 와인을 마시는 것은 불륜을 의미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바람을 피웠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내와 입을 맞춤으로써 술 냄새를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행위에서 ‘키스’도 유래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