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의 진격에 전 세계 전자상거래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어요.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앞서 시장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 이어서 테무 같은 중국의 거대 이커머스 기업들이 전 세계 생태계를 전부 장악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국에서도 이 업체들을 견제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해요.
유럽에서도 테무의 인기는 상당해요. 지난해 영국(1500만회), 독일(1300만회), 프랑스(1200만회), 스페인·이탈리아(각 900만회) 등에서도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었어요.
이렇게 빠르게 인기를 얻게 된 건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이에요. 지난해 테무의 온라인 광고비는 17억 달러(약 2조2700억원)로, 전년 대비 1000%나 늘어났어요. 최근에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 ‘슈퍼볼’ 방송에 광고를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 방송에 30초짜리 광고를 하려면 약 700만 달러(약 93억원)가 들기 때문이에요. 천문학적인 액수이지만, 테무는 무려 여섯 차례나 광고를 송출하며 광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어요.
테무가 이렇게 초저가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건,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직접 판매하고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에요. 제조업체와 해외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면서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최종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죠.
쇼핑 외에 제공되는 다양한 즐길 거리도 소비자들이 테무를 찾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혀요. 테무 앱에서는 카드 뒤집기, 룰렛 등 각종 미니게임을 통해 할인 쿠폰 등을 지급해요. ‘쇼핑하는 즐거움’을 준다는 전략인데, 실제로 이런 요소들이 사용자들이 앱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해요. 미국의 주요 매체인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테무 이용자의 앱 사용시간은 하루 평균 18분으로 아마존(10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길었다고 해요.
위구르법은 지난 2022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법으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소수 민족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이에요. 미국은 중국 정부가 소수 민족인 위구르족을 강제로 노동시키면서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보고 이 법을 만들었어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상품은 강제 노동으로 생산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미국으로 수입할 수 없어요.
미국 의회는 테무에서 워낙 다양한 판매자들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을 구별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만약 테무가 위구르법 위반자 리스트에 오른다면, 테무는 미국에서 아예 사업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어요.
위구르법 논란이 불거지자 테무도 대응에 나섰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장에서 생산된 품목이 테무에서 판매됐었는데, 최근에는 ‘신장’ 키워드를 검색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고 해요.
테무가 지금 같은 속도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면, 특히 저가 공산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어요.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테무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겉으로는 거의 비슷해 보이는데도 가격이 3배에서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요. 가격 경쟁력 면에서 테무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죠.
중국에서 생산되는 물건들은 인건비와 물류비가 워낙 저렴한 데다 대량으로 생산되고 운송되기 때문에 원가가 쌀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테무를 통해 유통되는 직구 제품들은 안전인증(KC)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인증 비용을 추가로 아낄 수 있다고 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을 접거나 아예 중단하는 중소기업들도 줄줄이 나오고 있어요.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는 지난 14일 쿠팡·11번가·지마켓·SSG닷컴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모색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어요.
물론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잠식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어요. 제품의 품질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앞서 말한 것처럼 직구 제품은 안전인증 의무가 없기 때문에, 미인증 제품이나 가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한 채 초저가 정책만으로는 시장 점유율을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에요. 중국의 거대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정면 승부를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앞으로 국내 유통 산업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https://www.mk.co.kr/news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