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 얼마나 무섭길래…한국선 ‘5년 기업전쟁’도 끝낸거야 [뉴스 쉽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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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쿠팡물류센터에서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있다. /사진=김호영 기자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는 쿠팡의 ‘로켓 배송’. 쿠팡의 유료 회원인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면 주문 다음 날까지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2022년 말 기준 국내 와우 멤버십 가입자가 11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해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유료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쇼핑몰이 된 거죠.

국내 온라인 쇼핑업계에서는 최고로 잘 나가는 만큼, 쿠팡에는 적도 많아요. 쿠팡과 사이가 좋지 않은 회사들이 모여 ‘반 쿠팡’ 동맹을 만들었다는 소식도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이들과 꿋꿋이 싸움을 이어가던 쿠팡이 최근 잠시 꼬리를 내렸대요. 4년 9개월간 기싸움을 벌여온 LG생활건강(LG생건)에게 슬며시 화해의 손길을 내민 거예요.

4년만에 돌아온 로켓 탑승권
사실 지난 4년 9개월 동안 쿠팡에서는 LG생건 상품을 로켓배송으로 받아볼 수 없었어요. LG생건이 유통하는 상품은 생각보다 광범위해요. ‘오휘’ 등 화장품부터 ‘엘라스틴’, ‘페리오’같은 샴푸나 치약도 만들죠.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환타 등 세계적인 음료의 유통권도 가지고 있고요. 쿠팡이 LG생건과 거래를 재개하면서 이제 쿠팡 고객들은 이 브랜드의 상품들을 모두 로켓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어요.

LG생활건강의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
지난 2019년 4월, LG생건은 쿠팡이 ‘갑질’을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고발했어요. 쿠팡이 LG생건에게 ‘우리한테는 다른 쇼핑몰보다 물건을 더 싸게 공급하라’고 강요했다는 이유에서예요. 결국 공정위는 쿠팡의 갑질을 인정하며 쿠팡에게 과징금 33억원을 부과했어요.

당시 공정위는 쿠팡이 LG생건을 포함한 101개의 업체에게 비슷한 갑질을 했다고 판단했어요. 물론 쿠팡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요.

결국 쿠팡은 공정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판결 선고일이 내일(18일)이었어요. 판결을 약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LG생건과 극적으로 화해한 거예요. 이번에는 쿠팡이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는데, 쿠팡이 불리한 판결을 받을 경우 ‘갑질 사업자’로 낙인찍힐까봐 그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요.

쿠팡이 갑질 사업자로 찍혔던 배경
쿠팡은 왜 갑질 사업자로 찍혔던 걸까요? 그 이유는 ‘로켓 배송’의 남다른 구조에 있어요. 11번가나 G마켓 같은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사면 여러 단계를 거쳐 배송받게 돼요. 우리가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중간 판매업체에서 상품을 결제하면, 제조사가 만든 상품은 먼저 중간 판매업체로 가요. 이후 택배 회사를 거쳐 상품이 배송되죠.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단계를 줄였어요. 쿠팡이 중간 판매업체와 택배회사의 역할을 대신해요.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사들이고 배송까지 하는 거예요. 물론 쿠팡 쇼핑몰에서도 중간 판매업체와 택배 회사를 거치는 일반배송 상품을 팔지만, 쿠팡을 ‘특별한’ 회사로 만들어 준 건 로켓배송 서비스예요.

쿠팡이 로켓배송을 위해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하다 보니 갈등이 생긴 거예요. 보통 온라인 쇼핑몰에선 중간 판매업체가 어떤 상품을 얼마에 판매할지 결정해요. 11번가나 G마켓 같은 온라인 쇼핑몰 업체는 판매 업체로부터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떼 가면 그만이죠. 이 경우 온라인 쇼핑몰 업체는 제조업체와는 다툴 일이 딱히 없는 거예요.

이와 달리 로켓배송을 위해 적당량을 자체 창고에 보관해둬야 하는 쿠팡은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해요. 어떤 상품을 언제, 얼마나 많이, 얼마에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을지 협상도 해야 하고요. 그렇다 보니 LG생건같은 큰 회사와는 납품 조건에 따라 서로의 이익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협상 과정이 치열할 수밖에 없어요. 치열한 협상 과정에서 제조업체들과 갈등을 빚게 된 거죠.

두 회사가 화해한 ‘진짜’ 이유?
쿠팡이 갑질 기업으로 찍히는 걸 우려했을 수도 있지만, 사실 꼬리를 내린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해석도 있어요.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와 같은 중국 인터넷 쇼핑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작년부터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중국 쇼핑몰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용자들을 단숨에 끌어모았어요. 지난해 국내에서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모바일 앱 1위와 2위에 알리와 테무였다고 해요. 일단 물건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저렴하기 때문에, 한 번 쇼핑에 들어서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의미로 ‘알리지옥’, ‘테무지옥’ 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어요.

중국 온라인 쇼핑몰 ‘테무’
사실 이 회사들은 쿠팡보다 규모가 훨씬 큰 대기업들이에요. 테무를 운영하는 중국 기업 ‘핀둬둬’는 시가총액이 무려 1975억달러(약 250조원)에 달한다고 해요. 알리도 시가총액이 약 241조원 정도고요.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약 430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회사인 거죠. 쿠팡의 시가총액은 286억달러(약 37조원) 수준으로, 중국 쇼핑몰들이 쿠팡보다 10배 가까이 커요.

이렇게 큰 회사들이 무섭게 치고 들어오니 쿠팡 입장에서는 다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했어요. 중국 쇼핑몰들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해외 배송이기 때문에 배송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어요. 생필품처럼 빠른 배송이 필요한 품목을 구매하기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죠. 그래서 쿠팡 입장에서는 다른 상품이야 알리나 테무에 뺏기더라도, 생활용품이나 음료같은 품목이라도 지키는 게 중요했죠. 이 상품들은 모두 LG생건의 주력 품목이고요.

마침 실적 부진을 겪고 있던 LG생건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중국 경기 침체로 주력 상품인 화장품 부문 매출이 감소하면서 LG생건의 실적은 8분기 연속 감소했어요. 주가는 2년 새 반토막 났고요. 그렇다 보니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죠. 코카콜라 같은 베스트 상품도 로켓 배송으로 제공해 중국 쇼핑몰로 빠지는 소비자들을 붙잡아야 하는 쿠팡과 온라인 판매 실적을 올려야 하는 LG생건의 수요가 딱 맞아떨어진 거예요.

‘햇반 전쟁’도 끝날 수 있을까?
사실 쿠팡과 LG생건의 화해가 주목받는 이유는 ‘앞으로 쿠팡이 다른 적들과도 관계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궁금증이 따르기 때문이에요. 쿠팡은 국내 1위 식품 제조업체인 CJ제일제당과 햇반, 비비고 같은 인기 상품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어요. 지난 2022년 말 햇반의 납품 가격을 두고 갈등이 생긴 이후로 아직까지 CJ제일제당의 상품을 쿠팡 로켓배송으로 살 수 없어요.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은 당장은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예요. CJ제일제당은 쿠팡을 대신할 우군들을 확보해서 자체 판매 채널을 키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거든요. 지난 2022년부터 CJ제일제당은 자회사인 CJ대한통운과 함께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 쿠팡의 가장 큰 경쟁자인 네이버와 협력하고 있어요.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경쟁은 오히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요. CJ제일제당의 공식몰인 CJ더마켓은 지난해 말부터 쿠팡의 로켓배송과 비슷한 ‘내일 꼭!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했어요. 오후 11시까지 주문을 완료하면 다음 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예요. 이밖에도 쿠팡은 CJ제일제당과 한 식구인 회사들과도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요. 화장품 유통시장에서 쿠팡은 CJ올리브영을 견제하고 있고, OTT 분야에서도 쿠팡 플레이와 CJ ENM의 티빙이 맞붙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중국 업체들이 계속해서 치고 올라온다면 우리나라 업체끼리 전략적인 화해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오긴 해요. 과연 온라인 쇼핑몰계의 절대 강자로 떠오른 쿠팡을 중심에 두고 벌어진 이 다툼은 언제쯤 마무리될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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