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티비’로 불리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국내에서 활개를 치고 있어요. 정부는 불법 사이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저작권 침해 문제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지만, 관리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죠. 이런 불법 사이트들은 정부가 단속을 아무리 강화해도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콘텐츠 산업에 해를 끼치고 있어요.
넷플릭스는 최근 한집에 살지 않는 사람끼리 계정을 공유하려면 1명당 5000원을 추가로 결제해야 한다는 정책을 발표했어요.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은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었는데, 이번에 한국에서도 시작한 거예요.
디즈니플러스도 최근 가격을 올리는 방향으로 요금제를 개편했어요. 기존에는 한 달 9900원짜리 요금제만 있었는데, 기존 요금제에 더해 월 1만3900원의 프리미엄 요금제를 출시했어요. 기존 요금제에서 누릴 수 있던 4명 동시접속, 초고화질(4k) 콘텐츠는 프리미엄 요금제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요. 국산 OTT인 티빙도 다음 달부터 구독료를 요금제별로 1600원~3100원가량 올릴 예정이에요.
주요 OTT들이 한 번에 가격을 인상하면서 일각에서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이용자가 더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요. 안 그래도 불법 사이트가 판을 치고 있어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OTT 구독료까지 오르면 아예 구독을 취소하고 불법 사이트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에요.
누누티비는 국내에서만 매월 무려 1000만명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인 1200만명과 맞먹는 규모예요. 그도 그럴 것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데 진입장벽이 아주 낮아요. 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만 하면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본인인증 없이 쉽게 불법으로 유통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죠. 심지어 인기 콘텐츠를 다시 보려고 구글에서 ‘○○ 다시 보기’ 라고 검색하면 상단에 누누티비 접속 링크가 뜰 정도예요.
정부의 단속에 걸려서 사이트 접속이 차단돼도, 누누티비는 접속 주소를 바꿔서 사용자에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지속해 왔어요.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누누티비는 올 4월에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는데, 불과 5일 만에 ‘누누티비 2’가 생겨서 정부를 ‘갖고 노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고요.
누누티비 2는 공식적으로 6월에 문을 닫았지만, 현재까지도 이름만 바꾼 채 비슷하게 영업을 이어가는 사이트들이 성행하고 있어요. 제2의 누누티비로 불리는 한 사이트는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7번의 제재를 받았는데도 누적 접속자 수가 1900만명에 달한대요.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내 불법 스트리밍 업체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요. 지난 3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저작권 대응 협의체’를 구성했어요. 고의로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 손해 금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대요.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서 불법 사이트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고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불법 복제 사이트를 단속할 뾰족한 수단은 부족해 보여요. 이런 사이트들은 대부분 서버와 운영자가 외국에 있기 때문에 관리 감독이 어렵다는 문제가 커요. 운영자를 찾기 위해서 다른 나라 수사 기관과 공조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죠. 정부는 미국 등의 주요 기관과 공조한다는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공조가 어려운 국가로 서버를 다시 옮기면 그만이라는 한계에 직면해 있죠. 실제로 원조 누누티비도 서버를 중남미 국가인 도미니카공화국에 뒀고요.
사실 불법 복제 사이트는 국내 콘텐츠 산업을 갉아먹는 고질적인 문제예요. 국내 최대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였던 ‘밤토끼’의 사례가 대표적이에요. 밤토끼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수만 편에 이르는 유료 웹툰을 무료로 게시했어요. 한 때는 국내에서 독보적 1위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보다 많은 이용자를 모으기도 했죠. 정부와 오랜 전쟁 끝에 밤토끼는 폐쇄됐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사이트가 생겨나며 불법 웹툰 시장은 매년 커지는 모양새예요.
K-콘텐츠의 위상은 최근 날로 높아지고 있어요. 지금처럼 불법 사이트가 성행한다면, 언젠가는 콘텐츠 산업의 성장이 발목 잡힐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아요. 세계에서 사랑받는 우리 콘텐츠를 지켜주기 위해 정부가 어떤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네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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