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 첨단 유전자가위 해외특허 33건…글로벌 '빅3'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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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19. 오후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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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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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노벨상 나온 '유전자 가위'
툴젠, 2000년대초부터 한우물
남들 외면할때 개량기술 확보
혈우병 등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 2021 신년기획 Rebuild 글로벌 넘버원 K바이오 ② ◆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벽산디지털밸리 빌딩. 이 건물 12층에는 유전자 치료제 및 종자 개발본부 등으로 된 230평(760㎡) 공간에 제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로 유명한 툴젠의 연구소가 위치해 있다. 여기서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운동 및 감각신경이 손상되는 샤르코마리투스병 등 각종 희귀질환에 대해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툴젠은 최근 전 세계 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핫한 분야 중 하나인 유전자가위에서 흔치 않은 특허 기술력을 보유해 '글로벌 넘버3'에 드는 업체다. 지난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외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유전자가위는 희귀질환 등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고 정상 DNA를 붙여 유전자가 원래 기능대로 작동하도록 교정하는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생명공학계 혁명'으로 불릴 정도로 인류가 고치지 못했던 질환들을 치료하는 데 유용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새로운 기술인 만큼 특허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고, 생명윤리 제약 때문에 상업화된 치료제 개발은 더딘 편이다. 이로 인해 유전자가위 기술의 미래 가치만 수조 원대에 달한다는 평가다. 김영호 툴젠 대표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국내에선 툴젠이 유일하고, 전 세계에서도 우리를 포함해 미국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 등 3곳이 전부"라며 "최첨단 바이오 분야에서 국내 업체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분야"라고 강조했다.

국내 벤처기업이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꼽히는 유전자가위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높은 기술력을 갖춘 것은 1999년 툴젠을 공동 창업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수석연구원(박사·전 서울대 화학과 교수)이 일찌감치 유전자 교정 분야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미국 유학 시절 현지 분자생물학 교수들이 벤처 창업에 나서는 것을 보고 당시만 해도 국내에 생소했던 유전자가위로 창업을 결심했다. 앞서 1~2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견해도 많았지만 김 박사는 유전자가위 기술이야말로 향후 유전자 시대가 도래하면 바이오 시장을 바꿀 주도적인 기술로 판단하고 한 우물을 팠다. 다수가 기존 유전자가위 기술의 정교함과 효율성 부족을 들어 가능성이 작다고 보류했지만 툴젠은 우직하게 외길을 걸었다.

툴젠은 2000년대 초반 인간 유전체에 있는 약 2000개 징크핑거단백질(JFN) 가운데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에만 결합하는 50여 개를 골라냈다. 징크핑거는 단백질 입체 구조가 손가락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 박사는 징크핑거단백질을 소재로 '유전자 스위치'로 불리는 DNA 결합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1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을 처음 개발했다. 이후 툴젠은 2세대 탈렌 유전자가위 기술 개발에 착수해 2010년 완료했다. 2세대 유전자가위 탈렌은 3개의 염기서열에 1개씩 결합하는 징크핑거와 달리 1개 염기서열에 1개만 결합할 수 있어 정확도가 높다. 툴젠은 이후 2012년 3세대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까지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원하는 유전 정보 위치에 얼마나 가까이 유전자가위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정교성'과 유전자가위가 목표로 하지 않는 다른 DNA 서열은 건드리지 않고 해당 부위가 잘라내는 '특이성'은 보다 진화된 3세대 크리스퍼가 가장 앞선다.

툴젠이 유전자가위 글로벌 빅3가 된 또 다른 배경 중 하나는 보유한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를 신속히 출원한 덕분이다. 툴젠이 지금까지 확보한 유전자가위 글로벌 특허는 총 33개에 달한다.

툴젠이 세계 최고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것은 초기부터 철저한 특허 관리 노력을 경주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현재 툴젠은 샤르코마리투스병, 황반변성, 혈우병 등에 쓰이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중 가장 앞선 것은 샤르코마리투스병에 대한 치료제다. 올해 미국에서 공식적인 전임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1년가량 전임상을 거친 후 순차적으로 임상 1~3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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