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시위 버텨보자"…몸 녹이려 마신 "커피" "녹차" "술" 큰 일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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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12. 오전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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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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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아침 전국 최저기온이 -24.5도, 수도권 -16.1도까지 떨어지며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9일 오전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5.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연일 맹추위가 이어지는데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과 광화문 일대 등 도심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영하 10도 안팎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늦은 밤과 새벽에도 관저 주변에서 아예 천막을 치고 밤샘 농성에 참가하는 시민도 적잖다. 그런데 이런 맹추위 속 야외 취침처럼 몸을 장시간 노출하는 건 의학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 과연 건강에 어떤 해를 끼칠 수 있을까?

11일 임용수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즘처럼 매우 추울 때 밖에서 장시간 머물면 혈관을 수축해 심혈관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며 "혈관이 수축하면 혈압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고혈압·당뇨병 같은 혈관 관련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면 뇌졸중, 심혈관 질환이 생길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런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가 밤새우면서 커피·녹차 같은 카페인 음료, 술을 마시는 행위는 '자해 행위'에 가깝다. 카페인·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소변을 보고 싶게 하는 이뇨 작용이 활발한데, 소변을 보면 체온을 더 떨어뜨려서다. 임용수 교수는 "특히 추위로 체온이 떨어질 때 혈압이 오르지만, 혈당은 떨어진다"며 "당뇨병 환자가 이런 집회에서 커피를 마시면 저혈당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추위를 이기기 위해 술을 마시면 체온이 떨어져도 취기가 올라 추위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는데, 실제로 국내에선 저체온증·동상 등 한랭 질환자의 30% 이상이 '음주 상태'에서 발견된다. 체온 손실을 막으려면 따뜻한 커피보다 '따뜻한 물'을 마셔야 한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체포·탄핵 찬반 집회로 한남대로 양방향이 통제되고 있다. 2025.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저체온증'도 주의해야 한다. 저체온증은 몸이 장시간 추위에 노출돼 정상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심부체온이 35℃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실제로 최근 70대 남성 A씨는 경제적 부담으로 난방기구 사용을 줄이고 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하던 중, 최근 한파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실내 온도가 10도 이하로 내려가자 저체온증 증상으로 응급실에 이송됐다.

저체온증은 심각성에 따라 경증(심부체온 32~35℃), 중등증(28~32℃), 중증(28℃ 미만)으로 나눌 수 있다. 경증 저체온증에서는 팔다리가 심하게 떨리고, 기억력이 감퇴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체온이 32℃ 이하로 떨어지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31℃ 이하에서는 오한으로 열을 발생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30℃ 이하에서는 맥박이 느려지며, 부정맥 발생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진다. 체온이 낮아지면서 심정지를 일으키는 심실빈맥, 심실세동 등 위험한 부정맥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대동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손강호 센터장(응급의학과 전문의)은 "우리 몸은 추위에 노출되면 말초 혈관을 수축해 열 손실을 줄이고 몸을 떨게 만들어 체온을 올리려는 보상반응을 일으킨다"면서 "A씨처럼 고령이면 자율신경계, 혈관 방어기전이 떨어져 보상반응이 낮아 저체온증 같은 한랭질환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추위여도 고령일 때 저체온증이 더 잘 생길 수 있단 얘기다.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마지막 날인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체포 구속 긴급행동"에서 민주노총, 진보당 등 진보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이 텐트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및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2025.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1시간 넘게 있지 말아야…일회용 난로는 겨드랑이 쪽에


추운 날씨에 집회에 장시간 참가해야 한다면 1시간 이상 계속 밖에 있기보다는 중간중간 따뜻한 곳으로 이동해 몸을 녹이는 게 권장된다. 예컨대 50분간 밖에 있었다면 10분간 따뜻한 실내에서 따뜻한 물을 마시며 몸을 녹이는 방식이다.

심장에서 가장 가깝게 큰 혈관이 지나가는 머리와 목은 신체 부위 중 열이 가장 빨리 빠져나간다. 따라서 목도리·마스크·모자 등으로 보온하며 손·발 역시 장갑·방한화로 체온을 유지한다. 붙이는 방식의 일회용 난로는 속옷을 입은 상태에서 '겨드랑이 쪽'에 붙이면 체내 열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단, 심장질환이 있을 땐 뜨거운 열이 심장 부위에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집회에 참가하기 전, 날씨 정보와 함께 체감온도를 반드시 확인한다. 내복을 입으면 약 2.4℃의 보온 효과가 있으므로 부드럽고 흡수성이 좋은 소재의 내복을 챙겨 입는다.

집회 참가자 중 주변 사람에게서 의식이 혼미해 보이거나 손발을 심하게 떨고, 심장 박동이 느려지면서 부정맥이 생기는 등 저체온증이 의심되면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환자를 따뜻한 환경으로 이동시킨 후, 담요를 덮어 수동적으로 체온을 높여야 한다. 옷이 젖어있다면 옷을 벗겨 열 손실을 방지하고, 신속히 병원으로 가거나 빠르게 119로 신고해야 한다. 의식이 있는 경우 깨어있도록 말을 걸고 따뜻한 음료나 초콜릿을 주되, 의식이 없는 경우 질식할 위험이 있으므로 음식을 주지 말아야 한다. 병원에선 중등도 이상의 저체온증 환자에게 따뜻한 수액을 넣거나, 공기 가열 담요, 능동외부재가온 등의 치료를 시행한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아침 전국 최저기온이 -24.5도, 수도권 -16.1도까지 떨어지며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9일 오전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 가운데 음식이 배식되고 있다. 2025.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당뇨병 환자는 몸이 추울 때 저혈당이 더 빨리 생길 수 있다. 부득이하게 집회에 참가해야 한다면 저혈당을 대비해 사탕·초콜릿을 챙겨가야 한다. 또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자는 약을 챙겨 가, 시간을 지켜 먹어야 한다. 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마비가 왔다면 뇌졸중의 신호일 수 있어, 119로 신고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저체온증·동상 등 한랭질환 환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약 40%로 가장 많고, 주로 야외에서 발생했다. 한랭질환은 하루 중 지속해서 발생하지만, 특히 기온이 급감하는 새벽, 아침(0~9시)에 전체 환자의 약 40%가 발생했다. 강형구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장갑·신발이 젖으면 동상에 걸리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면서 "노인이 추운 날씨에 무리한 신체 활동을 하면 혈압이 상승하고 심뇌혈관 질환을 악화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야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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