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4년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는데 전공을 살려 취업할 생각이 없었다. 실습을 나갔을 때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부담스럽다고 느꼈다. 언젠가 다른 분야 자격증 공부를 해 대기업에 도전할 생각이 있지만 현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생활에 70% 만족한다.
최씨는 올해 상반기에는 저녁 아르바이트로 주점 서빙 일을 병행했다. 월수입은 늘었지만 체력이 달렸다. 서빙 일은 그만뒀지만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저녁 아르바이트를 물색하고 있다.
일자리가 초양극화하면서 '2030 프리터족(프리 아르바이터)'이 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가 아니면 차라리 '프리터'로 살겠다고 자처한다. 중소기업 기피에 따른 사회상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최씨와 같은 2030세대 중 시간제 근로자는 지난해 117만여명으로 2014년(66만2000여명) 대비 10년새 77% 증가했다.
'자발적 프리터족'이 크게 늘었다. 시간제 근로자 중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는 61.1%으로 2014년 47.7%에서 10년 새 13.4%포인트(p) 증가했다. 이들은 △근로 조건이 만족스러워서 △직장 이동이 쉬워서 △노력한 만큼 수입이 보장돼서 등을 이유로 답했다.
'스트레스 주면서 월급 쥐꼬리'…훌훌 떠난 사람들
이모씨(34)는 8년째 건설 현장에서 관리 일용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근무 시간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은 그에게 큰 장점이다. 그도 10년 전엔 1년6개월 가량 중소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했다. 월급은 200만원으로 턱 없이 부족한데 개인 시간을 낼 수 없고 쉬는 시간도 많지 않아 중소기업에 근무할 바에야 '프리터'로 일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이씨는 "일을 잘하지 못하면 당일에도 잘릴 수 있어 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불안정한 것은 맞다"면서도 "개인 시간을 내기 좋고 지금 삶이 훨씬 더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만 해도 일이 없어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내내 잠을 잤다"며 "일하는 날에도 현장이 바쁘지 않으면 쉬는 시간이 많다"고 했다.
백화점에서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이모씨(30)는 5년 전쯤 연봉 5000만원을 주던 중소기업을 그만뒀다. 사내 인간관계가 큰 스트레스였다. 인사 평가에서 당했다고 느낀 순간 직장을 그만뒀다. 현재 적게는 주 3일 하루 평균 6시간 일하며 한달 2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씨는 "한국 직장 내 문화가 나 같은 프리터족을 만드는 것 아니겠나"라며 "백화점 아르바이트는 진상 고객을 만날 때도 있고 고용안정성이 없다고 하지만 직장에서 사람을 갈아내는 듯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3 청년 구직 현황 및 일자리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는 '낮은 연봉 수준'(55.3%), '근로문화가 좋지 않음'(29.5%), '고용 불안정 우려'(28.4%) 등이 꼽혔다.
프리터족이 우리 사회 주요 일자리로 자리 잡는 배경이다. 대기업에 가지 못할 바에야 스트레스가 적고 수입도 상당한 전업 아르바이트가 낫다는 판단이다.
8년차 건설현장 일용직 이씨는 2022년 중견기업으로부터 연봉 6000만원의 일자리를 제안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는 수년간의 경력을 인정받아 지난 11월 인센티브까지 포함해 월 1200만원을 벌었다.
그는 "일용직도 4대 보험이 된다. 일하면 일하는 대로 벌 수 있다"며 "대기업 정규직이 아닌 이상 굳이 회사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지금처럼 프리터족으로 지내는 게 훨씬 낫다"고 했다.
2년간 서울 소재 중소기업에 다니던 박모씨(28)도 지금은 경기도 본가에 살며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일한다. 박씨는 "나름 원하던 디자인 직무여서 주말 추가 근무도 자처했지만 포트폴리오에 못 넣는 반복 작업만이 내 몫이었다"라며 "서울에 살며 비싼 월세를 감당하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틈틈이 프리랜서로 재택하며 빵집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