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키운 '콘크리트 미스터리'…국토부, 방위각 시설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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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02. 오전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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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정부합동조사단이 로컬라이저(착륙유도시설) 둔덕에 올라 콘크리트 잔해 등을 살펴보고 있다. /무안국제공항=뉴시스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구조물(둔덕)과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의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새해 첫날인 1일에도 지속됐다.

최초 방위각 시설을 지지하는 둔덕의 위치가 지나치게 활주로와 가깝다고 지목된 데 이어 둔덕이 부서지기 쉬운 재질이 아닌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사고 피해를 키웠으며, 해외 공항엔 이러한 시설이 아예 없다는 문제 제기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세종청사 사고 브리핑에서 "국내외 기준 및 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해당 시설 구조는 무안공항 설계 당시부터 적용됐다는 점도 재차 확인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개항 초기부터 둔덕이 있었고 그 안에 콘크리트 지지대가 있었는지 과거 자료를 보고 말씀 드린 것"이라며 "(개항 당시부터)흙으로 덮인 둔덕 안에 콘크리트 지지대가 들어가 있는 형태였고 2022년 개량 공사에서 추가된 부분은 전체를 콘크리트로 덮은 게 아니라 상부에 콘크리트 상판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토부는 참사가 발생한 만큼 전국 공항에 설치된 시설물을 다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주 실장은 "전국 공항에 설치된 항행 안전시설에 대한 재질 조사 등을 현재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최초 설명과 달리 해외 공항엔 국내와 유사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자료에는 (외국 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있다고) 돼 있는데 아니라는 주장이 있어 다시 보완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국토부는 전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항과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등 해외 공항에 유사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자 콘크리트 재질의 둔덕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이번 참사 피해 규모가 커진 이유로 둔덕이 부서지기 쉬운 재질이 아닌 콘크리트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의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고시를 보면 항행에 사용되는 장비 및 시설로 반드시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에 설치돼야 하는 물체는 항공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하며 최소 중량 및 높이로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토부는 콘크리트 지지대 둔덕을 만든 이유에 대해 "비바람에 흔들리면 안 되니 고정하기 위해서였다. (종단) 안전구역 밖에 있어 재료에 제한받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외국공항 사례도 포함해서 주요 선진국들의 규정 등 국제기준과 해외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내 다른 공항들의 안전 문제 질의엔 "여러 가지 시설기준들이 촘촘하게 마련돼있어 다른 공항들의 시설들도 그 기준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며 "다만 항공안전 전반에 걸쳐 특별 안전점검하고 있듯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고. 여러 문제 제기가 있다면 필요한 조치도 하고 (개선을) 검토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규정상 하자가 없다면 이번 참사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해 새 기준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둔덕의 경우 지지력이 약한 자재로 만들어졌으면 비바람이 쳤을 때 로컬라이저가 날아가 주위에 큰 피해를 줬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번에 무안국제공항이 규정을 어긴 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만약에 규정을 모두 만족했다면 앞으로 사고를 방지할 새 표준을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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