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에 크리스마스 즐겼어요."
지난 25일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친구와 함께 소박하지만 실속 있는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온라인에서 눈 풍선과 양말, 루돌프 코, 산타 머리띠 등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2만원에 구입해 자취방을 꾸미고 마트에서 소고기와 무알코올 맥주 등을 3만원에 구입해 밑반찬과 먹었다.
최씨는 "크리스마스에는 사람이 많아서 영화를 보거나 사진 한 장 찍으려고 해도 매번 줄 서야 하는 게 스트레스"라며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 있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집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고물가 여파로 '방구석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줄어든 연말 특수에 자영업자들은 고개를 숙인다.
"외식은 비싸"…집에서 즐기는 크리스마스
고공행진 중인 외식 물가가 방구석 크리스마스족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0대 여성 박모씨는 지난 25일 크리스마스에 집에서 친구와 함께 라따뚜이를 직접 요리해 먹었다. 가지와 토마토, 애호박을 구매한 뒤 치즈와 먹는데 2명이서 1만원 정도 들었다고 했다.
박씨는 "요즘은 외식을 하면 1인당 2만~3만원 정도 드는데 조용하게 집에서 보내니까 오히려 더 좋았다"며 "오는 31일 올해 마지막 날에도 집에서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20대 여성 이모씨는 집에 가족들을 초대해 홈파티를 열었다. 가족 3명이 파스타, 딸기 케이크 등을 요리하는데 6만원 정도 들었다. 이씨는 "파스타 재료는 집에 있던 것들 이용했고 새우는 친척에게 받은 것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계엄 여파에 연말 특수 사라졌다… 자영업자 한숨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연말 특수를 노린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내쉰다. 26일 오전 11시쯤 방문한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는 썰렁했다. 이곳에서 양꼬치집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작년에는 크리스마스에 15팀 넘게 왔는데 올해는 3팀 밖에 안왔다"고 전했다.
같은 골목에서 국수 식당을 운영하던 30대 여성도 얼굴이 근심이 가득했다. 그는 최근 줄어든 매출을 줄이기 위해 저녁에도 점심 메뉴를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지난해보다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올해 소상공인연합회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상공인 경기 전망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4%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중에서 매출이 50% 이상 감소했다는 소상공인은 36%로 가장 많았다. 30∼50% 감소가 25.5%를 차지했다.
상인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종로구 한 식당 주인은 "올해 캐롤을 틀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도 계엄 때문에 소용이 없다"며 "작년 크리스마스에 비해 20% 정도 매출이 줄었는데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