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중심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와 브랜드 소비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로코노미'(Local Economy) 트렌드가 부각되고 있다. 상징성 있는 대표 기업이 자리 잡는 것으로도 주변 상권이 덩달아 활성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역마다 대표성을 띠는 브랜드 혹은 기업이 둥지를 틀어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자연스럽게 인근 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성동구의 의복 소매업 월 매출 합산 추정치는 약 111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약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복 소매업 기준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매출 증가율이며 월 매출 100억 원이 넘는 지역 중에서도 △중구(5.3%) △강남구(-12.3%) △마포구(-17.7%) 등을 모두 앞지른 수준이다.
특히 지난 10월에 서울시 전체의 의복 소매업 오프라인 매출이 1606억 원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5.51% 역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성동구가 패션 소비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성동구가 패션 1번지로 탈바꿈하게 된 데에는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가 성수동에 앵커 테넌트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 주효했다.
무신사가 2022년 하반기 본사 소재지를 서울 성수동으로 옮긴 이후 지난달 기준 무신사가 성수동에서 운영하는 패션 관련 오프라인 공간은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 △무신사 엠프티 성수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 △이구성수 등 총 4개다.
무신사 오프라인 공간이 자리 잡은 성수2가 1동의 경우 지난 10월 의복 소매업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4배 이상 급증했고, 화장품 소매업 매출은 10배 이상 늘었다. 더불어 무신사가 성수동을 거점으로 삼은 이후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한섬 EQL, 뉴발란스, 올리브영N성수, 글로벌 편집숍 키스(KITH) 등 트렌드를 이끄는 유명 브랜드 오프라인 스토어가 잇따라 오픈하며 성수동의 지역 브랜딩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지역 토착 기업이나 브랜드가 지나치게 성장할 경우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성동구청은 2016년부터 서울숲길, 방송대길 등 일부를 지속 가능 발전구역으로 최초 지정한 이후 지난해 8월에는 성수동 일부를 제외한 전역으로 구역을 확대했다.
성수동 지속 가능 발전구역에서는 지역 상권 활성화와 지역 공동체의 상생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건물주·임차인·성동구 간의 3자 자율 협약 체결을 권장하고 있다. 아울러 성수동이 과거 서울 중심부의 도심제조업 지역으로 영세업체들의 붉은벽돌 공장지대였던 점에서 착안해 지역자산으로 주목받는 붉은벽돌 보존과 확산을 위한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성수동만의 '붉은벽돌건축물 보전·지원조례가 2017년 7월에 제정됐고, 이를 통해 전체 공사금액의 절반 내지는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금이 제공되는 방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의 소비 트렌드는 특정 브랜드, 상품을 쫓아서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고객들이 찾아가는 로컬 이코노미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 자리 잡은 이후 상권을 활성화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 전반이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과 지자체가 함께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