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유독 힘들었던 이유…"집중호우 열대야 '복합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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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9. 오전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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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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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기후리포트: 날씨의 습격-기후과학자에게 묻다]
③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편집자주] 사상 최장 열대야, 시간당 100㎜의 폭우 등 올해 여름을 포함해 최근 몇년간 기록적 폭염과 폭우가 한반도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이전과 다른' 날씨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를 '한반도 기후리포트'를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짚어 본다. 그 첫 순서로 지금 겪고 있는 이상기후가 지구온난화와 어떤 관계인지, 한반도에서 특히 주목되는 이상기후는 어떤 것인 지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 본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사진=권다희 기자


"올해 여름은 매우 특이합니다. 집중호우와 열대야가 같이 발생했어요. 과거에는 둘 중 하나만 대응하면 됐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은 여름이었습니다. 이 경우 대응도 더 어렵습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난 27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여름 날씨를 설명하며 '복합재해'란 표현을 썼다. 성격이 다른 기상재해가 동시에 또는 바로 연달아 발생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손 교수는 "복합재해 증가는 전 세계적인 경향"이라며 "중국, 인도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비가 와도 더위 식지 않는 여름


복합재해의 여파는 일상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집중호우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는 불편을 겪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에어컨 없이 잘 수 없는 무더운 밤을 보내야 했다. 특히 올해 서울의 열대야(밤최저기온 25 ℃ 이상)는 39일(8월28일까지)로 사상 최장이다. 30년 평균(12.5일)은 물론 2위인 2016년의 기록(32일)을 훌쩍 웃돈다. 비가 내린 후에도 대기 중 수증기가 다 해소되지 않으면서 이 남은 수증기가 지구의 에너지 방출을 막는 온실효과를 일으켜 밤에도 온도가 떨어지지 않으면서다.

손 교수는 "비는 더위를 식히는데 올해는 평년보다 비가 많이 왔음에도 폭염과 열대야가 줄어들지 않았다"며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라 했다. 올해 여름은 최고 온도(36.4 ℃, 서울 기준)로는 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꼽히는 2018년 기록(39.6 ℃) 을 넘지 않았지만, 8월 평균기온(29.6℃, 27일까지)은 2018년(28.8 ℃)을 웃돈다. 더운 밤이 잦았던 탓이다.

기상청이 지정한 특이기상연구센터 중 하나인 장마 특이기상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손 교수는 한국의 강수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도 짚었다. 그는 "과거 여름에는 장기간 넓은 지역에서 비가 왔다면 최근에는 짧은 기간 좁은 지역에 강수가 집중된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극단적 비'는 더 빈번해졌다. 올해에만 경기도 북부, 전라북도 일부 지역에서 시간당 100mm 이상의 비가 10번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7~1986년과 1987~1996년 시간당 100mm 이상의 비는 각각 2회, 3회 내렸을 뿐이다. 10년에 두세 차례 관측되던 재난수준의 비가 올해에만 10차례 발생한 것. 손 교수는 "시간당 100mm의 비는 한국의 어떤 도시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비"라며 "동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가장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 한국 최장, 최대 기상 기록/그래픽=이지혜



폭염·열대야·폭우…'최장'·'최대' 기상 기록 최근 빈번해져


특히 그가 최근 기상 변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꼽은 건 변동성 확대다. 손 교수는 "몇 년간은 비가 너무 안 오고, 이후 몇 년간은 비가 너무 많이 오는 양극단이 번갈아가며 발생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2019년까지 수년간 가뭄을 걱정할 정도로 평균 이하의 적은 비가 내리다가 2020년에는 사상 최장기간 장마가 찾아왔고, 2022년과 2023년에는 일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게 대표적이다.

극단적 기상현상이 빈번해지며 위기감도 확산하고 있다. 손 교수는 "학계에서는 지구온난화와 이상기상 현상의 인과관계가 뚜렷하다고 보고 있다"며 "만약 기후 시스템이 이렇게 갑자기 뜨거워지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이상기후와 이상기상 현상들은 없었을 거라는 데 많은 학자들이 공감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이례적인 기상 현상이 지난 몇년간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 역시 기후위기의 징후로 읽을 수 있다고 손 교수는 짚었다. 한국의 경우 최장기간 폭염(2018년), 최장기간 장마(2020년), 서울 최대 시간당 강수량(2022년), 역대 가장 센 장마철 강우 강도(2023년), 최장기간 열대야(2024년) 등이 모두 최근 발생했다.

손 교수는 한국에서 재난수준의 비가 잦아진 만큼 폭우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경계심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올해 군산에 시간당 14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왔지만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건 지난해를 교훈삼아 적극적인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며 "개인들도 많은 비가 내릴 거란 예보가 있을 때엔 외출을 자제하거나 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손석우 교수는
△2024~한국기상학회 재해기상특별위원장 △2024~기상청 지정 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장 △2012~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2008~2012 맥길대학교 대기해양학과 조교수 △2006~2008 컬럼비아대학교 박사후 연구원 △펜실베니아주립대 기상학 박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석사 △서울대 대기과학과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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