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세일도 안 통했다…"직원 월급도 못 줘" 문 닫는 중국 고급 식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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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8. 오후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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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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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부진 본격화하며 초고가 레스토랑 줄폐업…
고소득층 소비패턴까지 달라지는 분위기 포착
폐업한 한 중국 고급 레스토랑 내부를 중국인 크리에이터가 촬영했다./사진=바이두

'고가불패'도 옛말이다. 불황형 소비가 본격화하면서 중국 주요 도시의 고가 식당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내수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요지부동이던 고소득층의 소비 패턴도 달라진다는 반증이다.

28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상하이에 본점을 둔 중국 고급 레스토랑 체인 신롱지는 최근 베이징 금융중심가 지점을 폐쇄하기로 했다. 신롱지는 중국에서 중국음식으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유일한 식당이다. 일반 객단가는 800위안(약 15만원) 정도인데, 최근 398위안(약 7만원)짜리 할인세트를 출시한 게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롱지만의 얘기가 아니다. 베이징 시내 유명 양식 레스토랑 리퍼가 지난 4월 문을 닫았고, 10년간 성업하던 역시 유명 레스토랑 티아고도 6개 매장을 조만간 모두 폐쇄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선 레스토랑 멤버십을 고객에게 현금을 미리 받아 충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티아고는 충전 잔액도 상환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격조 있는 미술품 컬렉션을 전시해 유명했던 베이징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페라 밤바나도 갑자기 문을 닫았다. 베이징 시내 한 유명 쇼핑센터에서 영업했던 이 식당은 임대료를 내지 못했고 직원들의 임금도 체불된 상태다.

베이징보다 고급 레스토랑이 많은 상하이 상황은 더 복잡하다. 1인당 평균 단가가 1580위안(약 30만원)에 달했던 와이탄 소재 프랑스 레스토랑 라뜰리에18이 돌연 문을 닫았고,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난징시루 클럽 레스토랑 KOR상하이, 위즈란, 오스테리아, 밍루촨 등도 줄줄이 폐업했다.

중국 최고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상하이 울트라바이올렛(UV)은 얼마 전 8888위안(약 165만원)짜리 1인 세트 가격을 6888위안(약 128만원)으로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165만원이나 128만원이나 어차피 보통 사람들이 사먹긴 힘든 가격이지만 반 년을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식당이었던 만큼 중국 내에선 나름 충격적 소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요식업 시장조사업체 레드밀빅데이터에 따르면 7월 기준 상하이에서 1인 객단가 500위안(약 9만5000원) 이상 고급 음식점은 전체의 0.59%인 1400개로, 지난해 5월 2700개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줄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외면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컨설팅기업 민텔은 지난 2월 기준 조사에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를 원한다'고 응답한 소비자 비율이 처음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9월까지도 비율이 상승했던 터였다. 민텔의 루루이쉰 이사는 "신중한 소비 추세에 따라 소비자들이 '필요한 소비'의 의미를 재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전체 요식업계는 이미 폭탄을 맞았다. 컨설팅업체 베이징도우인이 최근 발표한 '신규 부티크 케이터링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폐업한 식당은 총 78만개로, 2022년 연간 폐업한 식당 수를 8개월 만에 초과했다. 베이징도우인은 "요식업은 진입장벽이 낮아 새로운 식당들이 마구 유입되며 과도한 경쟁이 발생,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초고가 시장까지 무너진다. 비쌀수록 잘 팔리던 게 비싸면 안 팔리는 상황이 됐다. 중국 훠궈 체인 브랜드 샤브샤브의 손익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가장 비싼 메뉴인 하이엔드훠궈 1인당 객단가는 142.3위안으로 전년 대비 5.7% 줄었는데, 일반메뉴 객단가는 62.2위안으로 2.7% 줄어 상대적으로 덜 감소했다.

중국 정부의 각종 정책에도 내수부진이 요지부동인 가운데 중국 요식업계 상황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았던 중저가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존스랑라살르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베이징 쇼핑몰 신규 오픈 요식업 매장의 80% 이상이 커피숍이나 덮밥집 등 단가가 낮은 업종이었다. 상하이에선 지난해 신규 오픈 식당 중 중저가 비율이 전년 대비 15%포인트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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