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에 벌벌 떤 북한, "꺼라" 경고하더니…42년 만에 한국 포격[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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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0. 오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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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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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5년 8월 20일 오후 장병들이 탄 군 작전 차량이 경기도 연천군 중면 삼곶리 도로를 오가고 있다. (참고 이미지) /사진=뉴스1

2015년 8월 20일 오후 3시53분쯤,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포함한 경기도 연천군 중면 인근의 서부전선 대북 확성기에 포격을 가했다.

이는 1973년 이후 42년 만에 북한이 도서 지역을 제외한 DMZ 이남에 직접적인 포격을 가한 사건이다. 당시 아군이나 민간인 피해는 없었으나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다.



DMZ 목함지뢰 매설 사건→대북 확성기 방송…북한 반발


경기 연천군 중부전선 대북확성기 방송실에서 육군 장병들이 방송기계를 작동시키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머니투데이 DB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16일 전인 2015년 8월 4일, 경기도 파주시 대한민국 육군 제1보병사단 예하 수색대대 부사관 2명이 DMZ의 아군 추진철책 통로에서 북한군의 목함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는 합동 진상조사를 통해 북한이 몰래 DMZ를 침범해 의도적으로 목함지뢰를 매설해 놓았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 사건을 북한의 도발로 규정하고, 6일 후인 2015년 8월 10일 오후 5시부터 대북 방송을 재개했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한 것은 11년 만이었다.

북한 측은 크게 반발했다. 북한 측은 '공개경고장'을 통해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는 북남 군사적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파기 행위이고 우리에게 선전을 포고하는 직접적인 전쟁 도발 행위"라며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 대북 확성기 향해 포격…'진돗개 하나' 발령


2015년 8월 21일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서 철조망 사이로 바라본 민북지역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뉴스1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2015년 8월 20일 오후 3시53분 14.5mm고사포 한 발을 연천군 중면 지역으로 발사했다. 이 포탄은 인근 야산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어 4시12분 76.2mm 직사포 수발을 연천군 지역 DMZ 내 군사분계선 남측 700m 지점으로 발사했다. 2차 포격이 이어지자 우리 군도 군사분계선(MDL) 북측 500m 지점에 155mm 자주포 수십발을 응사했다.

이와 관련해 당국자는 "북한군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대응 사격하면서 우리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 준 것"이라며 "다만 아군이 직접 피해를 받은 것도 아니고 도발 시기와 도발 주체를 바로 알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즉각 원점 타격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첫 포격 후 70여분 이후에야 우리 군이 대응한 것과 관련해서는 "우리 군의 대응이 늦은 것은 아니다"며 "첫 발인 고사포의 경우 레이더가 가끔 허상을 보는 경우가 있어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주변 주민 대피 등 상황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다"고 항변했다.

우리 군은 전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북한은 48시간 이내에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군사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했으나,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 준전시상태 선포→남북 고위층 회담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뉴시스

하루 뒤인 21일, 김정은 당시 노동당 제1비서는 전선 지대에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군인들에게 '완전무장'을 명령했다.

이에 워치콘(Watchcon, 대북정보감시태세)이 4에서 3으로 상향 조정됐고,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한민구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뢰 도발에 따른 우리의 응당한 조치"라며 "이를 구실로 추가 도발을 해온다면 우리 군은 이미 경고한 대로 가차 없이 단호하게 응징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22일에는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고 미국 육군 제210화력여단이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 워치콘은 3에서 2로 격상됐다. 고조된 긴장감 속 이날 오후 북한의 제안으로 남북 고위층 회담이 열렸다.

회담은 25일 0시 55분 종료됐고, 이날 오전 2시 남북 공동 보도문이 발표됐다. 남북 공동 보도문에는 △남과 북은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우리 군은 대북 확성방송을 중단했고,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했다. 북한군은 최전방 부대에서 진지 점령 근무를 해제하고 즉각 사격 태세를 유지하던 포병 전력을 평시 상태로 전환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근무하던 북한군들도 AK-74 소총에서 권총으로 휴대 무장을 전환했다.



외신, 전쟁 가능성 주목…북한의 '유감' 표명은 긍정적


2015년 8월 21일 오후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 /사진=뉴시스

당시 외신들은 북한의 무력 도발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은 자주 위협을 가해왔지만 끝까지 위협하진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의 예측 불가능성이 최근 통제 불가능한 대결로 치닫는 리스크에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 2010년 북한의 치명적인 공격(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군사력에 대한 제한 조치를 완화했다"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징이 자칫 전쟁을 촉발하는 잠재적인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북한군이 지도부에 대한 충성을 보여주기 위해 대응(무력 도발)을 강요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BBC도 북한이 완전 무장한 전시상태를 선포한 것과 관련해 "북한의 무력 도발이 예사롭지 않다"고 우려했다.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된 위기 상황이었음에도 이번 사건으로 북한이 '유감'을 표명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사과'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으나, '유감'이 목함지뢰 사건에 대한 시인의 성격을 지녔기에 특기할 만하다는 것이 주된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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