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5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재석 299명 중 찬성 194명, 반대 104명, 무효 1명으로 최종 부결했다.
국민의힘에선 의원 한 명이 '부(否)' 한자를 잘못 표기해 무효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재석한 야당 의원 전원(19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한다면 여당에서 3명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고 2명이 추가로 이탈했단 얘기다.
앞서 민주당이 1차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도 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했으며 지난 5월 21대 국회 종료 직전 재표결에서 재석 294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된 바 있다. 당시에도 가결에 필요한 196표에 미치지 못해 폐기됐다.
민주당은 특검법 재발의에 나선다는 계획인데, 구체적 방식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정해진 게 없단 입장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특검법 부결 후 플랜을 논의했나'란 질문에 "대통령이 거부한 안건에 대해 이것을 재의결에 부치느냐 아니면 포기하고 여당과의 협상하느냐 (고민했는데) 일단 역사에 기록을 남기기 위해 공식적 재의결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원들 생각이었다"며 "그 이후 상황은 지도부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 이 국면이 마무리된 다음 새롭게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당내에서 친윤(친윤석열)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비토(반대) 발언이 벌써부터 이어지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날 KBS라디오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의원이 표결하고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내대표에게 전권이 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의사가 다를 때는 원내대표의 의사가 우선"이라고 했다. 김민전 최고위원도 SBS라디오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입장이나 특검 임명 문제는 원내 전략"이라고 선을 그었다.
친한동훈계인 장동혁 최고위원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민주당은 오늘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되면 다른 전략으로 간다는데, 우리가 나서서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고 하는 것이 맞는지는 조금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그간 어떤 방식의 특검법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당내 반대 기류에 "우리 당은 민주적 절차를 지키는 정당이고 모든 사람이 의견을 낼 수 있다. 이견을 좁혀가며 토론하면 된다"며 한 발 물러난 상태다.
민주당의 셈법은 복잡하다. 우선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는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특검법안에 반대 입장을 냈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 CBS라디오 토론회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현재 특검법대로 하는 게 정의롭다"고 밝혔다. 제3자가 특검을 뽑는 방식이 아닌 야당 추천 특검법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민주당 내부적으론 제3자 추천 특검법안도 함께 논의해볼 수 있다는 기류가 읽힌다. 민주당의 이런 입장엔 여권의 단일 대오를 흐트러뜨리고 내부 분열을 부각할 수 있다는 속내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는 방안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국회 규칙을 고쳐 여당의 추천권을 줄이거나 배제하는 방식으로 윤 대통령의 반복되는 재의 요구권 행사를 우회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특검 진행을 위해 제3자 추천 방식이든 다른 제3의 방식이든 여당과 조율할 필요가 있단 의견도 있다"며 "그러나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애초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어 반대 의견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상설특검도 윤 대통령이 특검 임명을 안 하면 말짱 도루묵이라 결국 국정조사를 진행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