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기다리면 2개 줄게" 꾹 참은 꼬마들, 크면서 보인 놀라운 모습 [딥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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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0. 오전 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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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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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제 많이 아는 것보다 사고의 깊이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AI시대의 Deep thinking(깊이 생각하기)을 고민해봅니다.
/사진=픽사베이
'만족지연(delayed gratification)'은 미래에 더 가치 있는 보상을 얻기 위해 당장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취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는 행위를 뜻한다.

1960년대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과 연구진은 만족지연을 연구하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가혹한 딜레마에 빠뜨린 마시멜로 실험을 진행했다. 즉각 작은 보상(마시멜로 1개)를 받을지, 참고 15분을 기다렸다가 더 큰 보상(마시멜로 2개)를 받을지 선택해야 하는 실험이다.



3분의 1만 마시멜로 실험을 통과


마시멜로 실험을 재현한 동영상/자료=유튜브
실험 진행자는 아이 앞에 마시멜로를 놓고 나가면서 자신이 다시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겠다고 말한다. 방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 앞에는 마시멜로 하나와 종이 놓여 있고 언제든지 종을 울려 실험 진행자를 부르면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다.

실험실에는 장난감, 책, 그림 등 아이들의 주의를 빼앗을 만한 건 전혀 없다. 당시 실험실 밖에서는 한쪽에서만 볼 수 있는 유리로 아이들을 지켜보며 녹화했는데, 영상을 본 사람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일부 아이들은 연구자가 방을 나가기도 전에 마시멜로를 먹었고 약 3분의 1은 15분을 기다렸다.

유튜브에는 마시멜로 실험을 재현한 영상이 여러 개 올라와 있는데 보면 웃음이 터진다. 먼 산을 바라보는 아이, 눈을 감는 아이, 마시멜로를 숨기는 아이 등 눈 앞의 유혹을 참으려는 아이들의 처절한 노력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전략은 "두 번째 마시멜로가 얼마나 맛있을지를 계속 생각했어요"라는 식이었지만, 큰 아이들은 장난감, 반려동물, 생일을 떠올리는 식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전략을 썼다.

이 단계는 재평가 전략으로 이어지는데, 즉 "이건 마시멜로의 문제가 아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문제지!"라는 것이다. 미셸 교수는 의지력 성숙은 단지 극기의 문제라기보다는 생각 전환과 재평가 전략의 문제라고 봤다.



마시멜로 두 개를 택한 아이들의 미래는…


마시멜로 실험을 정말 유명하게 만든 건 미셸 교수의 후속 연구다. 마시멜로 실험에서 인내심을 보였던 아이들이 10대와 성인이 되어 다시 평가했을 때 다른 아이들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장점을 보인 것이다.

10대 시절에는 대학입학시험(SAT) 점수, 사회적 역량, 자존감이 더 높았으며, 부모들은 이들이 성숙하고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며 계획성이 좋고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행동 장애나 높은 충동성, 공격성, 과잉행동을 보일 가능성은 낮았다. 심지어 다른 아이보다 오래 참은 4~6살 아이들은 30년 뒤 체질량 지수(BMI)가 매 1분마다 0.2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시멜로 실험이 아이의 성공을 갈망하는 전 세계 중산층 부모와 교육학계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뒷날 일부 연구가 아이의 의지보다 사회경제적·가정 환경의 영향을 강조하며 마시멜로 실험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마시멜로 실험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크다.

시간 선호(Time preference)/그래픽=이지혜
바로 시간 선호(Time preference)다. 시간 선호란 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소비보다 선호하는 것을 뜻하는 데, 마시멜로를 빨리 먹은 아이들은 시간 선호도가 높은 것(High time preference)이다. 시간 선호도가 높을수록 미래에 받을 수익이나 지불해야 할 비용에 적용되는 할인율이 높아진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생리학자인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Sapolsky) 교수가 쓴 책 '행동'에는 유난히 시간 선호도가 높은 아이들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지금 당장 마시멜로를 하나 먹을 수 있는데 15분을 기다렸다가 두 개를 먹으라고? 내가 바보냐? 15분을 기다리게?"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다. 새폴스키 교수는 이런 특징은 성인기의 재산 관련 범죄와도 관련 있다고 말했다.



시간 할인과 재산 관련범죄의 연관


데이비드 아커룬드 스톡홀름 대학 교수는 2016년 공개한 논문 '시간 할인과 범죄 행위(Time discounting and criminal behavior)'에서 시간 할인율이 범죄 행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시간 선호도가 높은 것과 시간 할인율이 높은 건 같은 의미다.

아커룬드 교수와 연구진은 1966년 스웨덴에서 1만3606명의 13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시간 할인율 정보를 수집했다. 어린이들은 5년 뒤에 1400달러를 받는 것보다 오늘 140달러를 받는 것을 선호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질문을 받았다.

답변은 ①확실히 지금 140달러 ②아마 지금 140달러 ③모르겠다 ④아마 5년 뒤 1400달러 ⑤확실히 5년 뒤 1400달러 등 다섯 가지다. 결과를 보면 58%에 달하는 연 할인율에도 불구하고 13%의 어린이가 오늘 당장 140달러를 받겠다고 밝혔으며 이중 6%는 ①확실히 지금 140달러를 선택했다.

이후 18년 뒤인 31살까지 이들의 범죄 행위를 조사한 결과는 놀랍다. 만족지연, 즉 5년 뒤 1400달러를 받는 걸 택한 어린이들은 범죄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을 확률이 3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산관련 범죄는 통계적 유의성이 강해서 예측의 정확성이 더 높았다.

4살 때 마시멜로 먹는 걸 15분 참을 수 있는 능력으로 예측할 수 있는 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많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건 도움이 안 되지만, 오늘 받을 보상을 내일로 미루는 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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