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비싸도 삼성·LG 사는 태국…"TV는 일본보다 한국, 까올리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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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9. 오전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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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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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휴양지 후아힌을 대표하는 쇼핑몰 '마켓빌리지' 전자제품 판매관 모습. 삼성전자와 LG전자 TV를 전면에 배치했다. /사진 = 오진영 기자

"까올리(한국) TV가 넘버원이죠. 가격도 다른 TV보다 2~3배 비싸지만, 상담 문의가 밀려 있습니다."

태국의 대표 휴양지 후아힌의 대형 쇼핑몰 '마켓빌리지'에서 전자제품 상담을 맡고 있는 끄누락씨(54)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를 최고 제품으로 꼽는다. 최근 중국산 TV의 전시·판매가 늘었지만, 여전히 '까올리 TV'를 찾는 고객이 가장 많다. 끄누락씨는 "20년 가까이 태국 주요도시에서 전자제품을 파는 동안 삼성·LG TV가 판매량 1위에서 내려온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8~12일 방콕과 후아힌 등 태국 주요도시의 전자제품 상점 10여곳을 돌아본 결과 7곳이 매출·상담건수 1위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를 지목했다. 하이센스나 TCL 등 중국 브랜드는 최근 판매량 확대에도 저가 브랜드라는 인식을 벗지 못하고 있으나, 국내 TV는 OLED·LCD 라인업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답했다. 국내 TV의 구매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중인 고객이 있다는 상점도 3곳이었다.

일부 플래그십(고품질) 제품의 인기는 국내보다 더 높은 느낌을 줬다. 10곳 중 9곳이 삼성·LG제품을 전면에 배치했지만, 샤프나 소니 등 일본 브랜드는 매장 뒤쪽에 배치했다. 별도 판매관을 꾸민 곳도 있었다. 매장을 찾은 뿌이씨(35)는 삼성 OLED TV 구매를 희망한다면서 "5만 바트(약 192만원)가 넘지만 한 번 가져 보고 싶은 TV"라며 "다른 전자제품은 일제를 선호하지만 TV는 한국산이 최고"라고 말했다.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

국내 TV가 태국에서 9만 바트(한화 약 346만원)를 웃도는 높은 가격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 인기는 이례적이다. 태국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은 2만 바트(약 76만원)로, 4달치 월급을 뛰어넘는 가격이지만 양사의 판매량은 꾸준히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가 세운 올해 태국 내 TV 매출 목표치는 46억바트(1767억원)로, 전년 대비 13% 성장했으며 전체 시장 규모의 20% 수준이다.

최근 국내 기업이 투자하고 있는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의 성과도 엿보였다. 휴양지의 대형 호텔이나 리조트에서도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호텔TV 솔루션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후아힌에 위치한 한 고급 리조트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이곳 외에도 가격대가 비슷한 인근 프리미엄 리조트는 대부분 LG TV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태국의 대형 쇼핑몰 '블루포트'에 마련된 삼성전자 제품 상점.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별도의 전시관을 두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태국의 TV 시장 규모는 5억달러(약 7000억원)로 주요 시장보다 크지 않지만,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도네시아나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주변 국가와도 영향을 주고받는다. 특히 스포츠 선호도가 높아 유로·올림픽 등 대형 행사가 있는 올해 시장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는 올해 태국 TV 시장이 지난해 대비 8% 성장해 230억바트(약 9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대봤다.

국내 양사도 태국에서 마케팅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방콕에서 테크 세미나를 개최하고, 2024년형 Neo QLED 8K와 삼성 OLED 등 AI TV 핵심 기술을 공개했다. LG전자도 올해 하반기 태국에서 구독 모델을 시작하고, 방콕 등 주요 도시에서 매출 성장을 노린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나 유럽 등 주요 시장의 TV 수요가 주춤하면서 태국이나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눈을 돌리는 대형 TV 제조사가 늘었다"라며 "국내 브랜드의 호감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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