使 '성과보상' 勞 '실리추구'…상생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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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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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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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5012만원 인상' 효과
정년연장 등 추후 협상 여지
기아·GM 등 긍정 영향 기대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2024.6.23/뉴스1 Copyright &co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정년연장 등 민감한 요구사항을 제시했던 현대차 노조가 예상보다 빨리 회사와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차가 노조에 확실한 보상안을 제시한 것과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며 노조 활동에 변화가 생긴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다른 완성차 업체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당선된 문용문 현대차 노조지부장은 대표적인 강성 인사로 꼽혔다. 1986년 현대차에 입사한 문 지부장은 2012~2013년 2년 간 제4대 노조위원장을 지내며 총 22차례의 부분파업을 벌였다. 그는 정리해고 반대 투쟁으로 구속된 전력도 있다. 문 지부장의 성향 때문에 올해 현대차 노사의 임금협상은 어느 때보다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심지어 노조가 올해 협상에서 정년연장을 중요 요구사항으로 내놓으며 5년 무분규 기록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오는 10일과 11일 부분파업을 예고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현대차는 성과에 걸맞은 확실한 보상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이번 임단협 잠정 합의로 예상되는 조합원 1인당 평균 임금 인상 효과는 5012만원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액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4%, 영업이익은 54.0% 각각 늘면서 현대차 역사를 다시 썼는데 그만큼의 보상을 노조에 제시한 것이다.

정년연장과 노동시간 단축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추후 협상의 여지를 뒀다. 그러면서 기술숙련자 재고용 기간을 기존 최대 1년에서 최대 2년으로 연장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놨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 역시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현대차 노조가 수시로 파업을 벌였던 탓에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좋지 않다. 실제로 노조 내에서도 '초강성'으로 평가받던 8대 집행부, 9대 집행부 역시 사측과 줄다리기를 하면서도 파업은 벌이지 않았다. 이번 10대 집행부가 국민 여론을 무시하면서 파업에 돌입하기에는 명분 등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노사가 이번 잠정합의에서 사회문제 해소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한 것 역시 달라진 점이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지급되는 성과금 중 직원 1인당 1만원을 공제해 기부하고 회사는 직원 출연 금액을 포함해 총 15억원을 출연하는 '노사 공동 특별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한다. 이 기금은 저소득층의 육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돌봄 지원 활동 등에 기탁될 예정이다.

현대차 노사가 합의안을 비교적 빠르게 도출하면서 다른 완성차 노사 협상도 빨라질 가능성이 대두된다. 특히 정년연장의 경우 곧바로 해결이 어렵다는데 현대차 노사가 뜻을 같이한 만큼 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 기아나 KG모빌리티 노조가 무리수를 두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노사협상에서 기아는 정년을 64세로 늘려달라고 하고 있고 KG모빌리티는 3년 정년연장을 내걸었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15% 성과급 지급 △통상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흑자 달성에 성공한 만큼 요구사항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르노코리아 노조의 요구안은 총 19가지로, 핵심은 임금피크제 폐지와 기본급 인상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실적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큰 폭의 임금 인상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조기 타결 분위기가 국내 완성차업체 전반의 임단협 방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GM 노조도 파업을 조기 종료하고 다시 협상에 나설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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