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이걸로 증거 남기자"…주문량 100배 '폭발적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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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전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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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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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 설치된 페달 블랙박스. /사진=지넷시스템 제공

"주문이 100배 늘었어요."

차량 블랙박스를 판매하는 직원 A씨는 지난 8일 오전 영상 하나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밟는 모습을 녹화한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었다.

영상 속에는 차량 전방과 후방, 음성과 페달 밟는 영상 등이 동시에 재생됐다. 운전자는 의자 밑에 설치된 페달 블랙박스를 통해 특정 시간대에 가속 페달을 밟았는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확인 가능했다.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려는 운전자들이 급증했다. 지난 1일 9명이 숨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에 이어 3일 국립중앙의료원 사고, 7일 용산구 이촌동 사고 등 연이은 차량 사고로 급발진에 대한 운전자들 관심이 증가하면서다.



페달 블랙박스, 온라인 판매 1~2위… "주문량 30% 늘었다"



전방, 후방, 페달을 모두 동시에 촬영하는 페달 블랙박스 모습. /영상=지넷시스템 제공

8일 온라인 자동차용품 판매 사이트 H샵, F쇼핑 등 에는 페달 블랙박스가 베스트 판매 품목 1~2위로 올라왔다.

한 블랙박스 업체 관계자는 "페달 블랙박스가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약 30% 정도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차량 블랙박스 업체 역시 "설치 방법, 가격, 제품 정보 등 문의하는 연락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 모를 급발진 사고를 대비하려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급발진 의심 사고 감정 건수는 △2021년 56건 △2022년 76건 △2023년 117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차량 결함이 인정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한국은 차량 사고시 소비자가 차량 결함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제조물책임법 제3조2에 따르면 △손해가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증명할 때 기계적 결함을 인정 받을 수 있다.

50대 운전자 A씨는 "일반인이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급발진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페달 블랙박스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40대 운전자 B씨는 "급발진 사고는 언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며 "나중에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미리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차량 블랙박스 권고" VS 자동차 업계 "왜?"



페달 블랙박스로 촬영한 운전자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누르는 모습./ 영상=지넷시스템 제공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차량 구매시 페달 블랙박스 장착을 '옵션화'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제조사에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페달 블랙박스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각에서 '전자 브레이크를 당겨라' '브레이크 2개를 동시에 밟아라' 등을 말하지만 급발진이 생기면 대부분 이성을 잃는다"며 "페달 블랙박스는 운전자 결백을 입증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이 도입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 장치 등 사전 예방책도 주목받는다. PMSA는 저속 주행을 하다가 급격하게 가속 페달을 밟으면 급발진으로 추정해 강제로 브레이크를 잡는 시스템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페달 블랙박스 등) 급발진을 증명해야 하는 도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사고 이후 판명만큼 사전에 급발진을 제어할 시스템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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