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52번째 '로또 명당' 매출 깜짝…당첨확률 진짜 높을까 [딥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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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6. 오전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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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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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제 많이 아는 것보다 사고의 깊이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AI시대의 Deep thinking(깊이 생각하기)을 고민해봅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복권방에서 복권을 사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로또·연금복권·경마·경륜 등의 복권을 구매한 가구는 221만2천가구로 조사 대상 가구(2천183만4천가구)의 10.1%를 차지해 5년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4.05.30.
#매주 연금복권을 사는 지인이 있었다. 당첨될 가능성이 극히 낮은데 왜 사는지 물어보니, 1등에 당첨되면 매달 700만원을 20년 동안 받는데 왜 안 사냐고 오히려 반문하던 게 기억난다. 하긴 당첨만 되면 노후 걱정은 한 방에 떨칠 수 있으니 솔깃하게 느껴지긴 한다. '당첨만 되면' 말이다.

#작년 청량리역을 나오자마자 신문 가판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과 마주쳤다. 웬일인가 싶어 쳐다보니 로또를 사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었다. 로또 1등이 10번 넘게 나온 로또 명당이었는데, 그곳에서 로또를 사면 정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높을지 궁금했다.



①1000원짜리 로또 복권의 경제적 가치(당첨금)는 얼마일까?


로또 판매액 추이 및 2023년 복권 사업 실적/그래픽=윤선정
복권수탁사업자 동행복권에 따르면 복권 판매액은 작년 역대 최대인 6조7507억원을 기록했다. 복권 판매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온라인 복권(로또) 판매액은 5조6526억원에 달한다. 2016년(3조5660억원) 대비 7년새 58% 급증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홈페이지에서 2023년 복권사업 실적을 찾으면 로또 판매액 5조6526억원 중 당첨금은 정확하게 50%인 2조8263억원으로 나온다. 로또 판매점이 가져가는 약 5.5%(부가세 0.5% 포함)의 판매수수료를 제외한 수익금은 법정사업과 저소득층 주거 안정, 취약계층 복지, 문화예술 진흥 등 공익사업에 사용된다.

로또를 사면서 지불한 돈이 정부의 재원으로 활용되지만, 어쨌든 구매자에게 로또 복권의 경제적 가치는 500원이다. 정답: 500원



②로또 명당에서 사면 당첨 확률이 높아질까?


정답은 '노(No)'다. 작년 로또 복권 판매수수료인 3025억원을 로또 판매점 수인 8427개(1월 1일 기준)로 나누면 3590만원이 나온다. 로또 판매점이 매달 평균 5500만원어치를 팔아서 3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1등 로또가 한번 나오고 사람들이 몰리고 로또 판매가 늘면서 다시 1등이 나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속칭 '로또 명당'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즉, 인과관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일 수 있다. 로또 명당이라서 1등이 나오고 로또가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로또 명당이라고 소문이 나서 로또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팔리고 1등 당첨도 증가하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8일 서울 한 복권판매점에서 고객들이 줄지어 복권 구입을 기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발행액은 7조330억원으로 전년(6조8898억원)보다 2%가량 늘었다. 판매액(6조7507억원)도 전년(6조4292억원)보다 5% 증가했다. 복권 종류별로는 로또 판매액(5조6526억원)이 가장 많았고 스피또 등 인쇄복권(6580억원), 전자복권(125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24.03.08.
가장 유명한 로또 명당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복권 판매점 A다. 지난 5월말 기준 52번째 1등 당첨을 기록한 이곳은 매월 로또 매출이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매출을 240억원으로 가정하면 판매수수료만 13억2000만원으로 매년 로또 1등이 부럽지 않은 수익을 올린다.

A의 로또 판매금액은 로또 판매점 평균보다 약 40배가 많기 때문에 이 판매점의 로또 1등 당첨도 40배가량 많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구매 금액당 로또 당첨 확률은 다른 판매점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기획재정부의 온라인복권 1등(자동선택) 당첨 판매점 현황에 따르면 1070~1122회차(23.6.3.~24.6.1.)에서 A판매점의 1등 당첨 횟수는 3회다. 이 기간 수동선택으로 당첨된 사례는 없다. 적지 않은 횟수지만 200억원에 달하는 판매금액을 고려할 때 사람들의 기대만큼 1등 당첨이 많지는 않다.



③로또를 사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떤 걸까?


올해 3월 별세한 대니얼 카너먼 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심리학자로는 처음으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특히 1979년 카너먼 교수가 발표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은 학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불확실한 상황하에서 인간이 이익과 손실에 따라 욕망과 두려움을 느끼며 이는 곧장 비합리적인 결정으로 연결된다는 이론이다.

대니얼 카너먼의 네 갈래 유형/그래픽=김지영
카너먼은 책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사람들이 부보다 이익과 손실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 △사람들이 결과에 부여하는 결정 가중치는 확률과 다르다는 결론을 얻은 후 '네 갈래 유형'이라는 선호 유형을 설명했다.

네 갈래 유형의 4분면 중 왼쪽 하단에 있는 '가능성 효과(Possibility Effect)'가 복권이 인기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가능성 효과는 발생 가능성이 낮음에도 높은 결정 가중치가 부여되는 현상이다. 즉 위의 경우 행동(이를테면, 복권 구매)을 함으로써 0%의 확률이 5%로 바뀌게 되는데, 확률은 5%포인트밖에 안 변하지만 불가능에서 가능으로의 질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결국 1만달러를 딸 확률이 5%밖에 안돼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에 리스크를 추구하는 것이다.

로또도 마찬가지다. 당첨금이 아주 크면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당첨 확률이 낮다는 사실에 아예 무관심해진다. 복권이 없으면 당첨이 100% 불가능하고 복권이 있어야 당첨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지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사람들은 복권을 사면서 달콤한 꿈을 꿀 권리도 함께 얻는다. 처음 얘기한 지인의 경우도 복권이 없으면 당첨 가능성이 0%이며 복권이 있어야 당첨될 수 있기 때문에 연금복권을 사는 것이다. 결국 일주일간 가질 수 있는 달콤한 꿈과 희망은 복권 구입의 보너스다.

복권 구매 이유/그래픽=이지혜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2022년 실시한 '복권 인식도 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40.5%는 복권 구매 이유로 '희망·기대를 가질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행복·행운을 줘서' '즐거워서·재미있어서'라는 응답도 각각 9%, 7%를 기록했다. 32.7%는 '소외계층을 지원해서'라고 응답했다.

로또가 주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건 희망·기대를 가질 수 있는 기회다. 앞으로도 로또 판매는 계속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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