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는 정책을 바꿀 골든타임을 놓쳤다. 저출산 시그널이 왔는데 체육회는 학교나 엘리트 체육 중장기 방안에 대한 플랜이 없다."
"대한체육회 권력만 집중시켜줬다. 외국은 철저하게 종목단체 위주로 예산과 사업 집행을 한다. 정부가 행정 편의를 위해 체육회 중심으로 예산을 주고 거기서 나눠주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돈을 갖고 있는 데가 동시에 엄청난 권력을 갖는다. 이제는 바꾸겠다니까 정말 기대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열린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포럼'에선 대한체육회에 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학교체육과 엘리트체육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개최했다.
이번달 개최되는 파리올림픽에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최소 규모의 선수단이 출전한다. 구기종목은 여자핸드볼 외엔 모두 예선에서 탈락한 상황이다. 예상 메달수도 금메달이 5개 정도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계속 내리막이다. 학교체육을 중심으로 양성되던 국가대표 등 엘리트체육 체계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학교체육 분야에서 오래 활동한 지도자와 연구원, 교수 등이었다. 이들은 직설적으로 현 상황이 오게 된 원인으로 대한체육회의 잘못을 주로 지적했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로 학교 체육과 지역 스포츠클럽에 대한 관리가 이원화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지만, 정부의 체육정책을 현장에서 실행하며 정부의 체육 예산을 대부분 집행하는 조직인 대한체육회가 가장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예산권한 막강 대한체육회, 저출산 대비 학교체육 중장기 플랜은 없어" 주기별로 치러지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의 단기 성과에 매몰돼 장기적으로 학교체육 붕괴를 대비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대한체육회가 체육 예산에 관한 독점적 배분권을 갖고 있는 것도 바꿔야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 조직이 아닌데도 지나치게 큰 예산을 받아서 체육계 권력을 독점하고 있단 평가다.
배구선수 출신인 김민철 조선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종목별 단체가 1년에 500억원 이상 꿈나무 유소년 선수들에게 쓰는데 수영·펜싱 외엔 다른 종목은 성과가 없고 인기 종목이던 농구·배구는 지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팀이 노리개감이 됐다"며 구기 등 종목별 단체들도 국제대회 성적 저하에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의 공무직 전환도 큰 문제를 낳았다. 처우면에선 개선이지만 정시 출퇴근을 하는 공무원화되면서 운동부 선수들의 상급학교 진학률 등 평가체계도 사라졌고 그러면서 정작 선수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지환 전주교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학교체육 행정 체계의 이원화를 문제삼았다. 송 교수는 "지금 교육청과 지자체로 나눠 있는데 잘 되는 다른 나라들은 학교·생활·전문 체육이 일원화 체제에서 가동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유소년 선수의 경우엔 선수당 지원금 제도를 고쳐서 종목 전환이 쉽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정부 예산·시설지원 부족 아냐, 회초리 제대로 치지 못한 게 문제"
그러면서 성 연구원은 "역대 정부가 체육예산을 한번이라도 줄여본 적이 없다. 계속 체육계의 지원 요구를 수용해 늘어났다. 왜 그걸 다 받아주는지 모르겠다"며 "회초리를 치지 못하고 다 덮어주니까 속된 말로 기고만장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체육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가 직접 선수를 양성하진 못한다. 종목단체에 돈을 주고 책임을 부여한 뒤에 그에 대한 평가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서울교육청과 일선 학교 지도자 경력이 있는 김종우 서울체고 교감은 "요즘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 때문에 학교들이 운동부 운영에 큰 부담을 갖고 있는데, 운동부를 계속 유지하는 곳엔 인센티브를 확실하게 줘야한다"고 제안했다.
유인촌 "내년부터 학교체육 위상 제대로 서도록 방법 찾겠다"
이어 "학교체육도 그렇고 운동부도 부모님들이 떠안는 부담이 상당히 큰데 그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 차관은 "그렇게 하려면 교육부와 굉장히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데 차관급 정책 협의체를 정례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운동부 운영이나 학교 정규 체육수업 내실화나 체육강사 등 필요한 부분들은 다양한 안건들을 논의해서 현장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어진 일정으로 토론회장을 먼저 떠나면서 미안함을 표한 유인촌 장관은 "학교체육이 여러 가지 이유로 위상이 세워지질 않았다"며 "내년부터는 확실하게 학교체육에 대해 방법을 찾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근본적인 여러 문제를 지적을 많이 해 주시면 그런 것들을 개선하고 예산에 반영시켜서 정리를 해 보겠다"며 "오늘 오신 전문가분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 좋은 의견을 도출해서 확실하게 방향을 잡아주시면 문체부 체육국에서 바쁘게 준비하고 있는 것들과 함께 잘 실현될 수 있도록 해 보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