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에 치이고 금쪽이에 시달리고…"교대, 생각도 안 한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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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20. 오후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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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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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 현장 취재…"부모님도 반대" "처우, 근무환경도 10년전보다 낮아져"
지난 4월 서울 시내 학원가. /사진=뉴시스

# 20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는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학원 수업을 등록하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대형 입시 전문학원 2곳이 입점한 한 8층 높이 건물에 재수생들이 독서실과 강의실을 가려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이 건물에는 2024학년도 대입 합격 결과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붙었다. 학원 측은 '의치약한수(의대·치대·약대·한의대·수의대)를 시작으로 국내 대학들을 순위 매기듯 쓰고 학원 출신 합격자 수를 굵고 큰 글씨로 적었다. 교육대학 합격 건수는 따로 적히지 않았다.

초등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과 초등교육학과 인기가 시들하다. 2024학년도 입시에서는 합격 성적대가 일제히 낮아졌다는 사교육계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출생에 따라 학교 임용이 감소하고 교권 침해 논란마저 더해지면서 학원가에서도 교대는 더 이상 선호 대학이나 학과가 아니다.



"교대가 꿈? 3학년 되면 다들 다른 과 지원"


학생 감소로 2023년 폐교한 서울 광진구 서울화양초등학교. /사진=뉴시스

입시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도 교대 인기 하락을 체감했다. 올해 두 번째 수능을 치르는 재수생 이모씨(19)는 "고등학교 1~2학년 때만 해도 반에서 공부를 좀 하거나 뜻이 있는 친구들이 한두명씩 교대에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3학년이 되자 다들 다른 과를 지망했다"며 "재수 학원에서 교대 지망하는 사람은 못 봤다"고 말했다.

'반수'(대학을 다니며 다른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것)를 위해 수능을 준비하는 전모씨(19)는 "선생님들 말을 들어보면 한 때 서울교대는 서울대 갈 정도가 돼야 갈 수 있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2등급을 받으면 안정권으로 갈 수 있다"며 "교대 '입결'(입시 결과 합격생들 성적대)이 많이 낮아졌다"고 했다.



"교대는 생각도 안 한다"…수능 4등급도 교대 간다



이과생이었다가 올해 입시에서 문과로 진학할 예정인 김모씨(20)는 "교대는 생각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으로 학생수가 워낙 줄어드는 데다가 초등교사는 힘들다는 인식이 커서 부모님도 반대한다"며 "교사 하나에 진로 선택지가 쏠리는 것도 부담이라서 훗날 교사가 되고 싶으면 교육 관련 학과를 복수전공으로 택해 중등교사 임용을 준비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인기가 떨어지면서 수능 성적 평균 4등급 학생도 교대에 합격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날 종로학원이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정시 일반전형에서 12개 교대 중 5개 대학 최종 등록자의 수능 성적 평균은 4등급이었다. 합격 점수를 공개한 수능 일반전형 최종 합격자 중 상위 70%의 국어·수학·탐구 영역 백분위 점수를 분석한 결과다. 서울교대는 수능 평균 2등급 합격선이 무너진 3등급 대를 기록했다.

첫 수능을 본 지 10년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강모씨(28)는 교대 인기 추락을 생생하게 느꼈다고 밝혔다. 강씨는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서 교대 입시를 알아봤는데 입결이 10년 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더라"며 "초등교사 처우나 근무환경도 10년 전보다 나빠진 것 같아 약학대학으로 지망을 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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