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농장일 하는 이주노동자들 ‘아프면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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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계 질환…산업재해임에도, 쉬지도 못하고 진통제로 버텨
충남 부여의 방울토마토 농장에서 한 이주노동자가 토마토를 따고 있다. 방울토마토를 운반해서 분류 및 포장 작업을 하며 무거운 것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허리와 어깨가 아프다고 말했다. (우춘희 제공)    


“깻잎을 딸 때 허리랑 어깨가 많이 아팠어요. 어떤 날은 허리가 정말 아팠어요. 그래서 사장님이 직접 (데려다 주어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어요. 그리고는 괜찮아졌어요. 한의원에 세 번 갔었고 돈은 사장님이 냈어요.”
 
짠타(가명, 30대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씨는 경남 밀양의 한 깻잎 밭에서 4년 넘게 일했다. 하루 종일 허리를 구부리고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깻잎 끝 부분을 잡고, 왼손으로는 깨 줄기를 잡았다. 오른손 손목을 이용하여 깻잎을 딴 뒤에 묶는 작업을 했다. 깻잎 농장에서는 보통 하루 10시간씩 일을 했고, 매일 1만5천 장에서 많게는 2만 장의 깻잎을 땄다. 한 달에 딱 이틀 쉬었다. 농번기에는 그마저도 쉬지 못하고 한 달 내내 하루 10시간 넘게, 많게는 12~15시간 일했다. 그야말로 쉴새없이 일했다.
 

다른 농장도 마찬가지였다. 충남의 한 쌈채소 농장의 이주노동자도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일하러 와서 어깨와 허리가 정말 많이 아팠어요. 아파도 사장님한테 얘기하지는 않았어요. 처음 왔을 때 캄보디아에서 비싼 약들 다 챙겨가지고 왔어요. 파스도 있고, 호랑이연고 같은 것도 있고∙∙∙.”
 
농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어깨결림, 허리 및 무릎 통증, 손가락과 손목 통증을 호소했다. 아파서 깻잎을 많이 따지 못하면, 사업주에게 야단을 맞았다. 아파서 쉬면 일당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 본국에서 챙겨온 연고나 파스로 스스로 해결했다. 가벼운 증상이 있다면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수 있지만, 농촌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내에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증상이 심해지면, 그제야 사업주에게 말했다. 사업주들은 바쁜 시간을 내서 이주노동자를 차에 태워 시내에 있는 병원까지 가야 한다. 처음 몇 번은 노동자들을 데리고 병원에 간다. 그러다 증상이 계속 되면 사업주는 병원에 데리고 가는 수고로움 대신에 이주노동자를 해고하고, 다른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아프면 해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 대부분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약으로 해결하려 한다.
 

경남 밀양의 깻잎 밭에서 캄보디아 노동자가 깻잎을 수확하고 있다. 하루 9~10시간씩 쪼그려 앉은 자세로 깻잎을 딴다. (우춘희 제공)    


많은 농장주들, 건강한 이주노동자 고용했지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아프면 해고하고 다른 인력으로 교체
 
박숙자(가명, 60대 여성) 씨는 경남 밀양에서 깻잎 농장을 운영하면서 15년 동안 이주노동자를 고용해왔다. 한 캄보디아 노동자가 허리와 어깨 통증을 호소했고, 사업주는 그를 데리고 시내에 있는 정형외과에 몇 번 갔다. 몸이 낫지 않자, 노동자는 일을 쉬고 혼자 버스나 택시를 타고 병원에 다니면서 진료를 받았다.
 
“우리가 병원 태워다 주고 그랬지. 나중에는 자기가 일을 못하니까 아예 휴직을 내고 병원을 전적으로 다녔어. 한 달 반 정도. 그러다 또 허리와 어깨가 아프면 일주일씩, 며칠씩 일을 빠졌어. 치료를 해도 일만 하면 아픈 거야. 어깨가 아파서 나을만 하니까 다리가 당겨서 아프대. 걔가 일은 잘했는데 아프니까 깨를 못 따는 거야. 결국 자기 나라 돌아갔어. 우리집에서 또 일하고 싶어서 재입국하려고 했는데, 우리가 안된다고 했어. 아픈 애는 와봐야 결국 일 못 해. 지금은 일 안 하니까 좀 나은 것 같아도, 일 하면 또 아파.”
 
깻잎을 잘 따는 노동자였지만, 아파서 일을 쉰 적이 있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의 재입국 신청을 거부했다. 그 당시 이주노동자는 성실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서 4년 10개월 동안 한 사업장에서 일을 해왔지만, 결국 사업주의 거부로 성실근로자로 다시 입국하지 못했다.
 

쉬면서 치료 받으면 나을 수 있는 근골격계 질환인데
진통제만 먹고 버티는 현실 안타까워
 
이러한 근골격계 질환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병원에 가기 어렵고, 일을 하지 못하면 해고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데 제약이 있다.

연도별 산업재해보상보험 통계에 의한 농업분야 재해통계. (노동건강연대 (2020), “산재보험의 문 밖에 서 있는 사람들–포용적 산재보험을 위한 과제,” 83쪽에서 재인용)    


 
‘이주민 진료소 사업’에서 이주노동자를 진찰해온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 기획국장은 이렇게 말한다.
 
“진료소에 최근 오셨던 분들 중에도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해서 오신 분들이 있어요. 저희는 진통제랑 소염제 같은 거를 드려요. 몸이 안 좋으면 사실 일을 쉬는 게 맞아요. 그러나 이분들은 쉴 수가 없잖아요. 계속 통증이 있다고 찾아오셔서 저희가 진통제를 드리는데 그것도 부작용이 있죠. 당장의 통증을 줄여줄 수 있는 약은 줄 수 있을지언정, 그 사람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죠. 예를 들어서 손목 터널 증후군이라는 게 있잖아요. 여기 손목이 구획이 좁고, 여기 강력한 인대가 있어서 이 안에 인대들이 모여있는데, 자주 쓰면 인대가 팽창하면서 압박이 생겨 신경을 눌러서 통증이 생겨요. 일을 쉬면 인대가 다시 붓기가 줄어들면서 손목이 괜찮아져요. 그런데 계속 일을 해야 하니까 인대를 찢는 수술을 해줘요. 그러면 약간 그 압력이 줄어드니까 일단 괜찮아지죠. 이런 사례를 들으면 되게 슬프죠.”
 
이곳을 방문한 이주민들은 대부분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했고, 산부인과 관련된 진료를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20~30대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무릎과 어깨 통증에 대해서는 “만약에 이주민들이 관절염이 있다면 보통 많이 사용해서 그럴 것 같아요. 관절이 변형이 이루어졌다거나 연골이 닳았다거나 그런 이유로 생기는 통증일 것 같아. 깻잎 따는 노동 하시면 확실히 그럴 것 같아요.”라고 이서영 국장은 말한다.
 
“일하다가 아프면 누구 책임이죠?” 노무사 질문에 다들 머뭇머뭇
“사장님 책임이에요. 산업재해이기 때문입니다”
 
2022년, 이주인권단체 ‘지구인의 정류장’은 “찾아가는 노동인권버스”를 기획했다.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에 가서 임금체불 및 산업재해에 관서 교육했다. 이 기획의 일환으로 2022년 7월 23일, 경기도 이천의 한 식당에서 홍정민 노무사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 교육을 했다. 첫 질문으로 “일 하다가 아프면 누구 책임이에요?” 물었더니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일하다가 아프면 여러분 책임이에요?” 묻자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홍 노무사는 다시 강하게 말했다. “여러분이 일을 하다 다치면 그건 사장님에게 책임이 있어요. 산업재해라는 게 그런 의미에요. 일을 하다가 아프거나 다치면 일을 멈춰야 해요. 그리고 병원에 가야 해요. 친구들한테도 꼭 알려주세요.”
 
1년 뒤인 2023년에 홍정민 노무사를 다시 만났다.

모니 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근로현황 진술서이다. 약 10년 동안 하루에 11시간 이상 쪼그려 앉아서 작업을 하였고, 이런 자세 때문에 왼쪽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서 상병 진단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권동희 노무사 제공)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아프면 누구의 책임인지 아예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그냥 당연히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하죠. 거기 경남에 있는 농장주들이 이주노동자들 덕분에 좋은 차로 바꾸고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죠. 그 사람들은 알아요, 누구 때문에 돈을 버는지를. 그러면 돈도 돈이지만 인간적인 대우를 해야죠. 그런데 나 몰라라 하는 거예요. 아프면 내보낼 생각만 해요, 사업주들은.”
 
홍 노무사는 농업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서 지적했다.
 
“그리고 농촌은 진짜 노동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농업은 현실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은 산재가 또 적용이 안 되잖아요. 제조업은 1인 사업장도 산재가 적용돼요. 어쨌든 소규모 사업장이더라도 적어도 병원비 이런 건 보상받을 수 있단 말이에요. 일을 못한 것에 대해서는 60%. 일단은 청구를 하고 안 되면 노동청에 진정을 할 수가 있어요.”
 
제조업은 1인 사업장도 산재가 적용되는 반면, 농업 5인 미만 사업장은 산업재해가 적용되지 않는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농촌의 특성상 목격자도 없고, 증명할 방법도 없고, 사업주들은 산재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서 본인이 유리한 방식으로 진술하기 때문에 농업에서 산재가 인정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덧붙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예방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홍정민 노무사는 말했다.
 
“한동안 지구인의 정류장에서도 근골격계 예방 교육을 했는데요, 이주노동자들이 육체 노동을 하니까 꼭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보상에 대한 교육은 부차적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예방교육을 했으면 좋겠어요. 옛날에 막 이렇게 스트레칭하는 것도 했단 말이에요. 이런 예방이 필요한데 너무너무 없어요. 건설공사현장에는 아침에 모여가지고 체조를 해요. 물론 그것도 사실 약간 형식적이긴 하죠. 그래도 이런 걸 했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는 항상 일이 터지고 나면 이제 무엇을 할 건가로 되어 있죠. 산업안전보건법 자체도 그렇고요.”
 
이주노동자들은 생애과정 중 건강상태가 가장 양호한 20~30대에 이주를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입국 전과 후에 건강검진을 받으며, 만약 건강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한국에 입국하지 못하거나 사업장에 배정받지 못하고 본국에 돌아가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 이주노동자는 건강이 좋은 상태이다. 그렇지만 높은 노동강도, 장시간 노동, 반복적인 동작, 부적절한 작업자세 상태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농업노동자에게 근골격계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에 대해서 사업주나 정부나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근로복지공단의 6대 근골격계 상병 업무관련성 추정의 원칙 적용기준 중 반월상연골파열    


농업은 산업재해율 높은 반면 산재 가입률 낮아
2023년부터 5인 미만 농어업 사업장도 산재/안전보험 가입해야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하는 산업재해 현황분석을 살펴보면 농업은 산재율이 높은 업종에 속한다. 각각 산업의 재해율(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수의 비율)을 살펴보면 2019년도 기준으로 광업은 22.89으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임업 1.35, 어업이 1.11, 건설업 1.09, 농업이 0.81, 제조업이 0.72, 운수창고 및 통신업은 0.68, 전기가스 및 상수도업은 0.65 순이다. 농업은 광업, 어업, 임업, 건설업 다음으로 재해율이 높은 산업이다.
 

농업은 산업재해율이 높은 업종에 속하지만 2017년 기준 산재보험 가입률은 9.7%, 2019년 기준으로 농업인안전보험(민간보험, 농협에서 담당) 가입률은 65%이다. 산재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농업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농업에는 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수의 비율이 높아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2023년 2월 3일부터는 5인 미만 농어업 개인사업장도 산재보험이나 혹은 어선원 등의 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거나, 농어업인안전보험 가입해야 이주노동자 고용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농어업인안전보험은 각각 농협과 수협에서 운영하는 민간보험이다. 가입하면 이주노동자 1명당 연간 10만원 안팎의 보험료를 내는데, 50% 이상 정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보험료는 5만 원 안팎이다. 반면 산재보험은 1인당 연간 보험료가 50만 원 가량이다. 따라서 대부분 보험료가 더 저렴한 농어업인안전보험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일하다가 다친 경우에는 일정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반월상연골파열’ 산재 인정받은 이주농업노동자 모니 씨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캄보디아 노동자 모니(가명, 30 여성) 씨는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에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간 근무를 해왔다. 그가 작성한 ‘근로현황 진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모니 씨가 받은 업무상 질병 판정서 중 일부이다. 무릎에 반월상 연골파열이 생기면 10년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는 ‘추정의 원칙’에 의해서 업무상 질병이 인정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이 조항은 삭제되었다. (권동희 노무사 제공)    


-근로기간: 2012년 3월~2021년 12월
-1일 근로시간: 동절기 7:20~16.30 하절기 05:30~16:30
-한 달 중 휴무: 2일 
-작업자세
▷상추따기: 엎드려서 작업
▷근대, 쑥갓 따기: 쪼그리고 앉아서 작업
“여름에는 오이를 서서 딴다. 오이 작업할 때 구루마를 끌고 가는 것이 힘들고 다리가 아팠다. 비 올 때는 너무 많이 힘들었다.”
 
한 달에 단 이틀만 쉬고 하루에 11시간씩 쪼그려 앉아서 작업을 하였고, 3년 전부터 왼쪽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서 신청 상병을 진단받았다. 모니 씨를 지원한 권동희 노무사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지금은 없어졌는데요. 당시에는 무릎에 반월상 연골파열이 생기면 10년 이상 농업 종사하는 자는 추정의 원칙에 따라서 산재를 인정해 주겠다는 원칙이 있었어요. 모니 님이 일했던 사진과 동영상을 제출했고, 판정위원회에서 쉽게 승인됐어요. 이 노동자가 수술을 안 한 채 캄보디아로 갔거든요. 한국에 오면, 그 상병에 대해서는 이미 업무로 인한 재해이고, 질병이라는 것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 무릎에 대한 수술하고 치료받고 그 기간 동안 휴업급여 받고 또는 혹시라도 장해가 남으면은 장해급여 받는 그러한 시스템에서는 이제 보호를 받는 거죠.”
 
모니 씨가 한국에 안 오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권 노무사는 “산재보험 속지주의기 때문에 어쨌든 한국에서 치료받는 것들을 보장한다는 제도지, 자국에 돌아가서 치료받는 것을 보장하는 제도는 아니에요. 이런 내용도 모니 님에게 다 전했어요.”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중 반월상연골파열    


 
모니 씨는 한국에서 무릎 수술을 받고 가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비자기간이 만료되었고 개인 사정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근로복지공단에서는 2019년 7월부터 ‘6대 근골격계 상병 업무관련성 추정의 원칙 적용 기준’을 발표했고 그 내용은 [표 2]와 같다.
 

‘상병 업무관련성 추정의 원칙’은 언급된 요건을 충족하면 업무로 인해 질병이 발생했다고 보고, 업무상 재해 판단 절차를 일부 생략해서 신속하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6개의 상병 중 하나인 반월상연골파열의 경우 10년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는 추정의 원칙에 의해 업무상 질병판정 위원회에서 승인될 수 있었다.
 

뇌혈관, 심장, 근골격계 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2022년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농림어업인’ 삭제돼
 
이러한 근로복지공단의 지침을 고용노동부가 고시로 법제화하여 기존의 6개의 근골격계 질병에서 8개로 늘어났고, 직종도 추가되었고,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표 3]과 같다.
 

모니 씨는 상추, 근대, 쑥갓, 열무, 오이 등 농작물 재배종사자로 땅고르기, 파종, 잡풀제거, 수확, 포장 등 하루 10시간 넘게 쪼그려 앉아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장기간 작업을 수행하였다. (권동희 노무사 제공)    


반월상연골파열의 경우, 10년에서 5년으로 근무기간 기준이 낮아졌고 다른 직종도 이 사항에 포함되었다. 그런데 고시로 법제화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농림어업인’은 이 직종에서 삭제되었다. 권동희 노무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침이 고시로 바뀌면서 빠진 업종이 몇 개 있어요. 기존에 (근무기간이) 10년과 5년으로 나누어져 있던 것을 5년으로 통일시켰어요. 용접, 건설 직종 등등 그런 것들은 그냥 다 살려두었는데요. 농림어업인은 뺐더라고요. 농업 쪽에 일하는 사람들한테는 불리한 거죠. 10년도 적은 기간은 아닌데 빠졌어요. 어쨌든 업종이 빠진다는 것은 그 업종에 대해서는 불이익이죠.”
 
농림어업인 직종이 삭제되면서, 더이상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무릎의 반월상연골파열로 인해 진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 추정의 원칙에 의해 인정을 받지 못한다. 모니 씨의 사건이 이주노동자가 추정의 원칙으로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은 것으로 ‘무릎 관련해서 아마 유일’할 것이라고 그는 언급했다. 권동희 노무사는 산재에 대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이 분들이 사실 가장 젊은 나이에, 가장 검증된 체력의 건강 상태에서 한국에 와서 일반적인 노동 강도보다 훨씬 더 높은 강도를 근무기간에서 일하니까, 이분들한테 나타나는 대부분의 근골계 질환은 다 산재죠, 산재. 어쨌든 개인 농업 사업주는 산재보험 미적용이 되는 거고, 법률상 사업주한테 손해배상 청구하거나 근로기준법상 적용을 주장할 수도 있는데, 사실 그걸 누가 하겠어요 사실. 제가 농업인 산재를 거의 안해봤지만, 모니 씨 사건을 하면서 느낀 것이 채소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많겠구나 하는 것이에요.”
 
권 노무사의 말대로, 농업현장에서 산재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이 안되어 있더라도 근로기준법상 적용을 주장할 수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주노동자들 또한 이런 정보를 접하기 쉽지 않다. 일하다 아프게 되면 사업주 책임이 아니라 개인 책임으로 돌리며, 해고되지 않기 위해서 병원을 가기보다는 당분간 어떻게든 참아내려고 하는게 이주노동자의 현실이다.
 
※이 기사는 필자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의 지원을 받아 연구한 사례를 기반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필자 소개] 우춘희. 『깻잎 투쟁기: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을 썼다.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과정 중에 있다. 캄보디아와 한국에서 현장 연구를 했다. 지금은 한국으로 이주한 캄보디아 이주농업노동자들에 관해서 논문을 쓰고 있다. 먹거리, 이주, 젠더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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