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 박사를 오늘 저녁에 만나 도움을 청했습니다." (명태균)
선거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 부부와 명태균씨가 여론조사 외에도 여러 언론 대응 문제를 긴밀하게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뉴스타파는 창원지방검찰청이 지난해 11월4일 <피의자 명태균이 윤석열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와 주고 받은 대화 내용 캡쳐 사진 검토-강혜경 보관PC> 제목으로 작성한 107쪽 분량의 수사보고서 전문을 공개했다. 검찰이 지난해 9월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등을 알린 강씨 PC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280개 파일에서, 지난 2021년 6월26일~2023년 4월 사이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 대화를 확인한 내용이다. 아래 인용한 대화는 가급적 실제 말투를 살려 전한다.
공개된 대화에 따르면 명태균씨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대언론 메시지, 인터뷰 등에 대해 조언했다. 먼저 2021년 6월29일, 명씨는 김 여사에게 "대선 출정식 축하드립니다. 오늘 기자들과의 면담에서 X파일 질문은 강하게 짧게 잘라서 응대하시고, 본인에게 불리하다고 그때그때마다 대응하면 말꼬리가 잡혀 더 곤욕스런 일이 생기는 것이 정치입니다"라고 했다. 이에 김건희 여사는 "넵"이라고 답했다.
명씨가 언급한 "X파일"은 윤석열 후보 본인과 배우자, 장모 등의 비리를 종합한 문건이다. 윤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이 문건을 언급하지 않다가, 이에 대한 기자들 질의가 나오자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일방적인 마타도어"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10일, 윤 후보 측은 MBC 기자 2명과 책임자 등 3명을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MBC 기자들에 대해 공무원자격사칭은 벌금 150만 원, 공동주거침입 혐의는 무죄를 확정했다.
그해 7월21일 윤 후보는 명씨에게 "연합뉴스_인터뷰_답변서210721.hwp" 파일을 전달하며 "간략한 방향 좀 부탁드립니다. 내일 오전에 전화드릴게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화에서 그는 "인터뷰가 오후 3시" "특히 뉴스인터뷰 1~4번"이라고 말하며 구체적인 요청 사항을 전하기도 했다.
명씨가 윤 대통령과 "극우 유튜버"로 불리는 인사들 간의 가교가 되었을 가능성도 보인다. 같은해 8월 명씨는 윤 당시 후보에게 "고성국 박사를 오늘 저녁에 만나 도움을 청했습니다"라면서 유튜브 "고성국TV" 영상 일부로 추정되는 파일을 전송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ㅇㅋ 짝시가 도리도리 원인일 수 있겠네요"라고 답했다. 이에 명씨는 "나중에 문제로 제기될 병역면제 사유 부동시에 대한 방어로 도리도리 현상을 말씀하시면 됩니다. 고박사가 절 안과의사라고 설명하네요"라고 했다.
이는 윤 후보가 공식석상에서 말할 때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도리도리"라 조롱 당한 습관을, 군 면제 사유를 뒷받침할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조언으로 풀이된다. "고성국TV" 운영자인 고씨는 대선 이후 윤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다 KBS 시사라디오 진행자를 맡았고, "내란 옹호" 비판 속에 물러났다. 유튜버로 복귀한 뒤 고씨 채널은 윤 대통령 측 입장을 지지자들에게 전하는 창구로 역할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윤 후보 캠프 상황실장이었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고발 사주" 의혹 규명 책임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돌리면서 "그렇지 않으면 "박지원 게이트"를 넘어 "문재인 정권 게이트"로 들불처럼 번질 것임을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해당 수사보고서에는 명씨가 윤석열 대선 후보 부부와 비공표 여론조사를 공유하고, 캠프 운영을 논의한 대화가 담겼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뒤 김 여사가 명씨와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창원시 국가산단 지정 기원문, 해외 순방 등 국정을 논의한 내용 등도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14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검찰은 지난해 11월4일에 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결재까지 해 놓고, 윤 대통령 부부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물증임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부부를 소환 조사 조치하지 않았다"며 "국민의 알 권리, 검찰이 더 이상 선택적인 수사를 해선 안 된다는 데 더해 다른 언론과 검찰 수사 보고서를 협업해서 함께 취재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수사보고서 전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언론을 통해 수사보고서 유출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