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명품백 불기소' 검찰 비판 없는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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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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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검찰 설명 위주로 소극적 보도…“권력 똥꼬쇼” “앵무새” KBS 내부에서도 안팎의 비판 지적
▲검찰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검찰이 이른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고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결정한 2일, KBS는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관련 소식을 메인 뉴스 첫 머리에 올리지 않았다. 그 내용도 검찰 입장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와 이를 받은 김 여사 등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최 목사 혐의를 재판에서 따져보자는 취지의 수사심의위원회 의견에 반한 결정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김 여사의 뇌물수수 혐의,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 윤 대통령 부부의 증거인멸 혐의도 없다고 봤다.

이 사건은 장기간 수사가 이어지는 동안 전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검찰 발표가 이뤄진 이날 MBC '뉴스데스크'와 SBS '8뉴스'는 관련 뉴스를 첫 순서로 올리며 이에 대한 보도들을 이어갔다.

반면 KBS '뉴스9'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한 소식으로 시작됐다. KBS는 이어 '강철지붕'이라 불리는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이 위력을 과시했으며, 이스라엘이 미국 정부와 협의해 보복 방법을 결정할 거란 전망을 전한 뒤, 윤 대통령이 긴급 회의를 열어 우리 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9'에 김 여사 명품백 사건 관련 보도는 9~10번째 순서로 배치됐다. 사건에 대한 보도를 양적으로 보면 MBC 5건, SBS와 KBS가 각 2건이다. 내용면에서도 KBS 보도는 검찰 수사의 한계와 향후 파장 등을 짚은 타사 보도와 달리, 검찰이 이번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하는 데 집중됐다.

▲2024년 10월2일 지상파 3사 뉴스의 첫 번째 리포트 소개 화면. 위에서부터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 사진=각 방송사 뉴스 홈페이지
일례로 KBS <"직업적 양심 따른 것"…'무혐의' 결론 이유는?> 리포트의 경우 검찰이 밝힌 판단 근거들을 나열한 뒤 "PPT 107장을 준비해 불기소 처분 이유를 설명한 검찰은 '국민 법 감정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법률가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여기에 사건 영상을 처음 공개한 '서울의소리'가 항고장을 제출한다는 문장을 제외하면 비판적 관점이나 해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MBC는 취재기자가 출연한 <'국민 공적 관심사'에 법률가 양심 따랐다면서..브리핑은 비공개?>에서 검찰이 브리핑 촬영 요청을 거절했다며 "검찰은 최재영 목사 명예훼손 무혐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통령 배우자의 가방 수수 행위는 국민의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개한 게 죄가 안된다고 했는데. 정작 국민의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수사 발표는 비공개"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찰 내부에서 직무관련성 등에 대한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MBC에 비해 보도가 소극적이었던 SBS도 <수심위 '기소 권고' 안 따른 첫 사례… '도이치 사건' 결론은?> 리포트에서 "최고 권력자의 부인에게 고가의 금품이 제공돼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게 국민 법감정이나 정의 관념에 맞느냐는 지적과 함께, 수사와 처분 방식에 대한 비판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이달 국정감사 이전에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처분도 마무리할 걸로 보이는데,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할 거라는 전망이 많아 논란은 더 커질 걸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2024년 10월2일 JTBC 보도 갈무리
한편 이날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김 여사의 텔레그램 대화가 처음 공개됐다. 지상파 3사 메인 뉴스 가운데 MBC '뉴스데스크'에만 관련 소식이 포함됐다. MBC는 JTBC 보도로 알려진 텔레그램 내용을 소개한 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사 상황을 단독 보도했다.

앞서 KBS 내부에서도 자사 뉴스가 김 여사 의혹을 "사실상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KBS 다수 노동조합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달 26일 성명에서 "KBS 자료로 역사적 가치가 있겠네 권력의 똥꼬쇼 챕터가 적절할듯" "김건희 뉴스 없는 앵무새들" "야 이게 공영방송 뉴스냐" 등 KBS 뉴스 유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을 전하며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했다.

▲2024년 9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성명에 반영한 KBS 뉴스 유튜브 채널 영상에 달린 댓글들. 사진=KBS본부 성명 갈무리
KBS는 검찰 수사심의위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관련자인 최 목사를 기소하라고 권고한 지난달 24일에도 다른 방송사들과 달리 북한 소식 등을 뉴스 첫머리에 배치했다. KBS본부는 "기자협회가 나서 김건희 의혹 부실 보도에 대해 편집회의 석상에서 여러 차례 문제제기도 했다"며 "보도국 수뇌부들은 '정치 브로커 전언일 뿐' '뉴스 가치가 없다' '결정적인 팩트에 하자 있다' '지켜보고 있다' '아직 다룰만한 수준 아니다' '진행되는 것 보겠다' '김 여사 의혹 신뢰할 만한 내용은 다루겠지만 일일이 하기에는 위험부담 있다' 등의 책임 없는 말만 내뱉으며 김건희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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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저널리즘팀 노지민 기자입니다. 대통령실과 언론의 접점, 공영방송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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