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가는구나" 최승호PD가 말하는 'MBC 동기'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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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5. 오전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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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군기자로 언론인 행세하다 김재철을 위한 괴벨스로 변신” 
‘직장질서 문란’으로 2012년 이진숙 본부장 등에 의해 해고...“참 슬펐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바꾸지 않은 문재인 정부 향해선 “진심으로 사과해야”
▲미디어오늘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뉴스타파에서 최승호 PD를 만났다. 사진=박재령 기자
"(저의 해고를 위한 인사위원회 7명 중) 이진숙 본부장도 제 동기고, 경영본부장도 제 동기다. 저는 인사위에 회부돼 징계받는 입장이고 그분들은 자기네 정당성을 주장하지 못하면서도 저한테 칼날을 내리려고 칼을 들고 있는 대면의 장면이 참 슬펐다." 2012년 6월20일 최승호(63) PD가 해고당한 직후 한 말이다.

해고 사유는 '직장질서 문란'. 해고에 앞서 PD수첩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공정사회와 낙하산' 등을 방송해 이명박 정부와 김재철 사장에 미운털이 박힌 최승호 PD는 2012년 1월부터 시작한 170일 공정방송 파업의 주동자라며 해고당했다. 당시 최승호 PD는 노조 집행부도 아니었다.

MBC 구성원들은 파업 과정에서 밝혀낸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등을 문제 삼으며 퇴진을 외쳤다. 당시 기획홍보본부장이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는 TV조선에 출연해 "김재철 사장은 아무런 법의 판결을 받지 않고 혐의가 입증도 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나갈 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tvN '백지연의 피플INSIDE'에도 출연해 "(조합원) 780명의 명예가 소중하다면 (김재철 사장) 1명의 명예도 소중하다"고 말하며 적극 김재철 사장을 옹호했다. 최 PD는 그런 동기의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2012년 6월15일 tvN '백지연의 피플INSIDE'에도 출연한 이진숙 당시 MBC 기획홍보본부장. 사진=CJ ENM 유튜브채널 갈무리
이진숙 후보는 2012년 10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 민영화 밀실 논의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해 최승호 PD는 2017년 말 MBC 사장이 되기 전에도, 사장 임기가 끝난 뒤에도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며 방송법 개정의 중요성을 외쳤다. 그러나 현실은 오는 8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들이 여권 다수로 바뀌게 될 상황이다. 그는 지금 어떤 심경일까. 미디어오늘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뉴스타파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MBC 구성원들을 탄압한 이진숙씨가 방통위원장 후보가 됐다.

"갈 데까지 가는구나.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언론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상관하지 않고 지명했다. 최악의 인물이다. 이동관이 낫다고 볼 수 없지만, MBC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게 윤 정부의 현안이다. 그걸 하기 위해 이진숙씨를 방통위원장에 지명했다. 이진숙씨는 MBC 문제에서 최악의 전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진숙씨보다 더한 사람이 있다면 김재철 정도? 김장겸과 비슷할 정도로 문제 있는 인사다. 김재철이 히틀러라면 이진숙씨는 김재철의 괴벨스, 온갖 말이 안 되는 논리를 얘기하면서 김재철의 불법행위와 이명박 정권의 MBC 장악을 합리화했던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 판단력에 대해 굉장히 의심하게 되는 선택이다."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지명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2월 말 윤길용 당시 MBC 시사교양국장이 최승호 PD를 향해 "힘드니까 좀 쉬어야 한다"며 PD수첩에서 나가라고 말했다. 그 소리를 듣고 웃는 최승호 PD 모습.
-최승호 PD는 김재철 사장 시절인 2011년 2월 말, 윤길용 당시 시사교양국장으로부터 PD수첩에서 나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 윤 국장은 "최승호 PD 힘드니까 좀 쉬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승호 PD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2010년 8월 PD수첩에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을 만들었다. 당시 김재철 사장이 보류한다고 해서 방송이 안 됐다. 이를 안 시민들이 촛불시위를 했고, 결국 방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쟤는 계속 놔두면 안 되겠다'고 판단한 사건이 된 것 같다. 어쨌든 윤길용이라는 사람이 시사교양국장이 되면서 저를 축출한 거다. 그때 제가 웃은 건 이유가 너무 말이 안 됐다. 저에게 자유를 주자는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거다. 저는 PD수첩을 하면서 힘들었다는 느낌을 전혀 갖지 않았다. 당시 6명을 쫓아냈다."

-이진숙 후보는 당시 MBC 홍보국장이었다.

"이진숙은 김재철의 입으로서 방송 내용에 문제가 있어 불방시킨 것처럼 선전했다. 또 언론에 PD수첩 PD 중 1년 이상 부서에 있었던 사람들을 바꾸는 거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1년 이상 PD수첩에 있었다는 이유로 인사한 적이 없었다. 이진숙씨는 변신에 능한 사람이다. 이전만 해도 종군기자로서 대단한 언론인인 양 행세하다가 180도 자신의 인생을 전환해서 김재철을 위한 괴벨스가 됐으니까 어마어마한 전환이다. 자리 욕심이 아니었겠나. 이진숙씨는 최문순 사장 시절 국제부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지냈다. 이진숙씨가 노영방송을 이야기하지만, 본인이 이야기하는 노영방송의 첫 체제에서 굉장히 잘나갔다. 특파원을 끝내고 돌아와 엄기영 사장 시절엔 보직을 받지 못했다. 이후 김재철이 사장이 되자, 보도국에서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선배들이 거의 다 반대 성명에 연서명했다. 이진숙은 안 냈던 것 같다. 그때 김재철 사장이 이진숙을 선택했고, 홍보국장 자리를 갔다. 홍보국장을 하면서 자기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며 김재철의 논리를 만들어 그게 곧 MBC의 논리가 되게 했다."

▲2012년 6월20일 해고당한 뒤 뉴스타파와 인터뷰하는 최승호 PD. 사진=뉴스타파
-MBC 정상화를 위해 170일 파업을 하던 중 2012년 6월20일 해고당했다.

"해고 사유는 '직장질서 문란'이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그 당시 노조원의 일원으로 파업에 참여했을 뿐이지 지휘하거나 그런 입장이 아니었는 데도 김재철 사장, 백종문 부사장,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제가 파업을 배후 조종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MBC 노조가 선배 한 명이 파업하자고 해서 파업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전체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를 통해 진행하는 거다. 이진숙도 1992년 단식까지 하면서 파업했던 사람이다. 백종문 부사장도 1996년 MBC 노조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을 맡는 등 노조 집행부로 활동했다. 그 사람들은 제가 미웠던 것 같다. 저는 노조위원장을 한 지는 오래됐고, 'PD수첩'에서 쫓겨나기 직전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공정사회와 낙하산' 등을 방송했는데, 청와대에서 굉장히 기분 나빠했다. 저를 자르는 걸 보여주고 싶어 했던 거로 생각했다. 박성제 전 사장도 저와 같이 잘렸는데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법에 반대해 파업하고 굉장히 열심히 싸웠다. 미운털이 많이 박혔던 것 같다."

▲1992년 MBC 파업 당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언론노보를 배포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1992년 MBC 파업 당시 최승호 PD(가운데)의 모습.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백종문 전 부사장이 최승호·박성제를 이유 없이 해고했다는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밝혀졌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였다. 명색이 그래도 언론인데, 자기네들 임원들끼리 술 먹다가 그 당시 이야기했다면 이해하겠는데 아무리 작은 인터넷매체라고 하지만 그 언론과 이야기한 걸 보고 놀랐다. 그게 결국 자기네 주장을, 해고된 사람들의 문제점을 많이 실어달라고 부탁하는 차원에서 이야기하다가 그런 이야기까지 한 거다."

-최승호·박성제 해고 넉 달 뒤인 2012년 10월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민영화 밀실 논의를 했다. '공범자들' 영화에서도 김재철 전 사장이 "MBC를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숙, 김재철은 왜 이렇게 민영화에 집착했을까.

"YTN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공영의 위상이었을 때는 기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취재하고 방송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어서 언론자유를 탄압한다고 해도 노조를 중심으로 뭉쳐서 싸우고 몇 년이 지나면 언론 간섭을 안 하는 새로운 상황이 올 수도 있고, 그런 기대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사영화를 하면 그런 희망이 아예 없어지는 거다. 사기업 소유 언론 중 중도적이거나 진보적인 언론이 있나. 사영 언론 같은 경우는 총수 지배 체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그 안에서 총수가 생각하는 방향성과 다른 독립적 발상을 가진 언론인이 자라기 쉽지 않다. 기업이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다. 보수적인 아젠다들이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뉴스타파에서 최승호 PD를 만났다. 사진=박재령 기자
-최승호 PD에게 쉬어야 한다고 말했던 윤길용을 포함해 백종문, 차기환, 이우용, 엄기영 등이 방문진 이사에 지원했다.

"백종문, 윤길용이 돌아오는 건 이해한다.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진숙, 김장겸도 마찬가지다. 차기환은 뉴라이트 인사로 이념성을 갖고 있다. 일관성이 있는 거다. MBC의 언론자유 개념을 없애고 뉴라이트 식 이념을 MBC에 심어서 그런 방송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던 거니까. 이번에도 그런 목적을 가지고 오는 거다."

-엄기영 전 사장이 방문진 이사 지원서에 "(MBC가) 노영방송으로 비판받고 있다"고 썼다.

"굉장히 놀랐고 안타깝다. MBC를 지키려고 사장으로서 노력하던 차에 노력해도 안 되니까 쫓겨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공범자들' 영화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장면으로 나온다. 원래 인사는 사장이 하는 거다. 그걸 (2009년) 방문진에서 독자적으로 하려던 상황이었고, 엄 사장은 항의하러 왔다. 차기환이 엄 사장에게 '노조를 쫓아내세요' '지시하세요' 이야기한다. 수모당했던 한 장면으로 기억된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거다. 2017년 영화 '공범자들' VIP 시사회에 초청도 했다. 영화도 잘 봤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행보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 이진숙씨처럼 세계관이 변했나 싶기도 하다."

▲두달째 공석인 MBC본부장 인사를 위해 2010년 2월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회에서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이 이사회 참석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엄기영 사장.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때 방송3법을 개정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큰 책임이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문 정부 시절에 바꾸지 않은 건 큰 잘못이다. 그때 바꿨으면 지금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을 거다. 왜 그렇게까지 안 바꿨을까? 사실 명확하게 문재인 전 대통령한테 이야기 듣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나. 기존 체제가 민주당이 여당이니까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초기에는 그랬을 거다. 후반기 오면 사실 정권이 바뀔 수 있는 상황으로 간다. 그런데도 안 하더라. 저 같은 경우 MBC 사장 끝나고 나와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바꾸자는 주장을 여러 번 했다. 사장일 때도 여러 번 인터뷰 통해서 이야기했다. 사장 끝내고 나와서는 더 강하게 이야기했다. 참 무책임하다.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사과하는 게 맞다고 본다. 사과를 진지하게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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