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보도 1면에 안 썼다고 "두 신문" 찍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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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9. 오후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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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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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경사, 두 신문은 1면에 기사 한 줄 안써”…한겨레 “‘회칼 테러’ 잊었나”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윤석열표 세일즈 외교' 성과로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 인사가 이를 신문 1면에 싣지 않은 일부 언론사를 찍어서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8일 오전 출입기자들과 만나 체코 원전 관련 질문을 받았다. 17일 성태윤 정책실장의 생중계 브리핑에 이어 이튿날 아침에도 체코 원전 이슈 설명에 힘을 준 셈이다. 통상 고위 관계자는 수석급, 핵심 관계자는 비서관급 인사를 칭한다.

그런데 오전 질의응답 시간 체코 원전 경제성에 대해 질문 받은 고위관계자가 이번 사안을 "국가적 경사"라 칭하면서 "두 신문은 1면에 기사 한 줄도 안 썼다"는 말을 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그는 "이 신문들은 어떤 가치로 이 기사를 판단하는 거지"라면서도 그 신문들이 어딘지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고 전해진다.

이날 주요 종합일간지 지면과 한겨레 보도를 종합하면, 고위관계자가 지적한 "두 신문"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로 보인다. 실제로는 주요 종합일간지 9개사 중 경향신문만 1면에 체코 원전 기사를 넣지 않았는데, 대통령실은 체코 기사가 추가된 한겨레 최종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4개 신문(국민일보·조선일보·세계일보·한국일보)은 1면 중에서도 머리기사로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창간 기획으로 1면을 채운 서울신문은 하단에 성태윤 정책실장 대담과 함께 체코 원전 기사를 예고했다.

▲2024년 7월18일자 경향신문(왼쪽), 조선일보 1면 기사
이날 체코 원전 기사가 없었던 경향신문 1면의 톱기사는 <댐 방류 중 수색…사고 3시간 뒤 수문 닫혔다>다. 해병대 채상병이 실종자 수색을 하다 급류에 휩쓸린 때에 경북 영주시 영주댐에서 초당 평균 75톤이 넘는 물을 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하단에 체코 원전 기사를 둔 한겨레 1면의 톱기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로부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공소 취하 부탁을 받았다고 폭로한 <"나경원 공소취소 부탁" 한동훈, 청탁의혹 폭로> 기사다. 두 신문 1면에는 시간당 100mm 넘는 폭우로 물에 잠긴 현장의 사진이 배치됐다.

바로 전날 방송사의 경우 재난주관방송사인 KBS 메인뉴스가 폭우 소식을 뒤로 미룬 채 'K원전' 성과 보도를 앞세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KBS는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 이래 윤석열 정부의 세일즈 외교 등을 홍보성으로 다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와 달리 체코 원전 관련 기사를 미룬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방송사들은 폭우 관련 소식부터 비중 있게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적 경사'가 밀리는 데 아쉬움을 표하며 '기사 가치'를 논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발언이 나왔고, 다수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2024년 7월17일 KBS 뉴스9 첫 번째 리포트 앵커멘트.
한겨레는 관련 기사에서 "문제는, '두 신문'을 겨냥하면서 '국가적 경사'인데도 '1면에 안 썼다'고 기자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말하는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기사화 여부와 기사 배치에 대한 판단은 각 언론사의 고유 권한"이라며 "비서실장을 비롯해 언론인 출신이 다수 근무하고 있는 대통령실의 고위 참모 입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3월 황상무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출입기자들과 자리에서 "MBC는 잘 들으라"며 정부 비판적 기자에 대한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사례를 꺼냈다. 황 전 수석 사퇴에도 여당 총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사건으로부터 불과 4개월이 지난 지금 "입맛에 맞지 않는 특정 언론사에 불만을 표출하는 윤석열 정부의 편협한 언론관은 바뀐 게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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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저널리즘팀 노지민 기자입니다. 대통령실과 언론의 접점, 공영방송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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