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언론사에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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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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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최근 3년 광고 지출 내역 한국체육기자연맹 수첩 광고 연 800만원이 전부
축협, 인기 스포츠로 거대 후원사 통해 광고효과…기자단, 4개 등급으로 나눠 관리 
▲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누리집 갈무리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 축협, KFA)가 최근 광고를 집행한 곳이 한국체육기자연맹(회장 양종구) 한 곳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와 축협의 독단적 행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축협이 광고비로 언론사 관리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통상 기자들이 출입하는 여러 기관에서는 각 언론사에 홍보비를 집행하기 마련이다. 축협은 왜 언론사에 광고를 집행하지 않았을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협에서 받은 최근 3년간 광고비 지출 내역을 보면, 축협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축협 홍보 내용의 광고를 매년 800만 원(VAT별도, 포함시 880만 원)씩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광고는 한국체육기자연맹에서 만드는 체육기자수첩 내 지면광고 형식으로 진행했다.

▲ 대한축구협회가 강유정 의원실에 제출한 한국체육기자연맹 기자수첩에 집행한 광고
한국체육기자연맹은 국제스포츠기자연맹 한국지부로 활동하는 기자들 모임으로 분기별 체육기자상을 주고 있다. 한국체육기자연맹은 1973년 만들었는데, 18일 기준 한국체육기자연맹 누리집에 따르면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연합뉴스, 뉴스1(뉴스1코리아), 뉴시스, 스포츠경향, 스포츠동아, 스포츠서울, 스포츠월드,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한국스포츠경제, KBS, MBC, SBS, YTN, CBS, JTBC, MBN, TV조선, 연합뉴스TV, 채널A, 마이데일리, 스포티비뉴스, 엑스포츠뉴스, OSEN 등 34개사가 속해있다.

축협 1년 예산이 1000억원이 넘고 해당 연맹에 34개 매체가 있는데, 개별 언론사에는 광고를 집행하지 않고 있다. 최근 축협이 축구계는 물론, 스포츠매체뿐 아니라 정치·사회 분야를 취재하는 언론에서도 비판이 거세지자 '축협이 광고로 언론을 관리한다'는 허위사실까지 퍼졌다. 축협 사정에 밝은 한 기자를 취재한 결과, 축협은 소위 '광고비로 언론을 관리할 필요가 없는 곳'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말로 "굳이 개별 언론사에 광고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축협의 수입구조와 광고 경로

축협 사정에 밝은 한 기자는 "만약 다른 업계였다면 최근 축협처럼 비난받는 상황에서 후원사들이 발을 빼려고 하는 게 일반적인데 축협 후원사들은 인기 스포츠인 축구에 후원을 하면 광고효과가 워낙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빠지지 않는다"라며 "어차피 축협이 비난을 받더라도 축구 국가대표 경기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기 때문에 다른 출입처와 비교하면 (축협이) 언론보도에 신경을 덜 쓸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현재 축협을 비판하는 많은 축구팬도 결국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경기를 보고 출전 선수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정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52~54대 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축협
축협 후원사 '빅3'는 KT, 하나은행, 나이키다. 그 외에도 신세계, 교보생명, 현대차, 코카콜라, 넥슨, 쿠팡, 아시아나항공 등 유명 기업들이 후원 파트너사다. 축협에 대한 광고는 대기업인 후원사들이 이미 하고 있다. 월드컵 등 큰 축구 관련 이벤트는 물론 각종 A매치 경기 때도 후원사들이 자사 광고효과를 높이기 위해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내거는데 이는 자연스레 축협과 축구대표팀에 대한 홍보 효과로 이어진다.

축협, 광고로 얽히지 않은 출입처

출입기자 입장에서는 출입처(축협)와 언론사가 광고로 얽혀있지 않기 때문에 비판 보도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해당 기자는 "축협이 언론보도에 민감한 곳도 아니고 기자들에게 아쉬운 소리할 입장도 아니기 때문에 기자들도 눈치보지 않고 잘할 땐 잘한다고 기사쓰고 못할 때는 과감하게 비판할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축협에선 실무적인 이유 등으로 기자들을 4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미디어 가이드라인'(2024년 6월 개정)을 보면 축협은 '언론사 취재 보도 경력 등을 감안해 매년 언론사 등급을 분류한다'고 했다. 즉 취재를 자주 오면 등급을 높여주고 취재를 자주 오지 않으면 강등한다는 취지다.

▲ 올해 대한축구협회 출입 언론사 분류 현황. 자료=축협
올해 축협 출입 언론사 분류 현황을 보면 A등급은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뉴스1, 뉴시스, 연합뉴스, 스포츠경향, 스포츠동아, 스포츠서울, 스포츠월드,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연합뉴스TV, SPOTV, CBS, OSEN 등 31개사다. A등급의 가장 큰 권리는 월드컵 취재 쿼터나 각종 행사 시 우선 배정된다. 축협은 A등급 조건을 한국체육기자연맹 소속사를 기본으로 한다.

B등급은 베스트일레븐, 마이데일리, 스포탈코리아, 아이뉴스24, 인터풋볼, 풋볼리스트 등 6개사다. C등급은 골닷컴, 더팩트, 데일리안, 스타뉴스(머니투데이), 스포츠니어스, 스포츠투데이, 스포츠한국, 스포츠Q, 이데일리, 포포투, 한국스포츠경제, MK스포츠, STN, Xsports, 스포츠춘추, 쿠키뉴스 등 16개사다.

A·B·C 등급의 경우 연간 AD와 BIB를 발급해주고 축협 미디어채널과 KFA 포토를 이용할 수 있다. AD카드는 축구 경기장을 출입할 수 있도록 기자에게 부여하는 카드, BIB는 사진기자에게 제공하는 조끼를 말한다. 미디어채널은 보도자료, 일정확인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하고, KFA 포토는 축협이 출입 언론사에게 제공하는 사진 DB 사이트를 말한다. D등급 언론사에겐 '연간 AD·BIB'가 아닌 '데일리 AD·BIB'를 제공하는데 이는 매 경기마다 경기장 출입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 대한축구협회에서 언론사에 발급하는 연간 AD카드(왼쪽)와 연간 BIB 견본 이미지. 축협은 AD카드를 취재기자, 사진기자, 영상기자에게 각각 발급하고 BIB는 후원사와 언론사, 중계권사 등에게 지급한다. 사진=축협
D등급은 경일일보, 뉴스엔, 데일리스포츠한국, 매일경제, 서울경제, 스포르티보, 스포츠타임즈, 아시아경제, 인천일보, 일요신문,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OBS 등 13개사와 그 외 프리랜서, 외신, 지역언론사가 속해있다. 지역언론사의 경우 지역경기 개최에 한해 관계기관과 협의 후 발급한다. 축협은 올해엔 신규매체 승인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축협은 해당 등급 승격조건과 강등 조건도 자세하게 공지했는데 현장취재 비율, 보도 건수 등이 기준이다.

축협에 공식 홍보팀이 있지만 이곳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해당 기자는 "'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이라고 나오는 언론보도들은 홍보라인을 통한 경우가 별로 없어서 서로 말이 다른 경우가 발생한다"며 "기존에 감독이나 선수 때 친분이 있던 사람들이 축협에 일하면 그 기자의 취재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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