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던 조선·문화일보 유튜브 차단 회의록, 결국 '엉망진창' 결말

입력
기사원문
박재령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녹음기 불량 밝힌 속기사의 속기록 초안 공식 채택했지만
사실상 내용 알아볼 수 없어… 맞춤법 오류 등 ‘엉망진창’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회의록엔 “제3자 제공으로 대체 불가능”
“원칙 없는 심의 문제점 그대로 보여준 회의, 복구 방안 찾아야”
▲삭제, delete. 사진=gettyimagesbank
속기사의 녹음기 불량으로 사라졌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 회의록이 알아볼 수 없는 불완전한 상태로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녹음을 하지 못했다고 밝힌 속기사의 속기 초안을 그대로 게시한 것인데 야권 추천 방심위원은 이러한 회의록이 공식 채택되면 당시 방심위가 드러낸 '부실 심의' 문제가 가려진다며 반발했다.

지난 11일 방심위 홈페이지에 속기사 녹음기 불량으로 올라오지 않았던 2024년 4월25일자 제32차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 회의록이 올라왔다. 속기사가 본인만 알아볼 수 있게 작성한 속기록 초안이 공식 회의록으로 채택된 것인데 내용을 사실상 확인할 수 없는 수준이다. 줄바꿈이나 문장 구분, 맞춤법 등이 맞지 않고 위원별 발언도 혼재돼 있다.

▲ 공식 회의록으로 채택된 32차 통신소위 회의록 갈무리. 내용을 사실상 알아보기 힘들다.
직원 녹취에 따라 정상적으로 기록된 속기록이 첨부파일로 들어갔는데, 이는 내용이 40% 정도밖에 없다. 이날 회의엔 보고사항과 의결사항 가, 나, 다 순으로 진행됐지만 직원 녹취에 따른 속기록엔 보고사항과 의결사항 가 내용만 있다.

방심위 통신소위는 지난 4월25일 32차 회의에서 조선일보·문화일보 유튜브 콘텐츠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가 '사회혼란 야기' 조항으로 제기한 유튜브 영상 49건에 시정요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이후 실제 제재까지 나오진 않았지만 조선일보·문화일보 유튜브 관계자들이 방심위에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간 방심위는 방송이 아닌 신문 등 언론의 유튜브 콘텐츠는 심의·의결하지 않았는데 처음 신문사 관계자가 의견진술을 받은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순간을 결정한 회의의 공식 회의록이 외부에서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올라와 있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조선·문화일보 유튜브 차단 논의 방심위, 회의록 통으로 소실?]

[관련 기사 : 초유의 방심위 회의록 소실, 해명도 논란]

[관련 기사 : 최민희, 방심위 속기록 소실에 "표적심의 몰두해 본연의 기능 상실"]

야권 추천 윤성옥 방심위원은 해당 회의록의 채택을 거부했다. 거부 의견서에서 윤 위원은 "최초로 조선일보·문화일보가 의견진술하게 된 근거가 된 회의로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국민들에게 중대한 관심 사안이고 그 회의 과정을 왜곡 없이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 지난 1월11일 이재명 피습 다룬 조선일보 유튜브 갈무리.
윤성옥 위원은 "(이날) 앞에선 인터넷 언론의 규제방법이 없다며 입법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회의 뒷부분 조선일보·문화일보 심의에서는 시정요구와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부실하고 원칙 없는 통신심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 회의"라며 "제32차 회의록은 당시 얼마나 모순된 주장이 있었는지, 얼마나 규정에 대한 이해가 없었는지, 충분히 의견 개진도 없이 얼마나 손쉽게 위원들이 동의했는지, 아무 중재나 조정도 없이 회의를 어떻게 끝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완벽한 회의록 구성을 위해 전체회의 상정 등 후속조치가 더 있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이번 회의록 소실 건은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통신소위 보고안건으로 논의되는 데 그쳤다. 통신소위는 여야 4대1, 방심위 전체는 여야 6대2로 구성돼 있다. 안건 제의를 위해선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이 필요한데 야권 추천 위원은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안건 제의가 불가능하다.

윤 위원은 "회의록 미작성 사건은 방심위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라며 "회의록을 어떻게 채택할 것인지 등은 전체회의에서 중요 안건으로 다뤄 위원이 모두 있을 때 논의하고 객관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 현재 방심위가 8인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이라 전체안건으로 제의하지 못한다는 걸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회의록 소실 사건 초기엔 출입기자들의 자료를 참고해 회의록을 완성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됐다. 지난 5월2일 미디어오늘이 수기로 작성한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심위 측은 "법무팀 검토 결과 제3자(기사 보도내용, 사무처가 임의로 작성한 내용 등)가 기재한 내용으로 회의록 또는 회의록을 대체하는 건 사후 위원들의 발언 내용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발언내용의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통째로 소실된 조선일보 심의 회의록, 미디어오늘이 공개합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