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제작진 "지상파였다면 귀신 겪은 사람들 방송 못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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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7. 오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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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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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티빙 ‘샤먼’ 허진CP, 오정요 작가, 박민혁 PD, 이민수 PD
OTT였기에 가능한 접근…“귀신 보는 사람들 대놓고 다뤘다”
제작진들이 생각하는 ‘샤머니즘’이라는 콘텐츠 트렌드의 이유
▲티빙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스틸컷. 사진 출처=티빙. 
"저희는 탐사 콘텐츠 PD들이다. 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해왔다. 소재가 샤머니즘이긴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했고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았다."

티빙 '샤먼: 귀신전'을 연출한 박민혁 PD의 말이다. 박민혁 PD는 JTBC에서 탐사 콘텐츠를 담당해왔고 함께 연출한 이민수 PD 역시 JTBC 탐사팩츄얼본부에서 일했다. '샤먼'의 오종요 작가 역시 KBS '인간극장'을 비롯해 EBS '아이의 사생활' 등 20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구성하고 집필했다. 인터뷰 내내 이들은 샤머니즘 소재로 한 콘텐츠이지만 객관적인 관찰자로 연출했다는 자세를 강조했다.

티빙이 지난 11일 공개한 '샤먼: 귀신전'은 귀신을 직접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는 1년 전부터 귀신 현상에 시달리는 사례자의 에피소드부터 무당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의 이야기, 치유의 관점으로 풀어낸 한국 무속의 의미를 담았다. 공개 후 역대 티빙 오리지널 다큐 중 공개 첫 주 유료가입 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최고의 흥행 영화였던 '파묘' 이후 SBS '신들린 연애' 등 샤머니즘 콘텐츠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샤먼' 제작진(허진CP, 오정요 작가, 박민혁 PD, 이민수 PD)의 이야기를 들었다.

▲티빙 '샤먼: 귀신전'의 이민수PD, 박민혁PD, 이동희 콘텐츠사업본부장, 오정요 작가, 허진CP. 사진제공=티빙.
"OTT였기 때문에 귀신 보는 사람들 대놓고 다뤘다"

다큐멘터리와 샤머니즘의 만남에 대해 이민수 PD는 "한국에서, 실제로 샤머니즘이 작동하는 세계가 있는데 그것을 왜 드러내지 못했는지, 미디어에서도 다루지 못하는지 의문점이 있었다"며 "이런 의문점에서 시작해 우리나라 전통적 신앙이나 전통 무속에 대해서 한번 파고 들어가 보자는 기획 의도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PD는 "기획 의도에 공감해주신 것은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OTT였고 티빙에서 덕분에 많은 것을 다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상파에서 오랜 시간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한 오정요 작가는 지상파에서 이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었을 것이라 했다. 오 작가는 "(지상파에서) 무속을 다룬다면 한국 문화 하나의 현상으로만 다룰 수 있었을 것이다. 무속 의복이나 절차 등 하나의 의례로서 다루거나 문화 유산으로 접근했을 것"이라며 "해석이 가능한 부분만 다룰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상식적으로 해석 가능한 부분만. 그러나 OTT였기 때문에 귀신을 만난 사람들을 대놓고 다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민수 PD도 "레거시 미디어였다면 '샤먼'에서 다뤄진 사례자들은 거의 다 못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 CP는 "만약 지상파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면 샤머니즘을 조장한다고 엄청난 비판을 받았을 것이고 그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 왜냐면 OTT는 시청자들의 선택에 의해 보는 것이고 지상파는 채널을 돌리다가 볼 수 있는 것이다. 지상파는 강제 시청의 개념이 있기 때문에 엄격한 차이가 있는 건 맞다"고 덧붙였다.

▲티빙 '샤먼: 귀신전' 스틸컷. 
PD가 가장 먼저 한 질문 "병원 가보셨나요" 그 이유는

PD들은 인터뷰 내내 객관성을 강조했지만 '샤먼'을 본 시청자들은 '이거 페이크 다큐 아니냐', '연출 장면이 아예 없는 건가?', '자기들끼리 짜고 하는 것 아니냐' 의문을 갖는다.

박민혁 PD는 "재연이라고 밝힌 부분 아니면 연출은 없었다. 연출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출연자 검증과 '과장하지 말자'는 것이었다"며 "무당들을 검증하려고 각종 무속인 카페를 엄청나게 돌아다녔고 미팅도 많았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 출연하려는 출연자나 출연료를 노리는 출연자, 상업적인 활동을 중시하는 분들은 배제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무속인들이 활동하는 카페 등에 글을 올려 사례자를 모집했다. 50명 넘는 사례자를 추렸지만 촬영 후 연락이 두절되거나 사라진 사람들도 있었다. 제작진들은 무속인들을 만나러 갈 때 또 다른 무당과 함께 다니고 다양한 직군으로부터 자문을 받는 등 검증에 노력을 많이 들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3화에 등장하는 모녀 역술인 이야기가 주목을 받았다. 10살 때부터 이상 현상을 겪은 전서연 씨는 신을 거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지만 결국 무당인 엄마에게 신내림 굿을 받는다. 오정요 작가는 "카페에 전서연 씨가 본인의 사연을 올렸다. 당시엔 신내림을 받을지 안 받을지 선택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사전 미팅을 하면서 이야기해봤는데 진실된 사연을 가진 분들이라 섭외가 됐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수많은 사례자들을 미팅하면서 가장 먼저 물은 질문은 "혹시 병원 가보셨나요?"였다. 무속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면 '저건 의학적인, 정신적인 문제다'라는 시청자 반응이 많다고 한다.

박민혁 PD는 "사례자분들에게 제일 먼저 '병원 가봤느냐'고 물어봤다. 진실된 사연을 가진 분들은 사전 미팅을 하면 1시간 내내 울기도 한다. 병원도 가봤고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다 해봤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하시거나, 무속에 완전히 사로잡히신 분들, 유희의 관점으로 굿 현상을 보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사례자로 적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지태·옥자연 프리젠터 호불호…"취재하는 느낌 주고팠다"

배우 유지태와 옥자연이 프리젠터로 참가한 포맷에 대한 반응은 상반된다. 보통 다큐멘터리는 1MC 체제이거나 재연과 실제 사연이 번갈아 나오는 포맷인데 프리젠터들이 대화를 하고 개입을 하는 모습이 기존의 다큐멘터리 형식과 사뭇 다른 느낌이라는 평이다.

박민혁 PD는 프리젠터들이 대화하는 장면들을 삽입한 이유에 대해 "취재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프리젠터들이 '귀신을, 혹은 신을 믿으시나요?' 같은 질문을 하는데 시청자분들에게 질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PD는 "다큐멘터리 특성상 이러한 연출을 이질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고 있다"며 "그러나 반면 '중간중간 프리젠터의 표정이 내 표정이랑 똑같다'라고 공감한 시청자도 있었다"고 했다.

▲'샤먼'에 프리젠터로 참여한 배우 유지태와 옥자연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 
허진 CP는 "(프리젠터 연출이) 몰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이 프로는 몰입도 중요하지만 객관적 시선으로 보고있다는 걸 강조하는 것도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민수 PD는 "많은 배우 소속사 측에서 배우가 프리젠터로 참여하는 것에 우려를 보였다. 굿 현장을 실제로 봐야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유지태, 옥자연 배우는 호기심이 워낙 많아 현장도 보고 싶어하셨다"고 말했다.

제작진도 수많은 무당들을 만나고 굿 현장에 머물렀기에 편집실에 부적을 붙여놓거나 귀신들이 싫어한다고 믿는 복숭아 통조림을 넣어두기도 했다고 한다.

▲샤먼을 만드는 프로그램실의 모습. 제작진들이 워낙 무당을 많이 만나고 굿 현장에도 자주 갔기 때문에 프로그램실에 부적을 붙여놓기도 했다고 한다. 사진 제공=박민혁 PD. 
제작진이 생각하는 '샤머니즘 트렌드' 이유는

최근 부쩍 늘어난 샤머니즘 소재의 콘텐츠에 대해 제작진은 어떤 생각일까. 이민수 PD는 "굿 현장들을 보면서 '치유'라는 기능이 무속의 진짜 기능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과학적 혹은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수 천년 동안 지속돼 왔는데 왜 그럴까, 치유의 기능에서 효과가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PD는 "과거엔 무속에 대해 대놓고 아무도 이야기 못했던 시대였다. 미신 조장이라며 금기의 영역이었는데 최근에는 종교보다 유희의 관점이 생긴 것 같다"며 "딱딱하거나 무섭거나 무거운 신앙이 아니라, 또한 규율이 아니라 위로를 주는 듯한 느낌이 있어 젊은 세대들이 호기심을 갖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오정요 작가는 "저희 세대만 해도 무속이 하위 문화에 속했다. 최근 무속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진 것에 대해 '불안한 시대'라는 진단도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요즘 세대는 무속을 더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막내 취재 작가가 이런 말을 해줬다. '귀신의 쓸모'. '귀신이어도 내 상처를 치료해주고 위로 준다면 믿지 뭐!' 이런 정서가 있다는 것이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럴 듯 하네' 정도로 넘어가고 소비한다는 것이었다"며 "그런 문화가 충격적이기도 했고 나 역시 이 소재에 대해 새롭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오 작가는 "이 콘텐츠는 귀신을 보는 '사람'의 이야기다. 많은 말들이 있어도 어쨌든 그런 사람들은 존재한다"며 "예전에는 '진짜냐 아니냐'가 중요했지만 이번에는 귀신을 보는 사람들, 이 사람들 삶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야기해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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