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문자 논란, 진짜 문제는 용산의 전당대회 개입과 '댓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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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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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보수언론, 전당대회 후보자들 발언으로 공방 위주 보도, 정작 중요한 문제 가려
전당대회 앞두고 김건희 쪽에서 문자 공개 가능성, 전대개입과 댓글팀 활동이 진짜 문제 
▲ 김건희 여사(왼쪽)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5차례 보낸 문자를 TV조선이 지난 8일 밤 공개했다. 지난 4일 CBS 김규완 논설위원이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가 한 전 위원장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이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고 폭로한 이후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온통 문자 '읽씹(읽고 씹었다)' 논란이 중심이다.

문자 공개 이후 보수언론에선 '사적 문자'가 공개됐다는 점을 문제 삼으면서 전당대회에서 후보자들이 한 발언을 중심으로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9일 정치면에서 <김여사의 사적 문자 전문까지 공개…막장으로 가는 국민의힘>, <羅·尹 "문자 무시 사과해야" 韓 "답했다면 국정농단"> 등의 기사를 보도했고, 중앙일보도 정치면에서 여당 내 인사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공방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0일 1면 <'金여사 문자'만 남은 與 전대>, 3면 <"다 공개땐 정부 위험" "정치 이전에 인간돼야" 문자 늪에 빠진 토론> 등의 기사를 냈다.

▲ 9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기사
전당대회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당내 인사들이 이번 논란에 대해 보이는 입장은 '김 여사의 문자에 한 전 위원장이 답을 안 한 것이 잘못이다'이거나 '한 전 위원장이 혼자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답을 하기 곤란하다' 정도다. 다른 말로 '친윤'이냐, '친한'이냐 문제로 수렴된다. 결국 이들의 발언을 자세히 보도하는 것은 당내 계파갈등을 자세히 파악하는 문제인데,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이번 논란에서 언론이 짚어야 할 진짜 문제는 '용산의 전당대회 개입'과 '댓글팀' 존재 여부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둘 사이의 문자를 한 전 위원장이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김 여사 쪽에서 공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여사가 문자를 친윤 인사에게 넘기고 이를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언론에 흘렸다는 추정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8일 이번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은 보수언론에서도 지적했던 사안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대통령실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오래된 주장의 연장선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사설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없다"는 대통령실, 사실인가>에서 "대통령실이나 친윤 진영에서 의도적으로 (문자를) 흘린 것 아니냐"고 했다.

이번 문자 논란에서 새롭게 등장한 사안은 '댓글팀'에 대한 이야기다. 김 여사는 한 전 위원장에게 지난 1월23일 보낸 문자에서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습니다.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습니다. 제가 모든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김 여사가 관여할 수 있는 댓글팀이 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첫째로 한 전 위원장이 김 여사가 관여하는 댓글팀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고, 둘째로 한 전 위원장은 해당 댓글팀에서 자신을 공격했다고 인지한 상황에서 나온 문자 대화다. 김 여사는 여기서 두번째 내용만 부정하고 있다.

이후 친윤계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등에서 한 전 위원장이 법무부장관 시절부터 사설 여론관리팀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여권 내 복수의 댓글팀이 있고 특히 김 여사는 유튜버 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이 보수 유튜버를 자주 본다는 기존 언론보도나 김 여사가 대선 전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접촉했던 사례가 정황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9~10일 댓글팀 문제를 밝혀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지면에 싣지 않았고, 특히 10일자 지면에는 댓글팀 관련 기사조차 없다. 중앙일보도 9~10일 '댓글팀' 관련 기사는 지면에 없다. 동아일보는 10일 <金여사 언급한 '댓글팀'도 논란>이란 기사를 정치면에 실었지만 기사 상당수는 양측의 공방이나 '조직적인 댓글팀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담았다. 언론에서 여권 주요 인사들의 공방을 중심으로 사안을 다루는 것은 좀더 근본적인 문제를 가리는 효과가 있다.

이번 문자 논란은 권력 내부투쟁으로 권력자들의 속마음이 드러난 사건이다. 권력자들이 사과를 윤리적 차원에서 결단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 유불리로 한다는 걸 직접 확인한 사건이면서 김 여사가 고가의 가방을 받은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또 김 여사가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정무라인, 당 전략 단위를 건너뛴 채 여당 비대위원장과 직접 소통을 해왔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고 여권 내 인사들의 대화가 당사자들에 의해 직접 공개되는 또 하나의 사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런 점들은 당내 권력 다툼의 문제이면서 계속 비판받던 문제의 연장선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 댓글팀의 존재와 활동 범위의 문제는 불법과 공론장 왜곡과 연관된 사안이다. 현재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김 여사와 한 전 위원장이 과연 어떠한 형식의 댓글팀을 운영했는지, 여기에 공무원이나 세금 등 공적 자원이 투입됐는지, 혹은 그 외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여론조작 시도가 있었는지 수사가 필요하다.

한겨레는 10일 사설 <'김건희 문자' 논란, 이제 유야무야 넘길 수 없게 됐다>에서 "댓글팀 자체가 없었다는 건지, 댓글팀이 있는데 비방 행위를 한 건 아니라는 건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김 여사 본인과 대통령실 측근 세력이 개입됐다면, 당내 경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부당한 당무 개입으로 수사를 받을 사안"이라고 한 뒤 "대통령실과 여당의 합당한 조처가 없으면 국회 조사나 특검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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