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는 9일 저녁 '뉴스룸'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녹취> 등 여러 리포트에서 이 같은 이종호 전 대표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B씨가 "선배님 그러고 보니까 일전에 우리 해병대 가기로 한 거 있었잖아요. 그 사단장 난리 났대요"라고 하자 이 전 대표가 "임성근이? 그러니까 말이야.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A가 전화 왔더라고"라고 전했다. A는 앞서 JTBC가 공개한 임성근 전 사단장의 골프모임 카톡에 등장하는 대통령 경호처 출신 인사이며, B씨도 함께 등장하는 변호사다.
이 전 대표는 "그래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라고 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원래 그거 별 3개 달아주려고 했던 거잖아. 포항 가서 임성근 만나기로 했는데 문제가 되니까 이 XX(임성근) 사표 낸다고 그래가지고 내가 못하게 했거든. A가 문자를 보낸 걸 나한테 포워딩을 했더라고. 그래서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마라'. 왜 그러냐면 이번에 아마 내년쯤에 발표할 거거든. 해병대 별 4개 만들 거거든"이라고 밝혔다.
특히 '위에서 그럼 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요, VIP 쪽에서'라는 B 변호사의 질의에 이 전 대표는 "그렇지. 그런데 이 언론이 이 XX들을 하네"라고 답하는 육성이 나온다.
이에 김지아 JTBC 기자는 '뉴스룸' 스튜디오에 출연해 전직 경호처 출신 A씨를 두고 임성근 전 사단장이 평소 친분을 유지해왔다고 말한 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김 기자는 "이 전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A씨가 구명로비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서 문자로 이씨에게 전달했고, 이걸 이씨가 VIP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라고 추청했다.
직접 이 전 대표와 통화했다는 유선의 JTBC 기자도 뒤이어 스튜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세 가지를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유 기자는 이 전 대표가 "나는 임성근 전 사단장을 모른다. 전화번호도 없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나는 그런 구명을 한 적이 없고, 할 수도 없다. 내가 그런 말을 했다면, 그것은 A씨가 임 전 사단장이 사임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했던 얘기를 B 변호사에게 옮겨 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니까 실제로 도와준게 아니라 A씨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B 변호사에게 옮겨서 전한 것일뿐"이라는 해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와 통화 직후 경호처 출신의 A씨와도 통화해보니 A씨는 "임 전 사단장이 사의를 표했다는 건 뉴스를 보고 알았다", "임 전 사단장이 사의를 표했다는 내용으로 이종호 씨와 통화한 적은 있다", "다만 이종호 씨를 포함해서 누군가에게 사표를 내라마라 말한 기억이 없고, 임 전 사단장 구명 활동을 한 적도 없다", "그 시기를 전후해서 임 전 사단장과 직접 소통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A씨의 말을 옮긴 거라고 하는데, A씨는 '사표 내라 마라' '구명활동' 등의 말을 이 전 대표에게 한 적이 없다고 해 서로 말이 엇갈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사람과 관계를 두고 유 기자는 "지난해 3월, 해병대 예비역 행사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고, A씨는 임 전 사단장과 과거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서로 아는 사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며 "다만 이종호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아예 모르기 때문에 구명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유 기자는 "녹취 속 이씨(이 전 대표)가 말하는 내용이 어떤 맥락이었는지 과시를 위한 빈말은 아니었는지 등을 모두 공수처에서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일한 녹취록은 MBC도 같은 날 보도했다. MBC는 9일 저녁 '뉴스데스크'에서 "고 채수근 상병 순직 1주기를 열흘 앞두고,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를 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수처가 확보했다"며 구명 로비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 두 건을 공개했다.
이준희 MBC 기자는 뉴스데스크 스튜디오 출연에 이 녹취파일이 공개된 경위를 두고 "공익신고자와 통화 내용 외에 어떤 것도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와 대화한 B 변호사가 공익신고자라는 설명이다. 이 기자는 "신고자를 보호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것인데, 지난주 목요일(4일) 공익신고자가 공수처에서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확인이 됐다"며 "그 과정에서 공익신고자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이 전 대표와 통화녹음을 공수처에 제출했고, 이 전 대표에게 임성근 전 사단장 사표 소식을 전해줬다는 해병대 후배 송모 씨(A씨)와, 공익신고자의 통화녹음도 역시 공수처에 제출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유 기자는 "실제로 이 씨를 통해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고, 아니면 이 씨가 단지 허풍을 쳤을 가능성도 역시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야당은 진상규명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보도가 사실이라면 주가조작 공범이 구명 로비의 창구로 삼았을 대상이 김건희 여사일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라며 "사건의 몸통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라는 자백이자 스모킹 건"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임성근 1명 구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진상 규명을 방해했던 이유가 명확해졌다"며 "대통령 부부 방탄용 거부권 남발과 경찰의 꼬리자르기식 면죄부 수사로 특검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수처가 확보한 해당 녹취록은 윤석열 대통령이 왜 격노했는지, 대통령 격노 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이 총동원돼 임성근 구명 외압을 행사한 이유가 무엇인지 풀 수 있는 강력한 스모킹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녹취록을 두고 "이종호씨가 '대통령에게 내가 얘기할게, 구명해 줄게'(라고 한 것은 있지만) 그게 대통령한테 실제 구명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을 할 수가 없다"며 "좀 더 신중하게 보도를 해야 될 측면이 있다. 녹취기 때문에 저 내용이 다 허위라고 생각은 하지 않고, 다만 대통령에게 실제 구명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저 녹취만 봐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