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EBS·MBC 이사들 "눈엣가시 MBC마저 장악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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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5. 오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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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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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기자회견 열고 “대통령 추천 2인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 위법…이사 선임 무효 피할 수 없을 것”
▲2024년 7월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사옥 앞에서 MBC(방송문화진흥회), KBS, EBS 등 공영방송 3사 이사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공영방송 3사(KBS·방송문화진흥회·EBS)의 야권 이사들이 사실상 경영진 교체 기로에 놓인 MBC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계획안은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3사 야권 이사들은 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공동 성명을 통해 방통위를 '합의제 위원회' 취지에 맞게 정상 운영하고, 윤 대통령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명 철회 및 방송법 관련 거부권 남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방통위는 그간 윤 대통령이 추천한 2명 만으로 운영돼왔고,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최근 본인에 대한 야권의 탄핵이 추진되자 차기 공영방송 이사 선임계획안을 의결한 뒤 사퇴했다.

이사들은 "방통위는 대통령과 국회가 추천한 상임위원 5인으로 구성해 합의제로 운영해야 하며, 이는 방통위의 설립 목적인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공익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필수적인 구조"라며 "대통령이 추천한 두 명이 의결한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안은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인 위원회 구성의 적법성조차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하자 있는 의결로서 그 자체로 위법하여 무효이다. 나아가 위법한 계획안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한다면, 향후 선임된 이사들 또한 절차적 하자를 승계하여 선임의 무효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4년 7월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사옥 앞에서 MBC(방송문화진흥회), KBS, EBS 등 공영방송 3사 이사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시춘 EBS 이사장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사진=노지민 기자
김홍일 전 위원장의 사퇴를 "제1헌법기관인 국회를 무시하고,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의를 철저히 배반한 것"이라 규정한 이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한 방송3법 및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회 논의조차 기다리지 않고 2인 체제라는 방통위의 하자를 치유하지도 않은 현 상태 대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서두르는 이유는 자명하다. KBS 이사장과 이사를 해임하고 사장을 해임해 KBS를 장악했듯이, 이제는 눈엣가시인 MBC마저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아래서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MBC 구성원들을 탄압하고 권력과 결탁해 MBC 민영화를 추진했던 이진숙을 새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한 데서도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4일 차기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계획 관련해 "임기가 끝나면 마땅히 새 이사들을 선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방송의 자유, 독립 관련 부분을 반드시 5인 체제에서 해야 하는 것이 방통위법의 정신"이라며 "그런 점을 언론에서 분명하게 보도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권 이사장은 "방통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독립적인 사람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자는) 정당활동을 하셨다는 점에서 상당한 우려"가 있다며 "MBC에 대해 어제 기자회견에서 굉장히 사감이 있는 발언을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에 입당했고 2021년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언론특보 등으로 활동했다.

권 이사장은 또한 이 후보자가 '공영방송이 노동권력과 노동단체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그 노동조합 자체도 방송민주화운동의 결실로 만든 것"이라며 "마치 (공영방송을)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것처럼 노영방송이라는 주장은 이진숙씨가 하면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진숙 후보자는 1992년 공정방송을 위한 MBC 노동조합 파업에 적극 참여했던 이력이 있다.

▲2024년 7월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사옥 앞에서 MBC(방송문화진흥회), KBS, EBS 등 공영방송 3사 이사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일형, 이상요, 조숙현 KBS 이사. 사진=노지민 기자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정재권 KBS 이사는 "공영방송을 둘러싸고 사회적 진통이 큰 것은 우리 사회 전체로 보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라며 "이진숙 후보자가 사퇴하고, 정부와 여당이 국회에서 논의하는 방송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공영방송의 공공성·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만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정 이사는 "이진숙 후보자는 과거 MBC에서의 경력, 그 이후 정치적 이력을 차치하더라도 최근 여러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매우 편협하고 적대적인, 우리 사회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시각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며 "우리 사회 여론의 다양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덕목이 방통위 최고 책임자가 당연히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이진숙 후보자는 그런 점에서 자질이 전혀 없음이 드러났다"면서 이 후보자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2024년 7월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사옥 앞에서 MBC(방송문화진흥회), KBS, EBS 등 공영방송 3사 이사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민주당 추천 공영방송 이사들이 임기가 다한 방문진 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방통위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하고 나섰다"며 "민주당이 수개월 동안 방통위 상임위원을 추천하지 않아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2인 체제인데 이들은 그 책임을 여권에만 돌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방송이 된 MBC를 영구히 장악하기 위한 의도적 방통위원 추천 회피 꼼수를 떼를 지어 지지하고 나선 모양새인데, 흡사 문재인 정권 초기,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임명된 KBS 고대영 사장과 MBC 김장겸 사장을 '집단 린치'하던 모습을 연상시킨다"라며 "이사들의 공동성명서 발표의 내용과 행태는 민주당-민노총이 추진하는 '방송장악 4법'이 왜 악법인지 웅변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 벌이고 있는 행태가 바로 가장 저급한 형태의 정치적 후견주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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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저널리즘팀 노지민 기자입니다. 대통령실과 언론의 접점, 공영방송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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