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선 애완견? 올해도 신문사 '기사형 광고' 수천 건 적발

입력
기사원문
윤수현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최근 1년 주요 일간지·경제지 기사형 광고 적발 건수 6693건
광고에 있는 ‘OOO기자’ 바이라인, 기사로 오인할 수도
처벌 규정 2009년 삭제…입법조사처 “처벌 규정 신설 검토해 볼 필요”
▲디자인=안혜나 기자.
광고에 'OOO기자'라는 바이라인을 넣어 기사로 오인하게 하는 '기사형 광고'가 최근 1년간 수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적발한 주요 일간지·경제지의 기사형 광고(지면 기준)는 6693건이었다. 자율심의기구의 제재 실효성이 부족하고, 법적 처벌조항도 없어 매년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내역을 보면 주요 일간지·경제지 24곳이 2023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기사형 광고 심의 규정을 위반해 주의를 받은 경우는 6693건에 달했다. 주의 건수는 1년 전인 2022년 6월~2023년 5월과 비교하면 199건 줄었다. 현행법상 기사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하는 기사형 광고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심의에 적발된 언론사 대부분이 광고에 'OOO기자'라는 바이라인(기사·칼럼 등의 작성자 표기)을 넣어 주의를 받았다. 독자들이 바이라인 때문에 기사와 광고를 혼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의 기사형 광고 적발 내역. 자료=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 그래픽=안혜나 기자.
기사형 광고 적발, 경제지 상위권… 조선·동아도 주의 300여 차례 받아

기사형 광고로 가장 많은 주의를 받은 신문사는 파이낸셜뉴스로 721건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5월 심의에서 115건의 주의를 받았다. 2022년 6월~2023년 5월과 비교해 주의가 27건 늘었다. 3월6일자 <녹십자, 졸음 부작용 줄인 알레르기 치료제 '알러젯'> 기사형 광고에 '강OO기자'라는 바이라인을 넣고, 광고 표기를 하지 않아 주의를 받는 식이었다. 3월19일 <LG화학, 턱밑살 개선 '벨라콜린' 출시> 기사형 광고에도 '강OO기자'라는 바이라인이 있었다.

경제신문은 기사형 광고 적발 상위권에 있다. 헤럴드경제가 550건의 주의를 받아 2위에 올랐다. 2022년 6월~2023년 5월과 비교해 주의가 12건 줄었다. 매일경제(506건)·한국경제(488건)가 뒤를 이었다. 매일경제 주의는 85건, 한국경제 주의는 102건 줄었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심의) 내용을 심사해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투데이의 기사형 광고 적발 건수는 426건이다. 조선일보의 기사형 광고 적발 건수는 365건, 동아일보의 적발 건수는 353건이었다. 조선일보 기사형 광고 역시 2022년 6월~2023년 5월과 비교해 16% 줄었다. 이어 아시아경제 333건(84건 감소), 머니투데이 324건(4건 감소), 서울경제 322건(45건 감소), 이데일리 297건(73건 증가), 내일신문 280건(31건 증가), 전자신문 267건(10건 감소) 순이었다.

기사형 광고 적발이 가장 적은 신문사는 한겨레로, 최근 1년간 3건(3건 감소)의 주의를 받았다. 이어 경향신문 24건(8건 감소), 한국일보 45건(26건 증가), 세계일보 57건(13건 감소), 국민일보 96건(9건 증가) 순이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 적발된 기사형 광고. 붉은색 칸에 기자 바이라인이 있다. 사진=동아일보, 한국일보, 문화일보, 파이낸셜뉴스 기사 갈무리
문제 반복되지만 자율규제 실효성 없어…"입법부가 힘 써줘야"

광고자율심의기구는 기사형 광고에 '광고'라고 명시하지 않거나, 바이라인을 넣어 광고를 기사로 오인하게 하면 권고·주의 등을 결정한다. 광고라는 뜻을 가진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표기가 있으면 적발되지 않지만, 특집·기획·소비자 정보 등 표기가 있을 경우 적발 대상이 된다. 또 기사형 광고에 바이라인뿐 아니라 뉴스, 탐방, 취재, 인터뷰 등 용어를 사용해선 안 된다.

주요 일간지·경제신문의 기사형 광고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광고자율심의기구의 주의 조치는 실효성이 없다. 광고자율심의기구의 권고·주의 조치에는 뒤따르는 불이익이 없다. 신문법에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해 편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으나 과태료 조항은 2009년 삭제됐다.

21대 국회에선 광고주에게 기사와 광고를 구분해 광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표시광고법 개정안, 기사형 광고 미고지 적발 시 2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신문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2대 국회 과제로 "처벌 규정을 신설해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재 수단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매년 논의하고 있다"며 "신문법에는 기사형 광고에 대한 과태료 조항이 삭제됐고, 정기간행물법에는 과태료 조항이 남아있지만 사문화된지 오래다. 입법부가 어느 정도 힘을 써줘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언론사에 보내는 심의 결과 공문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상담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독자를 속이고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기사형 광고는 이른바 뒷광고라고 할 수 있다"며 "22대 국회에서 언론사들이 '기사형 광고'를 스스로 줄일 수 있는 법 제도를 꼭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용자 역시 기사형 광고를 문제로 보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3년 2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5.3%는 현재 기사형 광고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기사형 광고가 문제인 이유(중복 응답)로는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왜곡 84.2% △소비자·독자 기만 73.2% △언론의 신뢰도 하락 73.1% 등이 꼽혔다.

신문사 자율규제기구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도 '광고' 표기를 하지 않고 바이라인을 넣은 기사형 광고를 제재하고 있다. 지난해 신문윤리위가 내린 신문 지면 제재 445건 중 기사형 광고 규정(보도자료 검증) 위반은 154건에 달했다. 특히 매일경제가 받은 제재의 63%가 기사형 광고 관련 규정 위반이었다. 한국경제는 59.3%, 조선일보는 51.6%가 같은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기자 프로필

TALK

유익하고 소중한 제보를 기다려요!

제보
구독자 0
응원수 0

미디어의 현상, 맥락, 미래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