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도용 가능성”
북한 평양 한복판에 있는 대형상점에 해외 명품 브렌드가 입점한 장면이 포착됐다. 해외 브랜드들이 북한에 공식적으로 입점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이 무단으로 지적재산권을 도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NK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류경금빛상업중심’(류경 골든 플라자)이라는 쇼핑몰에 디올, 샤넬 등 해외 명품부터 이케아, 아디다스, SK-Ⅱ 등 여러 해외 브랜드의 간판을 단 매장을 개설했다.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는 인플루언서가 지난 9일 올린 SNS 영상을 보면 디올 매장에서 화장품, 아디다스 매장에서 아디다스 로고가 새겨진 운동복 등을 파는 모습이 등장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류경금빛상업중심은 2023년 7월 27일 개업한 곳으로 총넓이가 8만7000여㎡에 달한다. 북한 대외선전용 잡지 ‘금수강산’은 2023년 12월호를 통해 평양 낙랑구역(락랑구역)을 소개하면서 해당 건물을 “상업, 급양, 호텔, 사무구역을 포함한 종합적인 봉사 기지”라고 소개했다. 낙랑구역은 대동강 하류에 있는 지역이며 류경금빛상업중심은 대동강 바로 아래의 낙랑시장 옆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매장 입점은 해당 브랜드 본사에서 직접 진행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무단으로 진행한 정황이 나오고 있다. 이케아 측 대변인은 NK뉴스에 북한에 브랜드 상표를 허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류경금빛상업중심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바다탐험대 옥토넛’의 캐릭터를 무단으로 그려 넣은 대형 미끄럼틀을 설치했다. 이 대형 미끄럼틀은 여전히 운영 중인 것으로 포착됐다.
북한의 해외 상표 무단 사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한국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를 대동강변 주민종합편의시설에 입점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으며 뽀로로, 헬로키티, 디즈니 캐릭터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을 통해 해당 브랜드의 물건을 무단으로 들여와 평양 시내 상류층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 내부에는 장마당 활성화로 인해 일정한 소비층이 형성돼있다”며 “중국에서 무단으로 물건을 들여와 북한 고위급 소비층에 판매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류경금빛상업중심이라는 간판 밑에 영문으로 ‘Ryugyong Golden Plaza’가 적혀 있는 것을 보면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보여주기식 판매를 하는 것으로도 추정된다. 관광객들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북한이 다른 국가처럼 유명 브랜드를 사고판다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의미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평양 일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북한도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서 명품 등 물건을 판매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며 “상점의 영어 이름을 사용한 것을 보면 외부 관광객을 위한 용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 석좌연구위원도 “원산·갈마 해양관광단지를 화려하게 꾸며놓은 걸 보면 김정은은 과시하기를 좋아한다”며 “이 상점도 김정은의 과시 의도가 담겼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