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정수기 ‘100℃’ 감추고 그램은 ‘더 무겁게’ 광고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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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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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스펙 대신 소비자 신뢰 얻기
내년에도 ‘진심 마케팅’으로 승부
LG전자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정수기(왼쪽)와 ‘LG 그램’ 노트북.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제품의 스펙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마케팅 전략으로 고객에게 소구하고 있다. 정수기 제품을 광고할 때 ‘100도씨(℃) 끓인 물’이란 문구를 감추고, 가벼워야 하는 노트북 ‘LG 그램’ 제품은 더 무겁게 홍보하는 등 과한 스펙을 드러내는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 사실과 다를 수도 있는 부분을 광고하다가 오히려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내년에도 솔직한 마케팅 전략을 이어나가면서 소비자에게 오랫동안 각인된 ‘가전은 LG’ 공식을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부적으로 정수기 광고에서 ‘100℃’ 숫자를 쓰지 않기로 했다. 최근 많은 업체가 정수기 제품을 광고하면서 100℃ 끓인 물이 출수된다는 마케팅 경쟁을 강화하는 상황이라 의외의 결정이라는 평가가 다수 나왔다. 이런 결단은 고객이 이용하는 실제 출수 온도를 표기하는 게 옳다는 직원들의 의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제품이 경쟁사 대비 출수 온도가 낮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고객이 사용하는 시점의 온도를 표시해야 오해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일반적으로 업체들이 광고하는 100℃ 끓인 물은 정수기 가열부의 온도다. 고객이 물을 출수할 때는 이보다 온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제품의 출수 온도는 85~90℃ 내외다.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타 업체들은 제품 디스플레이부에 표시되는 온도가 물이 끓여진 시점의 온도 센서 기준이고, 추출되는 물의 온도는 이보다 낮다는 고지 사항을 살며시 광고에 삽입하고 있다. 나중에 고객들이 온도와 관련한 불만 사항을 제기했을 때 대처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

LG전자의 솔직한 마케팅은 지난 2016년 출시된 ‘LG 그램 15’ 제품에서도 빛을 발했다. 당시 LG전자는 15.6인치 그램의 무게를 980g이라고 광고했다. 하지만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직접 무게를 재보자 이보다 가벼운 960g 내외로 측정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LG전자가 오히려 제품을 더 무겁게 광고하고 있다며 화제가 됐다. LG전자는 이와 관련해 색상마다 입히는 도료, 공급받는 부품 종류에 따라 미세한 오차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측정될 수 있는 무게의 최대치로 광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광고 속 980g이라는 표현은 980g을 넘지 않겠다는 일종의 약속이었다”면서 “솔직하게 광고하는 ‘진심 마케팅’을 내년에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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