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수익 줄자 자금 대거 이동
은행권 적금 잔액이 지난해 말 대비 6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목돈 만들기 출발점인 적금에 대한 선호가 줄어든 건 금리 인하기로 접어들면서 이자가 줄어든 데다 암호화폐 등 다른 투자처로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7일 기준 적금 잔액은 39조8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45조8632억원에 비해 6조232억원 줄었다. 12월 기준 적금 잔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건 3년 만으로, 감소율을 기준으로 하면 13% 넘게 줄었다.
은행권 적금 잔액은 주식투자 열풍이 불던 2020~2021년 사이 감소했다가, 이후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함께 2023년까지 증가했었다.
최근 적금 잔액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 은행권에선 3~4년 전 당시 투자 수익을 경험한 이들이 수신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안정적인 적금 대신 직접 투자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은행의 적금 금리는 평균 3%대다. 최근 들어선 한국은행의 10·11월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더 내리는 추세다.
투자자들은 적금 대신 암호화폐나 미국 주식으로 자금을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보관금액(보유액)은 지난달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기더니 지난 19일 기준 1112억6000만 달러(약 162조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대비 63% 증가한 수치다.
해외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5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29조4000억원 대비 79% 늘었다.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하루 거래 대금이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을 넘어설 때도 있는 등 암호화폐 투자에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1년간 들었던 적금 만기 금액을 비트코인과 미국 주식에 넣었다는 A씨는 “중간에 적금을 깰까도 생각했지만, 일단은 만기까진 버텼다.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적금을) 더 넣을 필요는 없다고 봤다”며 “지난 한 달 동안 얻은 수익이 적금 1년 동안 얻은 이자보다 몇 배는 많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적금이 안정적이고 우대 금리에 따른 이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지만, 적금 우대금리 조건 충족이 까다롭거나 납입 한도가 낮은 경우도 많다”며 “단기 투자 추세가 확대되는 경향도 있어 (적금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밀려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