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하늘은 잿빛이었다. 매캐한 연기로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숨을 편히 쉴 수도 없다. 지난달 23일 아침. 자카르타 북부의 무아라 바루 지역 여기저기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도시를 오가는 오토바이와 차량은 하나같이 낡았다. 뿜어져 나오는 매연은 공기를 더 탁하게 만들었다.
무아라 바루 지역의 북부 해안에는 길이 13㎞, 높이 2m에 이르는 거대한 방벽이 세워져 있다. 해수면보다 낮은 땅으로 바닷물이 넘쳐 들어오는 걸 막으려는 것이다. 자카르타는 현재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침몰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지하수 남용으로 지반이 내려앉고, 기후 변화로 해수면 상승까지 겹쳤다. 가라앉는 속도는 연간 최대 25㎝에 달한다. 자카르타의 약 40%는 해수면 아래에 있다.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ITB)의 하사누딘 아비딘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8년에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2050년 자카르타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기고, 북부 자카르타는 흔적 없이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가 수도로서 지속가능성이 떨어지자 보르네오섬 누산타라로 수도 이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누산타라는 자카르타로부터 약 1200㎞ 떨어진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주에 건설되는 신도시다. 대통령궁은 이미 완성돼 독립 79주년 기념일(8월 17일) 행사를 치렀다. 수도 기능을 갖추는 데 향후 320억 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수도를 옮겨도 자카르타에 남는 주민들은 기후 위기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자카르타뿐만이 아니다. 기후 변화가 지속한다면 해안을 접한 다른 도시들도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지난해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해 탄소 배출로 지구 온도가 3도 오르면 대부분의 해안 도시가 물에 잠긴다고 밝혔다.
가난한 도시는 더 빨리 가라앉는다. 지난달 24일 도착한 자바섬 북부 드작의 팀불슬로코가 그런 곳이다. 자카르타는 돈으로 물을 막아내고 있지만, 여기는 그럴 여유가 없다. 항구의 선박처럼 도로 양옆으로 늘어선 집들은 큰길을 제외하곤 물에 잠겨 있었다. 주민들은 마치 배 위에서 생활하듯 살고 있었다. 건기(매년 5~9월)를 맞아 팀불슬로코에선 공사가 한창이다. 매년 상승하는 해수면만큼 집을 올려 짓기 바쁘다. 주민 수라틴(63)은 가라앉은 집에서 살 수 없어 옆에 새로 집을 지었다. 옛집은 부엌으로 사용 중이다. 그는 “물에 잠긴 이곳에 20년간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