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MBTI 채용 안 한대” 성격 검사 ‘신뢰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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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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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MBTI협회 “온라인 무료검사, MBTI 아냐”
전문가들 “MBTI 애초 모순적…검증 안 돼”
재미라면 무방…중요한 결정엔 적용 말아야
서울 홍대에 설치된 MBTI 자판기. 참고사진. 이한형 기자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온라인 MBTI 검사가 일본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검사 결과는 직원 채용에까지 활용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한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공인 기관은 온라인 MBTI 검사가 실제 MBTI와는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2일 아사히 보도를 보면 일본 도야마현은 지난 6월 이직을 고민하는 사회인 대상 온라인 세미나에서 자기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16퍼스널리티즈(16Personalities)’라는 무료 MBTI 검사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 서비스는 10분 정도 객관식 질문에 답하면 성격을 16가지로 나눈 결과를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대부분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혈액형처럼… ‘MBTI 때문에 취직 못할지도
일본에는 직원을 구하는 사람과 직장을 구하는 사람이 서로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다며 구직자의 MBTI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구인용 웹사이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쿠오카대학 인문학부 사회심리학자 나와타 켄고 부교수는 약 2년 전 학생에게 처음 MBTI를 들었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그가 올해 4월 심리학 입문 강의에서 학생 200명에게 물었더니 90% 정도가 MBTI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에 비하면 늦지만 일본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MBTI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특정 성격 유형을 가진 사람은 직장에서 채용하지 않는다는 글을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사히는 “이런 ‘차별’은 (과거) 혈액형에 따른 성격 진단에서도 나타났다”며 “1990년대부터 B형과 AB형인 사람은 ‘옆에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다른 혈액형보다 많이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MBTI는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콘텐츠도 장악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 빈도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트로 보면 일본 내 MBTI의 인기는 3년 전 대비 수십 배 높아져 별자리 운세를 크게 앞질렀다고 아사히는 설명했다.

“무료 검사, MBTI 흉내… 원래 4시간짜리”
MBTI는 스위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브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1960년대부터 개발된 성격 검사 도구다. 개발자 이름을 딴 ‘마이어스-브릭스 타입 지표’의 영어 머리글자가 MBTI다.

게티이미지뱅크

젊은이들이 MBTI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만났을 때 대화의 실마리가 된다는 점, 자신의 MBTI에 대한 긍정적인 설명이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점 등이다. 가장 즐겨 이용하는 MBTI 검사 도구는 16퍼스널리티즈다.

일본 MBTI협회는 이 서비스에 대해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MBTI를 흉내 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협회가 진행하는 검사는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4시간 이상에 걸쳐 실시한다. 93개로 구성된 각 질문에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16퍼스널리티즈 운영사는 MBTI와 다른 이론의 장점을 결합했다고 웹사이트에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사히 질의에 “우리 접근법은 마이어스-브릭스와 많은 면에서 다르다”고 이메일로 답했다.

외향·내향, 왼손·오른손과 같다? 타당성 공방
MBTI는 검사 주체나 방식을 떠나 그 자체가 신뢰성을 의심받는 대상이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 포모나 캠퍼스의 랜디 스타인 조교수(사회심리학 박사)는 2019년 1월 사회 및 성격 심리학 전문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MBTI 이론은 알려진 사실과 데이터와의 일치성이 부족하고 검증 가능성이 결여돼 있다”며 “내부적으로 모순을 지니고 있어 이론적 기준에서 결점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셰넌도어 대학 심리학과 스콧 P 킹 교수 등은 2020년 9월 출간한 책 ‘마이어스-브릭스 타입 지표’에서 “조직 및 상담 환경에서 매우 인기가 있지만 유형 이론을 고수하고 심리 측정에 대한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쿠오카대 나와타 부교수는 “MBTI처럼 성격의 다양한 측면에서 인간을 ‘이분’하는 것은 원래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사람을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으로 나누려고 해도 대다수는 평균 키에 가깝기 때문에 ‘키가 크다고도 작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고 그는 부연했다. 마찬가지로 사람을 ‘내향적이냐 외향적이냐’로 나누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일본 MBTI협회 소노다 유키 대표는 “성격이 외향형과 내향형으로 나뉘는 것은, 주로 쓰는 손이 오른손과 왼손 중 하나인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MBTI가 “융이 내담자를 2만명 넘게 만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입증한 독자적 ‘유형 이론’에 기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MBTI, 희미하게 보는 도구… 결정수단 아냐”
정작 심리학자들은 MBTI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회심리학자인 오사카 대학 미우라 아사코 교수는 “MBTI는 과거 유행했던 혈액형 진단과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상대를 흐릿하게 보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 되레 불확실한 관점을 제공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미우라 교수는 “특히 누군가와 맞지 않을 때 그 이유를 깊이 파고드는 것은 힘든 일이기 때문에 피상적인 유형론에 의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재미일 뿐이라면 상관없지만 취업 등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에는 오히려 ‘해상도’를 높여 사람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교토 리쓰메이칸대학 사토 타츠야 교수(사회심리학)는 애초 성격 진단으로 사람의 미래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의 성격은 그 시점에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유형화해서 그걸 근거로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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