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인대’ 불안감에 오픈런…은행, 접수 폭주에 “못 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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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9.02. 오후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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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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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추가 조치 강화


주택 매매 후 잔금일이 두 달 남은 A씨는 최근 대형 은행들의 대출 옥죄기에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카카오뱅크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열흘 넘게 접수조차 못 하고 있다. 매일 주택담보대출 접수 개시 시간에 맞춰 앱을 열어 ‘오픈런’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하루 접수량이 초과돼 대출 신청이 불가합니다’라는 메시지뿐이었다. 그는 “여기도 대출 문턱을 더 올리고 있던데, 다른 곳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5대 은행의 잇따른 대출 제한에 인터넷은행 등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곳으로 대출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고객들이 대출 접수시간에 맞춰 접속을 시도하는 오픈런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 총량 관리에 여유가 있던 은행들도 줄줄이 대출 조이기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3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대상자 조건을 기존 ‘무주택 또는 1주택 세대’에서 ‘무주택 세대’로 한정하기로 했다. 한 채라도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대출이 불가하다는 의미다. 다만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는 기존과 동일하게 세대합산 1주택 세대까지 받을 수 있도록 열어 놨다.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대출 만기도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에서 30년으로 줄였다. 임차보증금 반환이나 대출 상환목적이 아닌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는 1억원으로 제한한다.

이 은행이 지난달 26일 금리 인상에 이어 일주일 만에 추가 조치를 내놓은 건 몰려드는 수요 때문이다. 8월 주담대 한도, 금리 조회 건수가 지난 6월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자체 주담대 수요 증가에 은행권이 7월 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그에 따른 풍선효과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도상환수수료 전액 면제를 내건 카카오뱅크는 금리도 다른 은행보다 낮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공급은 정해져 있는데 수요가 급증했다. 고객 불편함이 계속 가중되는 상황이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지역 한 영업부는 오는 10월까지 가계대출 접수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대출 한도는 여유가 있으나 ‘주담대 최저금리’ 입소문에 수요가 몰리면서 일손이 부족해진 탓이다. iM뱅크는 다른 은행보다 1% 포인트 낮은 대출 금리(연 3.25~3.30%)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대출 모집인을 늘렸지만 모집인과 통화 연결되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애플리케이션 등 비대면으로 우회 안내를 하고 있지만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iM뱅크는 앱을 통해 매일 오전 9시 비대면 주담대를 신청받고 있으나 오픈 10분 이내 하루 접수량을 초과하는 ‘과부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 조치의 풍선 효과가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겠다. 당분간은 그간 은행들이 발표했던 조치들이 반영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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