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사회초년생 A씨는 요즘 신혼집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내년 초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집값의 최대 70%를 주택담보대출로 빌릴 계획이었는데 큰 변수가 생겼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이는 목적으로 모기지보험(MCI, MCG) 가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모기지보험은 주택담보대출 시 가입하는 상품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서울 5500만원)을 제외한 금액만 빌릴 수 있다. 사실상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A씨는 29일 “모기지보험 규제로 약 3000만원을 추가로 빌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어떤 규제가 더 생길지 몰라 신용대출을 미리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주담대 관련 제한을 늘리면서 잔금일을 앞둔 주택 매수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겨울철 이사를 준비한 차주들은 잔금일을 3개월 이상 남겨두고 있어 손발이 묶인 상태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잔금일 두 달 전,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은 3개월 전부터 대출 약정이 가능하다. 다음 달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주택매매 계약을 마친 이들은 “겨우 큰 산을 넘었나 했더니 이러다 계약금만 날리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B씨는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를 목표로 기존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놨다가 최근 매물을 거둬들였다. 이달 초 서울 마포구의 84m² 아파트를 13억원에 계약했는데 12월 잔금일을 앞두고 필요한 만큼의 대출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명확해진 탓이다. B씨는 “주담대 50년 만기, 70% ‘풀 대출’로 이사할 예정이었는데 한도만큼 대출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초조하다”며 “일단 매도 계획을 미루고 대출상담사와 주변인들의 의견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로 내 집 마련을 꿈꾸던 40대 C씨는 세입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초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11월 초 잔금을 치르는 일정인데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 은행들이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C씨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다들 결정은 못 하고 집만 보러 다니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대출 정책이 바뀔 것을 고려해 전세 수요자들이 선뜻 계약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은행의 대출 정책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 2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담대 금리 인상을 바란 게 아니다”라며 ‘쉬운 금리 인상’을 질책하자 은행들은 대출 만기나 한도를 축소하는 식으로 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전날에도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가계대출 관련 추가 대책을 발표하며 차주들의 혼란이 커졌다.
시중은행이 당국 지시에 따라 주담대 옥죄기를 본격화하며 풍선효과를 우려한 지방은행과 보험사들도 서둘러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다. 최근 부산은행과 전남은행은 각각 주담대 금리를 0.4% 포인트, 0.2% 포인트 인상했다. 삼성화재도 주담대 금리를 0.49% 포인트 올렸고 삼성생명은 종전보다 평균 0.2% 포인트 인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 들어 제2금융권이 가계부채 사각지대로 주목받고 있어 당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