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브레이크 아니네’…고령 운전자 ‘착각 사고’ 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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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9.03. 오전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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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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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대 운전자 사고 잇따라
대형사고 예방 대책 절실


고령 운전자가 돌발상황 등에서 제동장치 대신 가속페달을 밟아 발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신체적 인지적 능력이 떨어진 70대 이상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오전 10시 40분쯤 광주 북구 오치동 사거리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1t 트럭이 주차 중인 차량 2대와 전신주를 들이받은 뒤 상가 건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A씨와 조수석에 앉았던 동승자가 가벼운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운전자 A씨가 내리막길에서 트럭의 속도가 붙자 당황한 나머지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했다가 가속 페달을 작동하는 실수를 저질러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음주나 무면허 운전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광주 도심에서는 지난 12일 오후에도 80대 B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세차장으로 돌진해 운전자와 동승자가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났다.

경찰은 북구 오치동 한 도로에서 SUV 승용차를 몰던 B씨가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혼동한 조작 미숙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B씨와 동승한 70대 여성 C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다. 다행히 세차장에도 직원 등이 없어 더 이상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찰은 경사길에서 내려오던 B씨가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게 가속페달을 눌러 맞은편 도로 음식점 담장과 카센터 건물을 잇따라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B씨도 운전 조작 실수를 인정함에 따라 경찰은 단독사고로 조사를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광주 동구 대인시장 공용주차장에서 유사사고가 발생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던 70대 D씨의 승용차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건너편 건물 기둥으로 돌진, 기둥 외벽과 주차장 시설물을 부순 뒤 멈춰섰다.

운전자 D씨는 당초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다가 경찰이 구체적 사고경위 조사에 나서자 페달 조작 실수를 인정하는 촌극을 빚었다.

경찰 조사결과 D씨는 승용차 ‘오토파킹’ 기능이 풀린지 모르고 주차장 카드 정산기에 무리하게 팔을 뻗는 과정에서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해 급발진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나 브레이크등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승용차가 돌진했다는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광주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고령 운전자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세종대로 시청역 인근 도로를 역주행하던 제네지스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대형사고가 빚어졌다. 이 사고로 은행직원 4명과 서울 모 병원 용역업체 직원 3명, 서울시청 공무원 2명 등 9명이 숨졌다.

평온한 귀가를 서두르던 직장인들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사고 운전자 E씨도 경기도 않산 버스업체 경원여객에서 계약직 기사로 일하는 68세 고령 운전자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와 4차로 도로를 200여m 역주행한 사고 승용차는 인도와 횡단보도를 걷던 다수의 보행자들을 덮쳤다. 운전자 E씨는 처남의 칠순 잔치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같은 대형 사고를 냈다.

운전자 E씨는 사고 직후 차량결함에 의한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사고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고령 운전자 인지능력 저하에 따른 교통사고가 해마다 증가해 각별한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고령 운전자들이 자신의 운전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든 만큼 체계이고 정기적인 안전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면허증반납에 대한 혜택을 더 늘리는 등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대책수립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로 판명된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2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령 운전자들도 사고예방 차원에서 운전면허증을 자발적으로 반납하고 대중교통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등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보완을 토대로 고령 운전자에 의한 대형 사고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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