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려고 5년 공부했는데…” 네팔 노동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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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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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자재 공장서 일하다 중상
E-9, 특정 사업장과 계약 뒤 입국
18일 오후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20년, 무권리 강제노동, 차별과 착취 피해 이주노동자 증언대회’에서 이주노동자 찬드 씨가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인 A씨(32)는 올해 1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비전문취업(E-9) 근로자다. 그는 경기도 이천의 한 건설자재 공장에서 일하다 3개월 만에 허리를 다쳤다. 통증이 심해져 일하지 못하는 날이 늘자 A씨는 ‘추간판 장애’ 진단서를 근거로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다. 사업주는 이를 거절했고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A씨는 말했다.

지난 7일 만난 A씨는 서툰 한국어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더 일하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어머니와 아내, 두 딸을 부양하는 그는 5년간 한국어를 공부해 고용허가제 인력으로 선발됐다. A씨의 바람은 무거운 자재를 옮기는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E-9 근로자는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고용센터가 직권으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예외 사유’는 임금체불이나 폭행 등 심각한 인권침해로 규정돼 있다.

고용허가제 도입 20년이 지났지만 일부 사업장에선 사업장 변경을 둘러싼 혼란이 여전하다. A씨는 상담 과정 자체가 난관이었다. 외국인력상담센터는 전화 통역만 지원하는데, 네팔 통역사는 1명뿐이었다. 전국 고용센터에는 네팔어가 가능한 다국어상담원이 9명, 네팔어 통역사 12명이 근무하지만 A씨는 관련 정보를 알지 못했다.

고용허가제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입국하는 상황도 보완해야 할 대목으로 지적된다. 네팔에서 온 B씨는 “한국으로 오기 위한 경쟁률은 5대 1 정도로 치열하다. 일단 입국하는 것이 중요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이유는 제도의 취지가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사업장의 인력 도입’이기 때문이다. E-9 근로자는 다른 취업비자와 다르게 특정 사업장과 근로계약을 맺은 뒤 한국에 입국한다. 외국인력을 구하기 위해 여러 절차를 밟고 비용을 투자한 사업주 입장에선 근로자가 단기간에 이직하거나 업무 변경을 요구하는 상황이 난처할 수밖에 없다.

2021년에는 E-9 근로자 5명이 사업장 변경 제한은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내기도 했으나 7대 2로 합헌 결정이 났다. 헌재는 당시 불법체류를 막고 이주노동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사업장의 잦은 변경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장 변경 요건 중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없는 사업장 변경 사유’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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