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개들의 지옥’ 되나… 안락사 법안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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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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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2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의 한 공원에서 동물복지법 개정안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AP연합뉴스

튀르키예 의회 상임위원회가 ‘떠돌이 개’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동물복지법 개정안을 23일(현지시간) 승인하면서 대량살상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길 잃은 개를 포획해 보호소에 수용하고 중성화 및 불임수술을 하도록 하고 있다. 말기 질환을 앓거나 인간에게 건강 위험을 초래하거나 공격적인 개는 안락사 대상이다.

지자체는 2028년까지 개 보호소를 짓거나 기존 보호소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떠돌이 개를 통제하지 못하는 지자체장은 최소 6개월, 최장 2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반려동물을 버린 사람에게 부과되는 벌금은 2000리라(약 8만4000원)에서 6만 리라(약 252만5000원)로 오른다.

튀르키예 정부는 거리와 시골 지역에 약 400만 마리의 길 잃은 개가 돌아다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중 많은 개가 무해하지만 무리 짓는 경우가 늘면서 적잖은 주민이 공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한 거리와 생명권 보호 협회’ 무라트 피나르 대표는 2022년 이후 개에 의한 공격이나 교통사고로 최소 75명이 사망했고 그중 44명은 어린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딸 마흐라는 아홉 살이던 2년 전 자신을 공격해오는 개들을 피해 도망치다 트럭에 치여 숨졌다. 피나르 대표는 떠돌이 동물을 거리에서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올해 3월 지방선거에서 주요 지자체를 차지한 야당은 해당 법안이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을 표적으로 삼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법안이 보호소에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주 의회에서 법안 관련 토론회가 열린 첫날 피나르의 아내는 숨진 딸의 신발을 흔들며 야당 의원들이 아이들의 목숨보다 개의 생명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했다.

동물권리 옹호론자들은 일부 지자체가 개들을 보호하기 위해 투자하기보다 개가 아프다는 구실로 안락사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법안을 ‘학살법’이라고 부르며 철회를 요구했다.

동물권리단체는 기존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면 떠돌이 개 개체 수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 현행 동물복지법은 떠돌이 개를 잡아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발견 장소로 돌려보내도록 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떠돌이 개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이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단체 주장이다.

집권당이 제안한 개정안은 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투표에 부쳐진다. 의회가 여름 휴정에 들어가기 전에 처리될지는 불분명하다고 AP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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