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이 뭡니까”… 구속 기로서자 사과한 ‘얼차려’ 중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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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4. 오전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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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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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심사 마친 '얼차려 훈련병 사망' 중대장. 연합뉴스


입대 9일 만에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져 사망한 육군 훈련병 박모씨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인 중대장이 유가족에게 25일 만에 사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구속의 갈림길에 서게 되자 유가족에게 적극적으로 사과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방영된 MBC ‘PD수첩’에서는 사건 발생 후 유가족에게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던 중대장이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박씨의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됐다. 사망 25일째였다.

중대장은 “병원에서 뵙고 그 이후에 못 찾아봬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 가득하다”며 “한번 부모님을 만나 뵙고 싶은데 괜찮으신지요”라고 물었다.

문자 사과는 6월 19일에 한 번 더 왔다. 중대장은 “어떠한 말씀을 드려도 위로가 안 될 거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정말 면목이 없다”면서 “제가 그때 올바른 판단을 했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면서 계속 그날을 되뇌면서 깊이 반성하고 또 죄송한 마음이 가득하다”고 했다. 이어 “지휘관이 규정에 어긋난 지시를 했는데도 군말 없이 이행해준 아드님과 유가족분들에게 사죄하고 싶은데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씨 어머니는 “구속영장 한다고 한 날인가 그날도 문자가 왔다”며 “저는 그런 미안한 감이나 진정성이 없다고 믿는다. 25일이 뭡니까”라고 탄식했다.

지난 5월 23일 오후 5시20분쯤 강원도 인제의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박씨를 비롯해 6명의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았다.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 일명 ‘얼차려’라고 불리는 가혹한 훈련으로 결국 박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틀 만에 사망했다.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중대장(27·대위)과 부중대장(25·중위)은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와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기상조건, 훈련방식, 진행 경과, 피해자의 신체조건 등을 종합하면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훈련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부중대장은 5월 22일 훈련병 6명이 취침 점호 이후에 떠들었다는 내용을 이튿날 오전 중대장에게 구두 보고했고, 군기훈련 승인을 받아 이를 실시했다.

관련 법령에 따라 군기훈련을 실시하기 전에 대상자에게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해 사유를 명확히 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한 뒤 군기훈련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훈련병들의 신체 상태나 훈련장 온도지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중대장은 경찰 조사에서 군기훈련 규정을 어긴 점은 인정했지만 완전군장 지시 등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목격자들은 ‘PD수첩’에 “(박씨와 동기가) 작게 속삭이는 정도로 떠들고 있었는데 떠들었다는 이유로 다음 날 완전군장을 지시했다”며 “뉴스에는 (완전군장의 무게가) 26㎏이라고 나왔는데 절대 아니었다. 성인 남성 혼자서 절대 멜 수가 없어서 옆에서 애들이 메줄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또 목격자들은 “(박씨와 동기들이) 한 바퀴 반쯤 돌았을 때 중대장이 ‘너희가 왜 얼차려 받는 줄 아냐. 너희는 중대장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 6명의 체력이 이미 한계에 부딪힌 징조는 계속됐다고 했다. 목격자는 “완전군장 상태로 뜀걸음 세 바퀴를 실시하자 한 훈련병은 넘어지고 말았다. 잠시 후 다시 일어난 훈련병이 걷고 다른 훈련병이 뒤이어 넘어졌다”며 “그 이후 박 훈련병이 두 바퀴 반쯤 뛰었는데 한눈에 봐도 이상한 상태였다. 눈동자가 없는 상태로 뛰길래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박씨가 쓰러지고 조교가 달려와 상태를 확인한 후 간부들에게 더 이상 훈련을 진행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목격자는 박씨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할 때도 중대장이 ‘빨리 일어나. 너 때문에 다른 애들 못 가잖아’라고 소리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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