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후보 “제 전투력 이미 검증됐다”
27일 PK 지역 경선 결과 관심 집중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 득표율로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굳히자 오히려 최고위원 경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친명’(친이재명) 일색인 상황에서 유일한 원외인 정봉주 후보가 초반 지역 순회 경선에서 선두로 치고 나오는 이변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정 후보의 선전이 ‘반짝 돌풍’에 그칠지, 아니면 승기를 잡아 ‘태풍’으로 커질지는 오는 27일 부산·경남(PK) 지역 경선 결과가 일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지난 20~21일 치러진 1~4차 순회 경선에서 제주·인천·강원·대구경북 등 4개 지역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누적 득표율은 21.67%에 달한다. 이어 김병주(16.17%), 전현희(13.76%), 김민석(12.59%), 이언주(12.29%) 후보가 당선권인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뒤를 한준호(10.41%), 강선우(6.99%), 민형배(6.13%) 후보가 추격 중이다.
정 후보는 23일 통화에서 “경선 시작 일주일 전부터 바닥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들렸다”며 “다른 후보들도 모두 전투력을 얘기하지만 저의 전투력은 이미 검증됐다. 자기 몸을 던져가며 싸운 서사에 당원들이 신뢰를 보여주신 것 같다”고 자평했다.
정 후보의 초반 선전은 당 내부에서도 관심사로 부상했다. 그의 막말 이력과 미투 의혹 등 각종 논란이 다시 회자되면서 전당대회 이후 당의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 후보가 수석최고위원이 됐을 경우 ‘입 리스크’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벌써부터 들린다.
이런 점에서 경선이 진행될수록 정 후보의 초반 돌풍이 점차 사그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선명한 투쟁력과 인지도 측면에서 우위를 점한 정 후보가 PK 지역에서도 선전을 이어간다면 경선 레이스 내내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청래 의원도 김어준씨의 유튜브에 출연해 “당원들 사이에서 수석최고위원을 현역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시작됐다”며 “이번 주에도 (순위가) 그대로 가면 끝까지 그대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 권리당원의 70%에 육박하는 호남과 서울에서의 표심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늘 민주당에 부는 바람의 진원지는 호남이었다”며 “중도 외연 확장이 중요한 만큼 호남 지역 경선부터는 판세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명심’(이재명의 의중)과 ‘당심(黨心)’의 괴리 현상도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이 후보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4선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가 누적 4위에 머물러 있는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 후보가 PK에서도 고전한다면 명심과 당심의 간극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