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이틀 연속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시행했다. 북한 고위급 외교관의 탈북이나 지뢰 매설 중 사망한 북한군 관련 소식 등 민감한 사안이 그대로 송출됐다고 한다. 강도 높은 심리전 전개에 자극받은 북한이 대북 확성기 조준 사격 등 국지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어제부터 쓰레기 풍선(오물풍선)을 추가 부양했고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 전선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 방송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6시간 정도 시행됐다.
이 실장은 브리핑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한 번 실시했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방송을 지속적으로 듣다 보면 천천히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다양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이에 따른 2차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방송에는 최근 북한 외교관의 한국행,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서 지뢰 매설 작업 도중 폭발 사고로 북한군 다수가 사망했다는 소식 등이 전파를 탔다.
내부 정보 통제가 심한 북한에선 최전선 북한군과 접경 지역 주민들의 동요를 부를 수 있는 소식이다. 가수 장윤정의 ‘올래’ 등 남한 노래들도 송출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측이 국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2015년 8월 우리 군이 경기도 연천에 설치·운영한 대북 확성기를 향해 고사포 사격을 하며 방송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탈북, 탈영에 관한 내용도 민감할 것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겨눈 얘기가 나오면 북한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모두 확전 비화를 꺼리는 만큼 북한이 선전전으로 맞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도 대북 확성기라는 수단의 의미에 비례한 대응 방안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접경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남 확성기의 성능은 대북 확성기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남 방송의 목적이 북한군이나 북측 주민들에게 대북 방송이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려는 데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합참은 이날 오전까지 북한이 띄운 오물풍선 500여개를 식별했다. 이 중 우리 지역에 낙하된 건 240여개 정도다. 살포 수는 지난 18일 8차 부양 때의 200여개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