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덕분에 물질의 성공보다 더 큰 관계의 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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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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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사회 홀리 브리지] <17> ‘육남매 아빠’ 가수 박지헌
가수 박지헌이 지난해 6월 아내, 자녀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그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면 너무 행복해서 오늘 하루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지헌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선포식 및 국민 콘퍼런스’에서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이는 그룹 V.O.S의 리더이자 자신을 “육남매의 아빠”라고 소개한 가수 박지헌(46)이었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가 주관한 이 날 행사에서 그는 진솔한 어조로 많은 자녀를 둔 기쁨을 전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저희 아이들이 그러더군요. 나중에 결혼하면 각자 자식을 4명 이상 낳겠다고(웃음). 아이들을 보면 저는 많은 자녀 덕분에 ‘물질의 성공’보다 더 큰 ‘관계의 성공’을 거뒀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렇다면 앞으로 20~30년 뒤 박지헌의 가정은 어떤 모습일까. 명절이면 며느리에 사위, 손자와 손녀까지 가세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최근 경기도 용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헌은 그때를 상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마 수십 년 뒤엔 제가 가족들을 위해 대형 운전면허를 보유하고 있을 것 같아요. 25명 이상이 탈 수 있는 대형 버스를 몰고 종종 가족들과 국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지 않을까 싶네요.”

그는 어쩌다 육남매의 아빠가 됐나

박지헌은 결혼 초기만 하더라도 아이를 여섯 명이나 낳을 계획은 없었다고 한다. 2006년 첫 아이가 태어나고 2009년과 2011년 둘째와 셋째가 세상에 나왔는데 모두 남자아이였다. 이때 아이를 더 낳자고 고집한 것은 아내였다. 2014년 첫딸이 생겼고 2016년과 2018년엔 둘째딸과 막내딸이 태어났다. 박지헌은 “이렇게 많은 아이를 키우게 될진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보다 더 자녀가 많으면 좋겠는데 아내가 이제 그만 낳자고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지헌의 이름 앞엔 이제 ‘연예계 대표 다둥이 아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저출생 문제를 다룬 행사에도 자주 초대된다. 처음엔 무대에 올라 노래는 하지 않고 출산 장려 강연만 하고 내려오는 게 어색하기만 했다고 한다.

“처음 강연 무대에 설 땐 그냥 울기만 했어요.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느낀 행복을 전하고 있노라면 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애를 낳아 키우는 게 왜 희생이냐’ ‘왜 이걸 고생이라고 불러야 하느냐’고 말하곤 했는데, 그런 제 모습을 보며 청중도 눈물을 훔치더군요. 사람들에게 아이를 키우는 기쁨, 그것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싶어요.”

이쯤 되니 그가 생각하는 육아의 기쁨이나 행복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다둥이 아빠로서 겪는 행복과 고충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그는 “자녀가 많아서 생긴 불만은 딱 하나”라며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크리스천은 천국을 소망하면서 살아야 하잖아요? 천국을 꿈꾸려면 삶이 좀 지옥 같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매 순간 천국에 사는 기분이에요. 그게 유일한 문제점입니다(웃음). 물론 자녀가 많으니 힘들 때도 있죠. 하지만 힘들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너무 행복해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 우리 집”

아내도, 아이들도 박지헌처럼 커다란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었다. 여섯 살인 막내딸도 자주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엄마도, 아빠도 나를 많이 사랑해주고 오빠도, 언니도 많으니 우리 집은 세상에서 최고 행복한 집이야.”

물론 자녀가 많은 만큼 행복하다는 박지헌의 주장에 공감하기 힘든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출산과 육아는 고생과 부담의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가 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가 최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 양육’이라는 문구에서 느끼는 감정으로 가장 많이 언급(복수 응답)된 것은 ‘책임감’(67%)과 ‘경제적 부담’(54%)이었다. ‘행복’(50%) ‘즐거움’(44%) ‘감사함’(42%)처럼 긍정적인 감정보다 훨씬 비율이 높았다. 박지헌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옛날 사람들은 지금 저희 부부처럼 아이를 많이 낳고 살았어요. 사는 게 힘들수록, 예컨대 전쟁 기간일수록 아이는 더 많이 태어났죠. 그런데 지금은 왜 이런 걸까요. 저는 ‘양육=부담’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모두 속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모두 속아 넘어간 탓에 속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는 거죠.”

이런 생각을 가졌기에 그가 저출생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것도 양육에 대한 인식 개선이었다. 법이나 제도를 통해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오히려 자녀 양육은 고통이라는 분위기를 공고하게 할 것이란 지적이었다.

박지헌은 현재 경기도 화성 더푸른교회(강은도 목사) 집사이기도 하다. 그가 가장 많이 하는 기도는 자녀들끼리의 ‘관계’가 지금보다 더 끈끈해지게 해 달라는 것. 그는 “지금 시대에 가장 큰 재산은 관계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본 영상이 있어요. 성공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재벌가 회장님이 이런 답을 하더군요. 나이가 들어서 자식들이 부모와 함께 있고 싶어한다면 그게 곧 성공이라고. 저도 자식들과 그런 관계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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